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세기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금 9440억원과 지연이자(연 5%)를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으면서, 시장의 관심은 최 회장이 이 거액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에 쏠리고 있다.
판결 핵심, 왜 지분 아닌 현금인가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 재산으로 인정하면서도, 지분 자체를 넘기지 않고 부족분을 현금으로 메우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보유 주식이 경영권과 지배권의 근거가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으며, 이에 따라 SK㈜ 지분의 직접적인 변동은 발생하지 않아 당장 지배구조에 흠집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금액을 가른 건 주가 산정 시점이었다. 재판부는 주식 가치 산정 기준일을 파기환송 후가 아닌 종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는데, 당시 SK㈜ 종가는 16만원 수준이었던 반면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인 지난달 26일 종가는 81만5000원으로 5배 넘게 뛴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 급등분을 가액에는 반영하지 않되,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데는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최종 지급액은 2심에서 인정된 1조3808억원보다 약 4368억원(32%) 줄어든 9440억원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국내 이혼소송 사상 최대 규모다.
첫 번째 시나리오…주식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은 지분을 팔지 않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 유지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꼽힌다. 다만 최 회장은 이미 보유 SK㈜ 주식의 상당 부분을 담보로 잡힌 상태다. 지난 5월 19일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에 118만4616주(대출액 4000억원), 하나은행에 34만276주(대출액 365억원)를 각각 담보로 제공했고, 이 외에도 두 건의 질권설정(합계 120만4063주, 대출금액 비공개)이 더 있어 담보 제공 주식은 총 272만8955주에 달한다.
공시상 확인되는 대출만 4365억원 규모다. 앞서 2024년 항소심 당시에도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이미 주식가치의 절반가량인 1조원 안팎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어, 추가 차입이 이뤄질 경우 개인 차입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번째 시나리오…SK실트론 매각
SK㈜는 지난해 12월 17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을 선정했다고 공시했으나, 협상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을 반영해 실트론 기업가치가 매각 논의 초기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룹 내부적으로 매각 자체를 재검토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SK㈜가 실트론 지분 70.6%를,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29.4%(TRS 형태)를 각각 보유한 구조여서, 최 회장 개인 지분까지 이번 매각과 함께 정리될지가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지분을 처분해 현금화할 경우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와 지급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거래를 서두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SK㈜와 두산 간 본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개인 지분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배당 및 지분 직접 매각
SK㈜의 연간 배당 규모를 감안하면 최 회장 지분(17.9%)에서 나오는 배당수입만으로 9440억원을 단기간에 채우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SK㈜ 지분 직접 매각도 이론상 대안이지만,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주가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양도소득세가 발생하고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배구조·리밸런싱 후폭풍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최근 2년간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AI·반도체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리밸런싱' 작업이 이번 판결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판결로 재산분할금이 9440억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향후 자산 매각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지만, 상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조달 방식 자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실제 지분 매각이나 사업재편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상고 여부와 지연이자 셈법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선고 직후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며 재상고 여부를 유보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연 5% 지연손해금은 선고일이 아닌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발생하는 구조여서, 재상고가 이뤄질 경우 확정이 늦어지는 만큼 지연손해금 발생 시점도 뒤로 밀려 최 회장 측에 자금 운용상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는 재상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 판결 자체를 다툴 실익이 있는지가 우선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시장 반응과 SK하이닉스 변수
이번 판결이 SK그룹 지배구조나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 주가에 미칠 영향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앞서 2024년 항소심에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됐을 당시에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되며 SK㈜ 주가가 하루 만에 9% 넘게 급등한 전례가 있어, 이번 파기환송심 결과가 실제 자금 조달 방식으로 구체화되는 국면에서도 시장 변동성이 재연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