[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애슬레저 시장의 두 거인, 룰루레몬과 알로요가는 '고가 정책'이라는 같은 무기를 들었지만 서로 다른 성공 공식으로 요가복 업계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두 브랜드 모두 창업자 갈등, 실적 부진, 불투명한 재무구조라는 각기 다른 시험대에 올라 있다.
룰루레몬, 커뮤니티가 만든 요가복의 샤넬
룰루레몬은 199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칩 윌슨이 창업한 브랜드로, 낮에는 요가복 디자인 스튜디오, 밤에는 요가 스튜디오로 운영되던 작은 매장에서 출발했다. 성공의 핵심은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팔았다는 점으로, 나일론 86%와 라이크라 14%를 배합한 독자 소재 '루온(Luon)'과 솔기 없는 '플랫 심' 기술로 요가복 시장에 기능성 혁신을 일으켰다.
여기에 룰루레몬은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32세 전문직 여성 오션(Ocean)'이라는 극도로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해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집중시켰고, 요가 자격증을 보유한 매장 직원을 '에듀케이터'로 육성해 고객이 6초간 머물면 13초간 제품을 설명하는 이른바 '6/13 원칙'을 운영했다.
대중 광고 대신 지역 인플루언서와 앰버서더를 통한 커뮤니티 마케팅에 집중한 결과, 2020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20% 수준으로 나이키(6.7%)의 3배에 달했다. 매출 역시 2019년 33억 달러에서 2021년 63억 달러로 성장하며 연평균 24%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가격 정책은 처음부터 '자존심'으로 설계됐다. 북미 시장에서 일반 레깅스가 40달러 선인 것과 달리 룰루레몬은 110달러 이상으로 책정해 프리미엄 이미지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비싸도 고품질'이라는 입소문 전략은 2019년 기준 10년 새 매출 9배, 주가 1년 새 40%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알로요가, 셀럽 파워가 만든 요가복의 에르메스
알로요가는 룰루레몬보다 9년 늦은 200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니 해리스와 마르코 드조지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원래 티셔츠 대량생산업체 '벨라+캔버스'를 함께 운영하던 사업가였고, 드조지의 요가 재활 경험을 계기로 요가복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명 '알로(Alo)'는 공기(Air)·땅(Land)·바다(Ocean)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알로요가의 고가 정책은 룰루레몬의 '기능성 프리미엄'과 결이 다르다.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 등 할리우드 셀럽들의 자발적 노출과 파파라치 사진을 통한 '셀러브리티 콘텐츠 마케팅'이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2024년 8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정식 진출했다. 국내 언론은 알로요가를 "요가복 업계의 에르메스"로 지칭하며 룰루레몬보다도 50%가량 더 비싼 가격 포지셔닝을 강조했다.
레깅스 가격은 80~130달러(약 10만~17만원), 스포츠 브라는 60~100달러, 아우터는 200~300달러 수준으로 형성돼 있으며, 국내 상의 제품은 10만원대 이상, 하의는 10만~2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알로요가는 상장기업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한국법인은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라 재무 투명성이 낮다는 점이 최대 특징이자 약점이다. 알로요가의 한국 법인명은 '알로요가코리아 유한책임회사'로, 창업자 마르코 드조지가 대표업무집행자, 대니엘 해리스가 업무집행자를 맡고 있다. 미국 본사 역시 상장기업이 아닌 비상장 사기업으로, 모회사인 컬러이미지어패럴(Color Image Apparel Inc.) 산하에 있으며 창업자 2인이 지분을 100% 보유한 구조다.
공개된 확정 매출은 2020년 약 2억 달러(약 2,926억원)가 마지막이며, 포브스는 2022년 매출이 32% 성장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추정했다. 모기업 컬러이미지어패럴이 2023년 투자은행을 통해 지분 매각을 시도하며 100억 달러(약 13조원) 밸류에이션을 제시했지만 실제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고, 공개된 매출 추정치는 2.5억~12억 달러까지 편차가 크다.
룰루레몬코리아 매출과 영업이익…속 빈 강정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룰루레몬 애틀라티카 코리아유한회사(이하 룰루레몬 코리아)의 제13기(2025년 2월 1일~2026년 1월 31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기 매출액은 2,196억원으로 전년(제12기, 1,566억원) 대비 40.2% 증가했다. 상품매출 총액은 2,512억원이었으나, 매출할인 316억원을 차감한 순매출 기준이다.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전년(63억원) 대비 78.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73억원으로 전년(32억원) 대비 125.1% 급증했다. 이익잉여금은 197억원으로 전년(123억원) 대비 59.6% 늘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의 화려함 뒤에는 심각한 수익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당기 영업이익률은 5.1%에 불과하다. 한 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매출총이익은 1,099억원으로 매출총이익률이 50.1%에 달하지만, 천문학적인 판관비가 이익을 갉아먹는 구조다.
판관비는 985억원으로 전년(708억원) 대비 39.1% 증가했다. 이는 매출 증가율(40.2%)에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함께 늘어 수익성 개선이 제한되는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광고선전비는 203억원으로 전년(116억원) 대비 73.6%나 폭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9.2%에 해당하는 규모로,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가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룰루레몬, 창업자 반란과 실적 쇼크
2026년 들어 룰루레몬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6월 4일 회사는 2026 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110억~111억5000만 달러로 하향했고,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1% 급락, 연초 대비로는 약 40% 하락하며 S&P500 편입 종목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배경에는 경쟁 심화와 품질 논란, 관세 부담뿐 아니라 창업자 칩 윌슨과 이사회 간 극심한 경영권 갈등이 자리한다. 윌슨은 자신이 추천한 인사의 이사회 합류를 요구하며 수개월간 경영진을 공개 비판했고, 심지어 경쟁 브랜드 알로요가와 뷰오리에 자문 역할을 해온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결국 회사는 주주총회 이후 윌슨 측 후보 2명을 이사회에 합류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이 위임장 대결에만 110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로요가, IPO를 향한 몸집 줄이기
반면 알로요가는 오히려 상승 국면에 있다. 2026년 6월 모기업이 벨라+캔버스 도매 티셔츠 사업부를 매각하며 재무구조를 단순화, IPO 또는 매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12월4일부터 2026년 1월4일까지 5주간 매출이 4억7950만 달러에 달했고, 마지막 주 주간 매출 성장률은 50.1%를 기록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입증했다. 아직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공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1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의 근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분석 전문가는 "두 브랜드는 결국 '고가 요가복 = 명품'이라는 같은 결론에 도달하며, 오픈런과 웨이팅문화를 정착시키며 한국 명품족들의 지갑을 훔쳐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룰루레몬은 상장기업으로서 투명성과 커뮤니티 자산을 갖춘 대신 '경영권 리스크'에 노출됐고, 알로요가는 셀럽 파워와 성장 속도를 앞세우지만 '재무 불투명성'이라는 반대편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