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군이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실전 배치된 F-16 전투기의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를 단 한 줄도 수정하지 않은 채 외부 AI 자율비행 알고리즘만 이식해 공중 임무를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인도 일간지 Times of India, 튀르키예 MyNet에 따르면, '베놈(VENOM·Viper Experimentation and Next-gen Operations Model)'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이번 실증은 이륙 직후 안전 고도에 진입하자마자 인간 조종사가 조종간에서 손을 완전히 뗀 채 AI에 전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존 시험들과 결을 달리한다.
3년 누적된 실증의 정점
AI 조종 F-16의 역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2월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개조된 F-16D '비스타(VISTA, X-62A)'가 AI 알고리즘만으로 12회 비행을 수행하며 사상 첫 실기체 자율제어 사례를 기록했고, 이후 17시간 이상 인간 개입 없이 비행하는 성과를 냈다. 이 시험은 DARPA(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국가 안보를 위한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조직)가 2019년 시작한 '공중전 진화(Air Combat Evolution, AC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총 21회의 시험비행이 누적됐다.
정점은 2023년 9월 벌어졌다. AI가 조종하는 X-62A와 인간 조종사가 모는 유인 F-16이 최대 시속 1,931km(마하 1.5 이상)로 서로 접근하며 근접 공중전, 이른바 '도그파이트'를 벌였고 두 기체 간 거리는 610m까지 좁혀졌다. 프랭크 켄달 당시 미 공군장관은 "최첨단 머신러닝 기반 자율성이 역동적인 전투 기동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으나, 실제 승패는 공개되지 않았다.
무엇이 이번 베놈 실증을 다르게 만드나
기존 X-62A 비스타 실험이 별도 개조된 시험기 위주였다면, 이번 베놈 프로그램은 표준 F-16의 비행 제어 컴퓨터(FCC)와 내장 센서 인프라를 그대로 보존한 채 AI 유닛만 결합했다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제임스 "팽스" 발피아니 공군 대령은 이 방식이 방산 자본과 개발 시간을 대폭 절감하면서 현역 유인 기체를 신속히 AI 무인 전투기로 전환할 수 있는 효율적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인간 개입'에서 '인간 감독'으로
이번 성과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사람이 AI의 모든 전술 판단을 일일이 승인해야 무기체계가 작동하던 '인간 개입(Human-in-the-loop)' 방식에서, AI가 스스로 전장을 분석해 기동을 주도하고 인간은 결과만 감독하는 '인간 감독(Human-on-the-loop)' 체계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미 공군과 DARPA의 최종 목표는 이런 자율 비행 능력을 갖춘 무인 전투기들로 '독자적 무인 편대(Autonomous Fleet)'를 구성해 실전 배치하는 것으로, 향후 가시거리 밖(BVR) 공중전에서는 인간 조종사가 조기경보통제기에서 거시적 공격 승인만 내리고, 실제 초고속 기동·전자전 대응·방공망 제압(SEAD) 등은 AI 편대가 자율 수행하는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이와 병행해 미 공군연구소(AFRL)의 '인공지능 강화(AIR)' 프로그램도 탄력을 받고 있다. 패트릭 다이스 하이랜드(Patrick Dice Highland) 중령은 그간 시뮬레이터에 갇혀 있던 다기종 공중전 AI 에이전트가 이제 실제 하늘에서 다기능 가상 교전을 수행할 인프라를 완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전 배치 시점이나 완전 무인 전투기의 등장 시기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명확한 로드맵이 공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