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과학이 노화라는 질병을 완전히 정복하는 날이 와도, 인간의 수명에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수학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Sciencealert, Newsweek, Fifth Third Bank, 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에 따르면, 러시아 스콜코보과학기술연구소(Skoltech)와 러시아 인공지능연구소(AIRI)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npj 에이징'에 발표한 논문에서 암·심장병·치매 등 노화와 관련된 모든 가역적 질환을 완전히 제거하더라도 인간의 중간수명(median lifespan)은 최대 146~194세, 평균 약 156세 선에서 한계에 부딪힌다고 밝혔다.
1759세에서 156세로, 숫자가 말해주는 것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연구진이 제시한 두 개의 극단적 숫자다. 계산생물학자 드미트리 크리우코프와 예브게니 예피모프가 이끄는 연구팀은 만약 인체가 전혀 노화하지 않는 가상의 유기체라면 이론적 중간수명이 무려 1759세에 달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여기에 단 하나의 변수, 즉 세포 분열 과정에서 무작위로 발생해 평생 축적되는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만 반영해도 중간수명은 156세로 급격히 추락한다. 다른 모든 노화 요인이 사라져도 이 숫자는 발전된 국가들의 현재 평균 기대수명 약 79~80세의 정확히 두 배 수준에 그친다.
이 시뮬레이션은 실제 실험 데이터가 아니라 수학적 모델링에 기반한 추정치라는 점에서, 크리우코프 연구팀 스스로도 "계산된 최대 수명이 인간 수명의 절대적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뇌와 심장, 재생 못하는 세포가 만드는 병목현상
연구가 밝혀낸 핵심 메커니즘은 조직별 세포 재생 능력의 극명한 차이다. 피부와 간처럼 세포가 활발하게 교체되는 조직은 손상된 세포를 지속적으로 새 세포로 갈아치우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오랜 기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신경세포(뉴런)와 심근세포는 태어난 이후 거의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평생 그대로 누적되며, 바로 이 재생 불가능한 조직이 치매와 심부전이라는 형태로 인간 수명의 가장 엄격한 병목을 형성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논문 공동 저자 예피모프는 이 연구의 핵심 발견을 "조직 유형 간의 극심한 차이"라고 요약하며, 분열하지 않는 뉴런과 심근세포가 주요 제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인류 최장수 기록은 1997년 122세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인 잔 칼망(Jeanne Calment)이다. 이 실제 기록과 156세라는 이론적 상한선 사이의 간극은, 인류가 아직 생물학적 한계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여지가 남아있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노화는 단일 원인이 아니다"라는 겸손한 결론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겸손하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노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변수일 뿐,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와 후성유전학적 변화, 텔로미어 단축, 단백질 항상성 상실 등 다른 생물학적 요인들이 결합될 때 실제 수명 한계는 더 복잡한 양상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솔크연구소의 제럴드 샤델 박사팀이 별도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텔로미어 손상이 미토콘드리아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어, 노화의 여러 특징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얽혀 작동한다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재생의학 연구자 에글레 파비데는 이번 연구에 대해 "세포에 축적되는 DNA 손상이 인간이 무한정 살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면서도 "동시에 인체가 얼마나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인지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철학적 질문…'유한함'이 인간다움의 조건이라면
이 연구가 제기하는 진짜 질문은 생물학을 넘어선다. 만약 인류가 언젠가 156세라는 벽에 도달한다면, 그 삶은 지금 우리가 아는 '인생'과 같은 것일까. 죽음이라는 마감 시한이 인간의 사랑, 야망, 창작, 그리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의 근본 조건이었다는 실존주의적 통찰 - 하이데거가 말한 '죽음을 향한 존재(Sein-zum-Tode)' - 은 156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다만 그 유한함의 좌표가 79세에서 156세로 두 배 늘어난다면, 인류의 결혼·직업·가족·문명의 리듬 자체가 재설계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단순한 생물학적 상수가 아니라 문명사적 변수로 읽힐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연구가 던지는 통찰은 명확하다. 인간이 아무리 정교한 항노화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지는 무작위적 오류의 축적, 생명이라는 시스템이 스스로에게 부과한 '엔트로피의 세금' 만큼은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