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중국산 대형언어모델(LLM)이 세계 최대 중립 AI 라우팅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에서 사상 처음으로 사용량 기준 상위 5개 자리를 모조리 차지하며, 글로벌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이정표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오픈웨이트(open-weight) AI 모델의 지배적인 공급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년 만에 뒤바뀐 판도
South China Morning Post, Digital Applied, Tech Times, Tokenmaxxing가 보도한 2026년 7월 오픈라우터 순위에 따르면 샤오미의 멀티모달 모델 'MiMo-V2.5'가 토큰 사용량 1위에 올랐고, 딥시크, 미니맥스, 알리바바 '큐원(Qwen)' 계열, 문샷의 '키미(Kimi)'가 뒤를 이었다. 이 플랫폼은 주당 20조 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하며, 중국산 모델이 전체 라우팅 트래픽의 60%를 넘어섰다.
불과 1년여 전인 2025년 말까지만 해도 중국 오픈소스 모델의 글로벌 점유율은 30% 수준에 머물렀고, 오픈AI의 GPT-4o·GPT-5 등 서구 독점 모델이 70%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6년 2월 미니맥스의 'M2.5' 모델이 토큰 사용량 4조5500억 개로 처음 1위에 오르면서 판도가 급변하기 시작했고, 당시 상위 5개 모델 중 3개(미니맥스, 문샷, 딥시크)가 중국산이었다. 이후 6월에는 딥시크와 텐센트 모델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며 앤트로픽 클로드를 5위권 밖으로 밀어냈고, 7월 들어 마침내 상위 5위 전석을 중국이 석권하는 데 이르렀다.
압도적 가격 경쟁력이 승부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역전의 핵심 동력으로 '가성비'를 꼽는다. 미니맥스 'M2.5'의 이용료는 출력 토큰 100만 개당 약 1.1달러, 딥시크 'V3.2'는 0.4달러에 불과한 반면, 앤트로픽 '클로드 4.6 오퍼스'는 25달러에 달해 최대 60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벌어진다. 딥시크의 최신 'V4-Pro' 역시 유사한 벤치마크 성능 기준 오픈AI 'GPT-5.5'의 12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됐고, 샤오미는 지난 5월 자사 API 가격을 최대 99%까지 인하하며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3~24년 오픈웨이트 AI의 표준을 세웠던 메타의 '라마(Llama)'는 이번 순위에서 사용 비중이 1% 아래로 추락하며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월가, "미국 AI 투자 자본 파괴" 경고
이 같은 흐름에 월가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제프리스의 글로벌 주식 전략 총괄 크리스토퍼 우드는 7월 27일 중국의 저렴한 오픈소스 모델이 미국 AI 투자에 "막대한 자본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중국이 에너지 공급 우위와 빠르게 좁혀지는 컴퓨팅 격차를 바탕으로 AI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개발자 행태 변화도 뚜렷하다.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마틴 카사도는 오픈소스 AI 스택의 80%가 이미 중국 모델로 구동되고 있다고 추정했으며, 국내 IT 업계에서도 "일상적인 코딩은 딥시크에 값싸게 맡기고, 복잡한 작업만 비싼 미국 AI를 부르는" 이른바 '섞어쓰기'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량이 곧 매출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우팅 거래량이 시장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여전히 프리미엄 엔터프라이즈 요금제를 통해 업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챗GPT·제미나이의 자사 소비자 트래픽은 라우터 거래량을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그럼에도 오픈라우터 데이터는 브랜드 충성도와 무관하게 비용만을 기준으로 한 개발자들의 실제 선택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중국 5위 석권'은 글로벌 AI 개발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