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사들인 지 하루 만에 13억원대 평가이익을 거두면서, 장기간 이어진 '이혼 소송' 이슈로 흔들렸던 그의 리더십 평판이 반도체 슈퍼사이클 훈풍을 타고 반등하는 모양새다.
49억 베팅, 하루 만에 13억 껑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7월 30일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주당 135만3677원에 장내 매수해 총 49억원(공시 기준 47억8564만원)을 투입했다. 이는 그룹 총수가 SK하이닉스 주식을 개인 명의로 직접 보유한 첫 사례로, 그동안은 SK㈜와 SK스퀘어를 통한 간접 보유 형태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매입 규모다.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50억원 이상 자사주를 거래할 경우 30일 전 사전 공시를 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최 회장은 이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즉시 매입 가능한 최대치'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입 당시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50.1%나 급락한 상태였다. 7월 30일 종가는 132만2000원으로 전일 대비 5.64% 하락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31일, SK하이닉스가 장중 가격제한폭인 29.95~29.80%까지 치솟으며 171만8000원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상·하한가 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보유한 3620주의 평가액은 47억8564만원에서 62억1916만원(장중 기준 61억4314만원)으로 불어나, 하루 만에 약 13억~13억6000만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급등 배경엔 미국 빅테크 실적과 HBM 재평가
이번 상한가는 최 회장의 매수 효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설비투자(CapEx) 확대 기조가 확인된 데다, 그간 시장을 누르던 디레버리징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메모리 반도체 판매를 둘러싼 의구심이 일부 해소됐고,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둔화도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이후 차익 실현과 업황 우려가 겹쳐 조정을 받았지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경쟁력에 대한 장기 성장성 평가는 유지되는 분위기였다.
같은 날 삼성전자도 24% 이상 오르며 상장 이후 최대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고, SK스퀘어는 미국 반도체 훈풍과 최 회장의 매수 소식이 맞물려 장 초반 상한가로 직행했다. 강진혁 연구원은 "최근 시장 내 항복성 투매가 일단락된 직후, 최태원 회장의 SK하이닉스 주식 매입도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를 자극했다"고 진단했다.
이혼 소송으로 흔들린 리더십, 자사주 매입으로 반전 노렸나
이번 매수가 시장의 이례적 주목을 받은 배경에는 최 회장이 지난 10년간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사회적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맥락이 깔려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지급해야 할 9440억원은 국내 재벌가 이혼소송에서 책정된 재산분할금 중 공개된 것으론 현재까지는 역대 최대다.
이런 가운데 나온 최 회장의 첫 개인 명의 SK하이닉스 매수는 시장에서 '책임경영 시그널'로 해석됐다. 최 회장은 앞서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시간을 두면 우상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고, 단기 등락보다 긴 호흡의 자산 관리 전략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전했다.
그룹 총수가 실적 발표 후 조정장에서, 그것도 사전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최대치로 직접 자사주를 사들인 행위 자체가 "지금 주가는 저평가 구간"이라는 경영진의 확신을 시장에 전달하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하루 만에 13억원대 차익이 났다는 사실은 그의 판단력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며, 장기간 이혼 소송으로 소모된 평판 리스크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이익은 실제 매도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확정 수익이 아닌 장부상 평가이익이라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재산분할 소송이 여전히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도 남은 변수다. HBM 경쟁력과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 SK하이닉스 주가의 핵심 변수로 남아있는 만큼, 최 회장의 '저가 매수 베팅'이 일회성 화제를 넘어 지속적인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주가 흐름과 재판 결과에 함께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