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언론 앞에 거의 나서지 않던 '침묵의 제왕' 이미지를 스스로 벗어던지고 여론전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는 프랑스 최대 일간지 르몽드의 6부작 승계 기획 보도에 맞서 3쪽짜리 반박 서한을 공개하고, 생애 처음으로 개인 X 계정을 개설해 이를 직접 확산시켰다.
서한에서 개인 계정까지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저녁 아르노는 LVMH 공식 X 계정에 '메르시(Merci·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서한을 먼저 게재했고, 27일에는 자신의 첫 개인 SNS 계정을 열어 같은 서한을 다시 올렸다. 이 계정은 순식간에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빌 애크먼 등 유명 투자자들이 팔로우에 나섰으며, 일론 머스크는 해당 게시물을 즉시 재게시했다.
월요일 오전 기준 게시물 조회수는 이미 200만 회를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이비통·디올 등 브랜드 성과로만 자신을 설명해온 아르노가 후계 의혹이 불거지자 소통 방식 자체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르몽드 보도의 핵심과 아르노의 반박
르몽드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기자 2명이 6개월간 임원 10여 명과 다섯 자녀, 아르노 본인까지 취재해 여섯 차례 연재를 내보냈으며, 마지막 편의 제목은 '아르노의 승계, LVMH 심장부의 독'이었다. 해당 편은 후계 구도를 가족의 "말 못 할 골칫거리"로 표현하며, 아르노가 다섯 자녀 모두 후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아르노는 서한에서 "가족의 균열에 베팅해 신문을 팔려는 자들은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냉소적으로 반박했고, "아르노 집안에서는 논의를 하면 음모가 되고, 의견을 나누면 경쟁이 된다"며 "자식들은 일요일마다 서로 전화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2억 유로(약 3340억원), 에콜폴리테크니크 수학연구소에 5000만 유로(약 835억원)를 기부했다는 점 등을 들어 프랑스 문화에 대한 기여를 부각시켰다.
사위 니엘과의 미묘한 대립
주목할 대목은 아르노가 르몽드에 직접 반문한 부분이다. 자신이 레제코, 르파리지앵, 파리마치, 라디오클라시크 등 여러 매체를 소유한 것을 두고는 편집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반면, 장녀 델핀의 사실혼 배우자인 통신재벌 그자비에 니엘이 르몽드 모회사 개인 주주라는 사실은 문제 삼지 않는 이중 기준이 아니냐고 물었다.
공교롭게도 반박 서한이 공개된 날은 LVMH의 2분기 실적 발표일과 겹쳤다. 패션·가죽제품 부문 분기 매출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고, 순이익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아 아르노 측은 이를 "승계 불확실성이 실적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논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열려 있는 승계 시나리오
아르노 가문은 LVMH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섯 자녀 델핀(51)·앙투안(49)·알렉상드르(34)·프레데리크(31)·장(27) 모두 그룹 또는 계열 브랜드에서 근무 중이지만 후계자는 여전히 지명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주주총회에서 아르노는 99% 지지로 재선임됐고, 주주들은 CEO 및 회장 연령 상한을 85세로 상향하는 안건도 승인했다. 이를 근거로 아르노는 승계 관련 질문에 "7~8년 뒤에 다시 물어보라"고 답했다.
앞서 2023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르노는 "꼭 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법도 없고 필요도 없다"며 외부 인사 승계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이번 반박 서한이 실제 후계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 또한 올초 일부 주주들이 승계 계획의 불투명성이 회사의 리스크 요인으로 커지고 있다며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누구?
베르나르 아르노는 1949년 프랑스 노르(Nord)주 루베에서 태어나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뒤 부친의 건설회사에 입사하며 사회에 발을 들였고, 1987년 LVMH 그룹을 창립한 이래 40년 가까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며 '럭셔리 제국의 황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루이비통, 크리스챤 디올, 지방시, 펜디, 셀린느, 로에베, 태그호이어, 모엣샹동, 헤네시, 세포라 등 총 75개 이상의 명품 및 유통 브랜드를 산하에 거느린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사업 영역은 의류·잡화·화장품·향수·주류·시계·면세유통 등 6개 부문에 걸쳐 있다.
2026년 6월 포브스 기준 아르노의 순자산은 약 238조원(1,710억 달러 안팎)으로 세계 9위 부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2022년 12월에는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유럽인 최초로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적도 있다. 그는 안 드바브랭과의 첫 결혼(1973~1990년)에서 2명, 피아니스트 헬렌 메르시에와의 재혼(1991년~)에서 3명 등 4남 1녀를 두고 있으며, 다섯 자녀 모두 현재 그룹 또는 계열 브랜드에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