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 사이 뉴욕 월가를 뒤흔든 사건은 단순한 주가 급락이 아니라, 한 젊은 헤지펀드 매니저의 극적인 몰락과 그를 사냥한 거물 투자자의 승부수였다.
오픈AI 출신 25세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이끄는 AI 특화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 LP)'가 마진콜에 몰려 공개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켄 그리핀의 시타델에 넘긴 것이 사태의 핵심이다.
22세 천재의 등장과 폭발적 성장
아셴브레너는 2024년 6월 165페이지에 달하는 논문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을 발표해 AI 업계에 충격을 던진 인물로, 이 보고서에 감명받은 투자자들이 그의 AI 인프라 펀드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었다.
2024년 말 2억2500만 달러로 출발한 펀드는 불과 2년도 안 돼 자산운용규모(AUM) 450억 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올해 6월까지 순수익률 439%를 기록해 같은 기간 시장 평균 8~9%를 압도적으로 웃돌았다. 이 펀드는 직원 단 8명, 그중 투자 전문가는 4명뿐인 초소형 조직으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독이 된 '4배 레버리지' 전략
문제는 이 펀드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AI 인프라(메모리·전력) 종목에 집중 투자하면서 최대 4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2026년 1분기 13F 보고서 기준 공개주식 포트폴리오는 약 137억 달러 규모였으며, 그중 약 84억6000만 달러는 풋옵션 노출이었고 나머지는 전력·AI 컴퓨트·비트코인 채굴주 위주의 롱 포지션이었다.
동시에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숏(공매도) 베팅도 병행했는데, 이 역시 크게 어긋나며 손실을 키웠다.
마진콜 발생과 연쇄 폭락
7월 24일 아셴브레너는 AI 급락 국면을 오히려 "매수 기회"라 평가하며 투자자들에게 추가 자금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불과 나흘 뒤인 7월 28일 시타델 시큐리티스가 예상 밖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AI 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했다.
실제로는 7월 29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음에도 시장의 패닉은 이어졌고, 담보 가치가 하락하자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주요 프라임 브로커들이 일제히 마진콜을 발동했다. 4배 레버리지를 걸어둔 상태였던 만큼 25%대의 하락만으로도 사실상 지급불능(솔벤시)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켄 그리핀의 습격과 헐값 인수
궁지에 몰린 아셴브레너 측은 7월 29일 밤 매수자를 찾아 나섰고, 결국 자산 710억 달러 규모의 시타델을 운용하는 켄 그리핀이 경쟁 입찰에서 승리해 이 포트폴리오를 인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타델은 브로커 차입으로 조성된 레버리지 부분의 공개주식 포트폴리오를 인수했으며, 골드만삭스·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 등 프라임 브로커들이 거래 성사를 지원했다. 거래 규모는 100억~160억 달러 사이로 보도됐으며, 매수 시점의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청산 종료 후 드라마틱한 반등
거래가 마무리되자 시장에서는 강제 매도 물량이 소멸했다는 안도감이 확산했고, 아셴브레너가 헐값에 넘긴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더 모틀리 풀 보도에 따르면 IREN, 샌디스크, 코어위브 등 주요 보유 종목이 20% 이상 뛰었으며, 별도 집계로는 블룸 에너지가 25%, 샌디스크가 22%, 네비우스가 29%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ADR +16%, 네비우스(NBIS) +30%, 샌디스크(SNDK) +23%, 마이크론(MU) +16%, 코어위브(CRWV) +22%, 반도체 ETF SOXX +9%를 기록했다.
시타델는 이번 거래로 사실상 AI 관련주의 최대 보유자 중 하나로 부상했으며, 시장에서는 "그리핀이 사태를 유발했나, 아니면 단지 기회를 포착했을 뿐인가"라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아셴브레너는 앤트로픽에 대한 약 50억~80억 달러 규모의 사모 지분은 매각하지 않고 유지 중이며, 앤트로픽은 지난 5월 기준 기업가치 9650억 달러로 평가받아 향후 IPO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펀더멘털 붕괴'가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가 초래한 '강제 청산'이었다는 점에서, 월가에는 "레버리지는 당신의 논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냉정한 교훈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