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올해 상반기(1~6월) 국세수입이 223조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보다 33조원(17.4%) 늘었다. 이는 2022년(20.1%)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율로, 증시 활황과 반도체 업황 개선, 부동산 거래 회복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6월 한 달만 5.5조원 늘어
재정경제부가 7월 31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6월 국세수입은 2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조5000억원(31.1%) 증가했다. 이 중 증권거래세만 1조2000억원 늘었고, 소득세도 총급여지급액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세 확대와 주택 거래량 증가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로 1조4000억원 늘어 6월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증권거래세, 세율 환원 겹치며 4.8배 폭증
세목별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증권거래세다. 상반기 증권거래세는 6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2000억원(338.7%) 늘었고,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1조4000억원으로 무려 482.2% 급증했다. 이는 상장주식 거래대금이 5월 기준 1911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9% 폭증한 데다, 2026년 1월 1일부터 증권거래세율이 0.00~0.15%에서 0.05~0.20%로 환원된 효과가 겹친 결과다. 증권거래에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도 10조1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175.1%) 늘어 증시 훈풍의 파급효과를 보여줬다.
소득세 10.4조원 증가로 절대 규모 최대
소득세는 7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조4000억원(15.9%) 증가해 세목별 절대 증가액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성과상여금 및 총급여 지급액 확대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 4월 주택 거래량이 6만9800건으로 전년보다 6.6% 늘어난 데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가 주요 배경이다. 앞서 5월까지 누계 소득세는 6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늘었는데, 해외주식 양도차익 증가도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법인세는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49조3000억원으로 4조3000억원(9.6%) 늘었고, 부가가치세도 수입액 증가와 환급 감소 영향으로 44조8000억원까지 4조9000억원(12.2%) 늘었다. 상속·증여세는 1조원 증가한 9조9000억원, 교통에너지환경세는 3000억원 늘어난 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진도율 53.7%…5년 평균 웃돌지만 법인세는 아직 48.7%
연간 국세수입 목표 415조4000억원 대비 상반기 진도율은 53.7%로, 지난해 같은 기간(50.8%)과 최근 5년 평균(51.8%)을 모두 상회했다. 정부는 이번 상반기 세수 증가로 연간 세수 증가 목표치의 약 80%를 반년 만에 채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인세 진도율은 48.7%로 상대적으로 낮아,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이 연간 목표 달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세수 반영은 8월부터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걷힌 세수에는 초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관련 영업이익과 그에 따른 성과급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부터 차례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후 반도체 수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이런 실적이 상반기 법인세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올해 국세수입이 2년 전보다 100조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며, 정부의 올해 법인세 수입 전망치 101조3000억원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시 거래대금 둔화가 하반기 변수
반면 증권거래세 전망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루 평균 상장주식 거래대금은 5~6월 100조원 안팎에서 7월 들어 70조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하반기 증권거래세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하반기 세수 흐름은 반도체발 법인세 증가와 증시 거래 둔화라는 상반된 두 요인의 힘겨루기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33조 잔치의 진짜 수혜자?
국세수입 33조원 급증의 이면에는 뚜렷한 승자들이 있다. 재정 여력을 확보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두둑한 성과급을 챙긴 반도체 기업 직원들, 그리고 거래 폭증의 수혜를 입은 증권업계가 이번 '세수 슈퍼사이클'의 실질적 수혜자로 꼽힌다.
가장 직접적인 승자는 재정경제부다. 세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는데,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일곱 번째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도체와 증시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규모는 최대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재명 정부는 이 재원을 나랏빚을 갚는 대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미래기금' 조성에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 출범을 앞둔 국부펀드에 이 초과세수를 투자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는 중이다.
세수 증가의 여파는 중앙정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세수입이 내국세와 연동돼 있는 만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총 9조4000억원 늘어나는 등 지방재정 보강에 9조7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세수 증가분이 자동으로 지방으로 흘러가는 구조 덕에, 재정난에 시달리던 지자체들도 예상치 못한 '용돈'을 받게 된 셈이다.
증권업계, 거래 폭증에 표정관리
증권거래세가 338.7% 폭증했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거래량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의미이며, 이는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확대로 직결된다. 5월 상장주식 거래대금이 1911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9% 늘어난 만큼, 증권사들은 세금 인상분과 무관하게 거래 자체의 폭증만으로도 실적 잔치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세수 급증은 단순한 '정부 곳간 채우기'를 넘어, 반도체 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과 증시 참여자들의 거래 활성화, 그리고 지방재정 보강까지 동시에 파급되는 다층적 구조를 보여준다. 다만 이 흐름의 지속 가능성은 7월 이후 증시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70조원대로 꺾이면서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