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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현대차 인도서 또 에어백 소송 '참패'…왜 '제2의 안방' 인도에서 에어백 결함사고가 많을까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현대차의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한쪽 시력을 잃은 피해자에게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L)이 61만5000루피(약 931만원)를 배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현대차가 인도에서 에어백 결함 논란에 휘말린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도 시장에서 반복되는 안전성 리스크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반복되는 인도 내 에어백 결함 판정…케랄라 위원회 판단 근거

 

인디언 익스프레스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인도 케랄라주 지구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3인 위원회 명의 결정문에서 "원고가 심각한 정면충돌 사고를 당했음에도 에어백이 안전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사실을 신뢰할 수 있는 증거로 입증했다"며 이를 제조상 결함으로 판단했다. 배상액 61만5000루피는 치료비 40만 루피, 정신적 피해 위자료 20만 루피, 소송비용 1만5000루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현대차 측이 "차량이 이전에도 사고를 당했다"는 점만 내세우며 "에어백 시스템이 실제로 비활성화됐다는 기술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인도 내 에어백 결함 판정


이번 사건은 인도 사법·준사법 기관이 현대차 에어백 결함을 인정한 최소 세 번째 사례로 파악된다. 2022년 4월 인도 대법원은 현대 크레타 차량의 에어백 미작동과 관련해 델리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배상금 지급 및 차량 교체 명령을 그대로 확정한 바 있다.

 

2023년 10월에는 인도 국가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NCDRC)가 2020년 발생한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현대차 인도법인의 제조상 결함 책임을 인정하고 동일 모델 교체 또는 구매가 현금 보상을 명령했다.

 

현대차에게 인도는 '제2의 안방'


인도는 현대차에 단순한 해외 시장이 아니라 사실상 제2의 본거지다. 현대차는 2026년 1월 인도에서 월간 7만3137대를 판매해 진출 30년 만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연간 400~500만 대 규모의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줄곧 2위권을 지켜왔다.

 

2024년 10월 인도 증시에 상장한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IPO로 약 4조4000억원을 조달해 대부분을 현지 재투자에 쏟았으며, 2028년까지 첸나이·푸네 공장을 합쳐 연산 11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의 인도 생산능력은 연 150만 대에 달해, 인도는 한국에 이은 '글로벌 제2 생산허브'로 자리매김했다.

 

FY25 기준 HMIL의 연결 매출은 6919억 루피(약 11조9000억~12조원)에 이르며, 최근에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핵심축 역할까지 맡고 있다.

 

 

국내 법원은 오히려 현대차에 유리한 판단


흥미로운 점은 같은 에어백 미작동 사고라도 한국 법원의 판단 기준은 인도와 다르다는 사실이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에어백 결함으로 아들이 숨졌다며 부모가 낸 1억240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충돌 센서에 에어백 작동 조건을 충족하는 충격력이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에어백을 "보조적 안전장치"로 규정하며 제조사의 설명 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인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소비자는 기술적 충돌 역학을 이해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으며, 안전 기능은 일반 구매자의 합리적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고 본 인도 대법원 판례의 소비자 친화적 접근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왜 유독 인도에서 에어백 결함 논란이 반복되나


문제의 핵심은 인도 시장 특유의 '원가 절감형 사양 차별화' 관행에 있다는 것이 안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글로벌 신차 안전성 평가기관 글로벌 NCAP(Global NCAP)은 2022년 인도산 크레타와 i20에 대해 각각 별 3개 등급을 부여하며 "현대차와 토요타 등이 ESC(차체자세제어장치)와 측면·머리 보호 에어백을 인도 시장의 기본 사양으로 채택하지 않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직격했다.

 

2025년 12월에는 인도산 소형 해치백 그랜드 i10이 아프리카 수출용 충돌시험에서 성인 탑승자 보호 부문 34점 만점에 0점, 별 0개를 받았는데, 시험 차량에는 측면·머리 보호 에어백과 ESC가 전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브랜드라도 생산국에 따라 안전 수준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례도 있다. 2022년 글로벌 NCAP이 멕시코산 엑센트와 인도산 그랜드 i10을 나란히 충돌시험한 결과, 멕시코산은 승객 보호 구역이 안전하게 유지된 반면 인도산은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부상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정반대 판정을 받았다.

 

이런 구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인도 자동차 안전 규제도 있다. 인도는 2023년 10월에야 자체 충돌시험 프로그램인 '바라트 NCAP(Bharat NCAP)'을 도입했는데, 이는 해외에서 시험할 경우 대당 약 2억5000만원이 드는 비용을 6000만원 수준으로 낮춰 제조사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이 컸다.

 

저가 경쟁이 극심한 인도 소형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에어백·ESC 같은 안전장치를 '선택 사양'으로 돌리며 원가를 낮추는 관행이 굳어졌고, 그 결과 동일 모델이라도 선진국 수출형과 인도 내수·개도국 수출형 사이에 안전 사양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도 시장 확대 속 안전성 논란 부담

 

이번 케랄라주 판결에서 문제가 된 2010년형 i20 역시 이런 시기적·구조적 한계 속에서 생산된 모델로, 시장 지배력 확대에 주력해온 현대차가 앞으로 안전 투자와 원가 절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갈지가 인도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를 전기차·모빌리티 미래 거점으로 육성 중이지만, 최근 세금 관련 분쟁(약 800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 및 법적 대응)까지 겹치며 현지 리스크가 누적되는 모양새다. 잇따른 에어백 결함 판정은 브랜드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향후 국토부 격의 인도 규제당국이 에어백 미전개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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