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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이슈&논란] X에서 유행 '길게 누르기(카쿠시에)', 아동성착취물 은닉통로 되나…그록 딥페이크 성착취물 파문 시즌2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X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바이럴 트렌드인 '카쿠시에(kakushie, 일본어로 '숨겨진'이라는 뜻)'는 플랫폼의 이미지 압축 방식을 이용해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며 수백만 명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불쾌하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감추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techcrunch, tapandhold, 인디아타임스, 트렌드페이지 등에 따르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흥행몰이에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고질적인 콘텐츠 검열 공백을 파고드는 새로운 악용 통로로 지목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확산 속도와 규모


이 트렌드는 지난 며칠 새 폭발적으로 번지며 크리에이터들이 판타지 풍경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초상화, 초현실적 아트워크 등에 "길게 누르세요(Press and hold)"라는 짧은 캡션을 달아 게시하는 방식으로 확산됐다. 인도 매체 인디아타임스는 초기에는 단순한 창작 밈으로 시작됐으나, 일부 사용자들이 이 포맷을 악용해 훨씬 자극적인 콘텐츠를 숨기기 시작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로리콘 콘텐츠 은닉 의혹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미성년자로 묘사된 캐릭터를 성적으로 묘사한 이른바 '로리콘(lolicon)' 콘텐츠를 이 기법으로 감추는 사례다. 인디아타임스에 따르면 다수의 게시물이 겉보기엔 무해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시청자를 노골적인 미성년자풍 애니메이션·만화 콘텐츠로 유도하거나 불법 커뮤니티 또는 의심스러운 고정 링크로 안내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X의 아동성착취물 대응, 숫자로 본 현주소


X는 아동 성 착취(CSE) 콘텐츠에 대해 "일절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해왔다. X 안전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68만6,176건을 미국 실종·착취아동보호센터(NCMEC)에 신고했고, 이와 관련해 총 457만2486개 계정을 정지 조치했다. 또한 2024년 NCMEC 신고 중 46%는 사람이 직접 검토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처리됐으며, 이 가운데 309건의 신고가 실제 체포와 10건의 유죄 판결로 이어졌고, 2025년 상반기에도 170건의 신고가 체포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수치에도 불구하고 규제 당국의 평가는 정반대다.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X를 "아동성착취물(CSAM) 대응에서 주요 플랫폼 중 최악의 성과를 보이는 곳"으로 규정하며, 머스크가 2023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선언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문제가 "특히 체계적(systemic)"으로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X 측은 CSAM 관련 계정의 99% 이상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한국 내 실태도 심각


국내 조사 결과도 우려를 뒷받침한다. 조선일보가 성매매 관련 키워드 25개로 X 게시물 2만5000건을 수집해 이 중 분석 가능한 1만8374건을 살펴본 결과, 57.0%(1만465건)가 성매매 알선 또는 업소 광고 게시물로 확인됐다. 같은 조사에서 위기 청소년의 67.6%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착취 피해를 처음 경험했으며, 첫 피해 연령은 14세가 가장 많았다(30.5%)고 나타났다.

 

AI 생성 성적 이미지 논란과 겹쳐


'카쿠시에' 논란은 X의 AI 챗봇 '그록(Grok)'을 둘러싼 딥페이크 성착취물 파문 직후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2026년 1월 그록의 이미지 편집 기능이 여성·아동 사진을 비키니 등 노출 이미지로 무단 합성하는 데 악용되면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는 그록 접속을 아예 차단했다.

 

이에 X는 검찰 조사 직후 실존 인물 이미지를 노출 콘텐츠로 편집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제한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아동보호단체 CCDH(Counter Hate)는 별도 조사에서 그록이 원클릭 편집 기능 출시 후 단 11일 만에 여성·아동을 성적으로 묘사한 이미지를 대량 확산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규제 공백, 앞으로의 과제


X는 아직 '카쿠시에' 트렌드가 제기한 구체적인 안전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스튜디오글로벌 등 전문 매체들은 이 현상을 이미 논란이 됐던 CSAM 검열 문제와 연결지어 "은닉 기법 자체가 새로운 형태의 규제 회피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오프콤의 온라인안전법 위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압축 알고리즘의 기술적 허점을 이용한 이번 트렌드가 X의 콘텐츠 검열 시스템에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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