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한때 '사나운 시골개'로만 알려졌던 대한민국 토종견 진돗개가 지금 미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새로운 '잇독(It-dog)'으로 떠오르고 있다. 늑대 혈통에 가장 가까운 유전자, 청결한 위생 습관, 그리고 목숨을 건 충성심이라는 세 가지 매력이 결합되면서, 골든리트리버·래브라도 같은 미국 국민견종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늑대 유전자가 만든 '전략가형' 반려견
미국 현지 콘텐츠들은 진돗개를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개가 아니라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전략가형 뇌 구조'를 가진 견종으로 소개한다. 유전학적으로 진돗개는 견종 중에서 늑대와 가장 가까운 혈통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어릴 때의 귀여운 외모가 성견이 되면 날렵하고 형형한 눈빛으로 바뀌는 '반전 매력'도 화제가 됐다.
미국의 한 훈련사는 "진돗개는 억압으로 길들여지지 않고, 이해받을 때 비로소 마음을 연다"며 진돗개 훈련은 사실상 '사람을 훈련하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고양이처럼 스스로 관리" 청결함에 놀란 견주들
미국 가정에서 반려견을 들일 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카펫이 깔린 집 구조 특성상 배변 실수와 냄새 문제다. 그런데 진돗개를 키운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다", "개 냄새가 거의 없다", "고양이처럼 자기 몸을 관리한다"는 반응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실제로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의 진돗개를 꼭 입양해야 하는 10가지 이유(10 reasons to adopt Korea's Jindo dog)'라는 게시글이 화제가 됐는데, 여기에도 별도의 배변 훈련 없이도 깔끔한 습성을 유지한다는 점이 핵심 매력으로 꼽혔다.
목숨을 건 충성심, 실화로 증명되다
2013년 국내 한 야산에서 멧돼지가 마을로 내려오자, 집을 지키던 진돗개가 스스로 목줄을 끊고 달려가 멧돼지를 제압한 사건은 해외 반려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되며 진돗개의 용맹함을 각인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코요테가 자주 출몰하는 미국 농가에서도 진돗개가 가족을 지켜낸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리트리버는 모두를 사랑하지만, 진돗개는 오직 당신만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진돗개 '페퍼'의 견주는 낯선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보이지만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이중적 성격을 소개하며 이런 특성이 미국 도심에서도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등산·캠핑에도 지치지 않는 야외활동 파트너
야외활동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반려견과 등산, 캠핑, 러닝을 함께하는 견주들 사이에서는 진돗개의 지구력이 특히 주목받는다. "작아 보이는데 체력이 끝이 없다", "산에 데려가면 내가 먼저 지친다"는 후기가 이어지는데, 이는 진돗개가 원래 한반도의 산과 들에서 사냥 본능과 지구력, 민첩성을 갖추고 살아온 토종견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인 혈통서로 세계 무대 진입
진돗개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는 공식적인 혈통 인증 절차도 한몫했다. 진돗개는 2005년 세계애견연맹(FCI)에 국제 공인견으로 등록됐고, 이후 미국 최고 권위의 애견단체인 아메리칸 케널클럽(AKC)이 한국애견연맹(KKF)의 공인 혈통서를 인증하기로 결의하면서 미국 수출과 국제 도그쇼 참가의 길이 열렸다.
1998년에는 미국 최대 규모 견종 등록기관인 UKC(United Kennel Club)에도 정식 등록돼 명견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돼 국가 차원에서 보호받는다는 상징성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견종'이라는 이미지 형성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개농장 구조견이 '셀러브리티'로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 내 진돗개 인기의 또 다른 축이 국내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라는 점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의 제프리 플로큰 글로벌 대표는 "한국 개농장 출신 개는 미국 보호소에서 셀러브리티(유명인사)"라며 "한국 개가 왔다고 하면 예비 입양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보호소 내 다른 개들의 입양률도 함께 올라가는 윈윈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HSI코리아는 2015년부터 국내에서 총 18개 이상의 식용견 농장을 폐쇄하며 누적 2,700마리 이상의 개를 구조했고, 이 중 상당수가 미국·캐나다·영국 등지로 입양됐다. 최근인 2024년에도 충남 홍성의 한 농장에서 구조된 60마리를 포함해 100마리 이상이 한 해 동안 미국으로 이송된 바 있다.
이처럼 진돗개의 미국 내 인기는 단순한 '국뽕' 현상이 아니라, 유전학적 특성과 실제 반려 경험에서 우러난 검증된 매력, 그리고 국제 애견단체의 공식 인증과 동물보호 활동이라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늑대 유전자 근접 견종 14종 리스트
'늑대와 가장 가까운 혈통을 가진 개 14종'이라는 표현은 실제 존재하는 유전학 연구에 근거한 사실이며, 이는 200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의 하이디 파커(Heidi Parker) 박사팀이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개 품종 유전체 연구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구팀은 85개 견종의 DNA를 분석해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즉 인위적 교배 역사가 짧고 원시성이 강한 견종군을 추려냈으며, 이들을 흔히 '바센지형 클레이드(Basenji clade)' 또는 '고대 견종(ancient breeds)'이라 부른다.
늑대 유전자 근접 견종 14종 리스트는 ▲시바견 (Shiba Inu) ▲차우차우 (Chow Chow) ▲아키타견 (Akita Inu) ▲알래스칸 말라뮤트 (Alaskan Malamute) ▲바센지 (Basenji) ▲샤페이 (Shar Pei) ▲시베리안 허스키 (Siberian Husky) ▲사모예드 (Samoyed) ▲진돗개 (Jindo) ▲풍산개 (Poongsan) ▲경주개 동경이 (Donggyeongi) ▲아프간하운드 (Afghan Hound) ▲페키니즈 (Pekingese) ▲포메라니안 (Pomeranian) 이다.

'스피츠 그룹'이라는 더 넓은 분류 개념
전문가들은 이 견종들을 개별적으로 나열하기보다 '스피츠(Spitz)'라는 상위 분류군으로 묶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피츠는 늑대처럼 쫑긋 선 귀, 말린 꼬리, V자형 얼굴, 이중모(더블코트)를 특징으로 하는 견종군을 통칭한다.
진돗개, 풍산개, 경주개 동경이 등 한국 토종견 대부분이 이 스피츠 계열에 속하며, 국내 농촌진흥청이 2018년 33개 견종 2,258마리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토종견이 다른 외국 견종보다 늑대·코요테 유전자형을 유의미하게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