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두 마리의 범고래가 2톤에 달하는 개복치를 박치기를 통해 수천 조각으로 산산조각 내는 전례 없는 수중 영상이 공개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상은 생물학자이자 고래 연구자인 한네 스트라거가 NBC 뉴스에 출연해 이 극적인 행동을 분석하는 계기가 됐다.
NBC 뉴스, smithsonianmag.com, kcra.com에 따르면,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서 촬영된 범고래 두 마리의 '충돌-분쇄(ram to fragment)' 사냥 장면이 지난 7월 22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Ethology》에 공식 논문으로 게재되며 전 세계 과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게 2톤 개복치, 협동 헤딩으로 산산조각
영상 속에서 암컷으로 추정되는 범고래 한 마리가 죽은 날카로운꼬리개복치를 입으로 붙들고 있다가 슬며시 놓아주자, 짝을 이룬 다른 범고래가 총알처럼 돌진해 머리로 들이받아 개복치를 폭발물처럼 산산조각 낸 것으로 확인됐다. 무게 약 2톤에 달하는 개복치가 이 충격으로 수천 개의 조각으로 흩어졌고, 새끼 범고래가 헤엄쳐 와 부서진 조직을 먹는 장면까지 포착됐다.
이 행동을 처음 기록한 캐스린 에이어스(Kathryn Ayres) 연구원은 해양 비영리단체 '비니스 더 웨이브(Beneath the Waves)' 소속으로, 2024년 7월 GoPro로 첫 사례를 촬영했고 2025년 관광객이 촬영한 두 번째 사례를 추가로 확보해 논문에 반영했다. 이는 이러한 협동 사냥·분해 기술이 학술 문헌에 공식 기술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놀이인가 사냥 훈련인가…전문가 견해 엇갈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해양생물학자 루크 렌델(Luke Rendell)은 이 행동이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된 범고래 특유의 '교육 체계'일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한 마리가 개복치를 놓아주면 다른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패턴이 협동 능력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에이어스 연구원은 CNN 인터뷰에서 범고래들이 이미 영양가 높은 개복치의 내장을 섭취한 뒤였다는 점을 들어, 산산조각 낸 행동이 즉각적인 먹이 목적보다는 '재미'를 위한 것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범고래의 지능과 사회성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범고래는 7~10세 어린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캐나다 연구팀이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관찰한 결과 인간에게 먹이를 나눠준 사례가 34건 확인된 바 있다.
스페인·포르투갈 '보트 놀이' 논쟁과 닮은꼴
이번 사례는 이베리아반도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고래의 선박 접촉 행동 논쟁과도 유사한 해석 구도를 보인다. 2020년 이후 500건 이상의 범고래-선박 접촉이 기록됐지만 실제 침몰로 이어진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했으며, 스페인 고래연구단체 CIRCE는 이를 공격이 아닌 '놀이'로 해석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와 비영리단체 와일드 오르카(Wild Orca)의 연구원 데보라 자일스 역시 범고래의 호기심 많고 장난기 많은 성향을 근거로 이러한 상호작용이 공격성보다 유희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범고래 행동을 인간의 잣대로 의인화해 '공격성'으로 단정짓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유사 행동에 대한 장기 관찰과 세대 간 전승 여부 확인이 후속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