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두산그룹의 SK실트론 인수 태도는 지난 10개월간 '신중한 검토'에서 '전방위 총력전'으로 뚜렷하게 진화해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몸값을 밀어올리는 가운데, 두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 지분까지 100% 확보를 추진하며 판을 키우는 배경과 향후 승부처를 시나리오별로 짚어본다.
검토에서 올인으로, 태도 변화 타임라인
지난해 10월 초 인수설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두산은 "SK실트론 인수 여부는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었으나, 외부 자문사 없이 SK그룹과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으며 이례적으로 속도를 냈다. 12월 17일 SK㈜가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하면서 지분 70.6%, 거래규모 4조원대라는 구체적 조건이 시장에 공개됐다.
올해 5월에는 두산이 SK 보유 지분과 TRS 지분에 대한 SPA를 체결하는 동시에 최태원 회장 개인 지분 29.4%까지 연내 확보해 지분 100%를 완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초기 "필요 지분만 인수"에서 "그룹 통째로 흡수"로 전략이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반도체 업황이 급변하면서 SK와 두산 양측은 매각가 재조정을 놓고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이며, SK 측은 "거래 자체를 접는 것이 아니라 최종 조건을 다듬는 단계"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매각은) 실무진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는 그의 재산분할 부담이 대법원 파기환송과 SK 주가 급등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SK 측의 매각 압박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분석과 맞물린다.

왜 두산은 이 딜을 놓을 수 없나
두산이 가격 이견에도 딜 자체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한 '밸류체인 완성' 논리에 있다. 두산은 2022년 인수한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비메모리 테스트)와 ㈜두산 전자BG사업부(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 CCL)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SK실트론(웨이퍼 전공정)이 더해지면 "웨이퍼 제조→PCB 소재→최종 테스트"로 이어지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 수직계열화가 완성된다. 여기에 세미파이브의 반도체 설계 역량까지 연계하면 설계-소재-검사를 아우르는 독자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자금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산정 기준 두산이 시장 예상가대로 인수를 완료하려면 1조7,300억원을 추가 조달해야 하며, 보유 현금을 전부 투입해도 인수 대금 절반 이상을 빚으로 채워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SK실트론 자체의 순차입금/EBITDA 배율이 2022년 말 1.3배에서 2025년 9월 말 5.4배로 치솟은 데다, 차입금 중 약 1조7,000억원에는 '지배구조 변경 제한 특약'이 걸려 있어 최대주주 변경 시 추가 상환 압박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이중 압박을 합치면 최대 3조4,000억원 규모의 재무 리스크가 두산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시나리오별 향후 전략과 승자의 저주 마지노선
시장에서는 두산이 가격 조정에는 유연하게 응하더라도 인수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재산분할 부담이 크게 줄어 SK 측의 급매 필요성이 사라진 반면,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SK실트론의 자산가치와 중장기 성장성이 재평가되고 있어 양측의 협상력은 오히려 SK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두산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 상한선이다. 초기 제시가 4조~5조원대 기준으로도 1조7,000억원 이상의 추가 차입이 불가피했던 만큼, 업계에서는 밸류체인 완성이라는 전략적 실익을 고려하더라도 5조원 초반대가 두산이 신용등급 훼손 없이 감내할 수 있는 실질적 마지노선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재무 건전성 훼손과 시너지 효과가 상쇄되는 '고가 인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