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소니 최고경영진이 실물 디스크 폐지로 촉발된 소비자 반발을 잠재우려 직원들에게 사상 최고 수위의 함구령을 내린 지 불과 며칠 전, 정작 자신들은 발표 이틀 만에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리더십 전반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니, 디스크 반발 잠재우려 '함구령'까지…33년 역사 지우는 대가는 침묵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2028년 1월부터 신작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전 세계적 반발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으며 회사는 직원들에게 역대 최고 수위의 소셜미디어 함구령을 내렸다.
전직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작가 알라나 피어스의 폭로에 따르면, 소니가 역대 가장 강력한 소셜 미디어 정책을 직원들에게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갓 오브 워》 개발사에서 근무한 피어스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퍼스트파티 스튜디오 직원들로부터 이번 지침이 기존에 경험했던 어떤 것보다도 훨씬 강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1994년 초대 플레이스테이션 출시 이후 33년간 이어져 온 '디스크에 담긴 소프트웨어' 시대가 사실상 종료를 맞자, 도미노 피자, KFC, 게임스탑 등 주요 브랜드들이 소니를 겨냥한 집단 풍자에 나서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풍자 전쟁'이 벌어졌다. 이는 소니가 스스로 자초한 이미지 손상이라는 평가로 이어지며, "돈을 지불해도 게임을 소유하지 못하고 플랫폼 라이선스만 빌려 쓰는 구조가 굳어진다"는 소비자 우려를 증폭시켰다.
33년 만에 끝나는 디스크 시대에 청원 서명 25만명 넘어
캐나다 독립 게임 소매점 PNP 게임즈가 주도한 '디스크를 죽이지 마라(Don't Kill the Disc)' 청원은 시작 나흘 만에 11만 7,000명을 돌파했고, 이후 6일 만에 16만명, 발표 9일째인 7월 9일에는 26만 4,000명을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서명자가 늘고 있다.
청원 측은 스팀이나 PS 스토어 같은 디지털 전용 플랫폼의 경우 사업자가 언제든 판매를 중단하거나 게임을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그랜드 테프트 오토 6' 실물판마저 디스크 없이 다운로드 코드만 제공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팬들의 실망이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 이틀 만에 CEO 지분 56.5% 매도
히로키 토토키 소니그룹 사장 겸 CEO는 지난 7월 1일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을 공식 발표한 지 이틀 만인 7월 3일, 보유 주식 22만 5,000주를 주당 21.02달러에 매도해 약 472만 9,500달러(약 65억~71억원)를 확보했다. 이는 그가 보유하던 해당 종류 주식의 약 56.5%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같은 날 토시모토 미토모 최고전략책임자(CSO)도 2만 5,000주를 같은 가격에 매도해 약 52만 5,500달러(약 7억 9,600만원)를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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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버 퀀트 집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소니 내부자의 공개시장 거래는 총 4건으로 모두 매도였으며, 앞서 5월에도 요시다 켄이치로 이사가 보통주 40만 주를 주당 22.61달러에 매도해 약 904만 4,000달러를 회수한 바 있다.
소비자엔 함구령, 경영진엔 '침묵의 매각'
소니가 소비자 반발을 촉발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작 직원들에게는 팬들과의 소통조차 금지하는 강도 높은 지침을 내린 반면, 경영진은 시장에 아무 설명 없이 지분을 처분한 정황이 겹치면서 내부 정보 이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들의 개별 매도가 법적으로는 정상적인 공개시장 거래로 신고됐다는 점에서 위법성 입증은 쉽지 않지만, 소비자 권리를 축소하는 발표 직후 최고경영진이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처분한 타이밍은 기업 윤리 차원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00% 마진 노린 계산된 결정이라는 지적
시장분석기관 니코 파트너스의 게임 전문 분석가 다니엘 아흐마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중고 게임 디스크 거래를 억제하고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통한 수익 100%화를 노린 플랫폼 주도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니그룹이 지난 5월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판매의 85%가 이미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이었으며, 이는 전년 동기 80% 대비 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독점 전문 법률가들은 실물 패키지 폐지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해 향후 가격 담합·집단소송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니코리아까지 이어진 '현금 인출기' 지배구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은 한국 법인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소니코리아(대표이사 키타지마 유키히로)는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1,635억원을 일본 본사로 송금했으며, 2년간 순이익의 절반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총 629억원을 본사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에서 740억원 규모의 소송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뉴스스페이스의 공식 질의에 소니코리아는 무책임한 태도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100%를 보유한 본사의 철저한 통제 아래 한국 법인이 현금 인출기 역할만 하고 있는 기형적 지배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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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하는 리더십 신뢰, 확산되는 소비자 반발
소비자 신뢰 훼손은 실제 반발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스크를 죽이지 마라' 청원은 26만 4,000명까지 서명자가 늘었으며, 캐나다 소매점 PNP 게임즈의 제이드 피어스 CEO는 "실물 매체 종료는 소비자 선택권을 없애고 지역 경제를 약화하며 플랫폼 홀더에게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임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 역시 소니의 결정을 두고 이용자는 "수도꼭지를 틀 권리뿐"인 존재로 전락한다며 직격했다. 소비자에게는 침묵을 강요하고, 스스로는 이해상충 논란이 될 만한 매도에 나선 경영진의 이중적 행보가 소니 리더십 전반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