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성과급 격차로 인한 노노(勞勞) 갈등과 미국 증시 상장 논란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위기 국면에 "정부와 기업 모두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발언은 헌법 제119조가 규정한 경제 질서의 원칙을 지렛대로 삼아,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과급 100배 격차, 갈등의 뿌리
지난 5월 극적으로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약은 반도체(DS) 부문과 완제품(DX) 부문 간 성과급 격차를 둘러싸고 사내 후폭풍을 키웠다. 잠정합의안에 따라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업부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데, DS 부문 메모리 직원은 평균 5억 6712만원에서 최대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 반면 DX 부문 직원은 상생 명목의 자사주 600만원만 지급받아 최대 100배에 이르는 격차가 발생했다.
이 여파로 반도체 중심의 초기업노조에서 한 달 새 1만 7000명이 탈퇴하는 등 노노 갈등이 조직 재편으로까지 확산됐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초기업노조는 찬성률 80.6%를 기록했지만, 비반도체 조합원이 많은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찬성률이 21.1%에 불과했고, 표결에서 배제된 동행노조는 투표 무효 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헌법 119조 앞세운 준감위의 '겸손론'
이 위원장은 이날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 '거고사추 지만계일(居高思墜 持滿戒溢)'을 인용해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겸손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발간한 준감위 2025 연간보고서 발간사에서도 "노사 간은 물론 노노 간에도 인권 및 준법경영에 반하는 위법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노사 간 건강한 긴장관계 정립을 주문한 바 있다. 성과급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절차가 진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감위가 검토하는 것은 없다"면서도, 이사회 안건 상정 전 검토 의견이 올라오면 살펴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주주단체의 법적 대응 움직임도 변수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등은 세금도 원천징수하지 않은 영업이익을 성과급으로 미리 약속한 노사 합의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금협상 타결을 계기로 향후 5년간 상생 생태계 구축과 미래 인재 양성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美 ADR 상장설, 회사는 부인했지만 불씨는 남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위한 초기 검토에 착수했으며 일부 투자은행과 예비 협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즉각 "미국 ADR 상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SK하이닉스와는 회사 상황이 다르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상장에 성공한 이후 삼성전자 주요 주주인 아티산파트너스가 "110조원을 투자해도 마이크론 절반 대우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려면 미국 상장이 필요하다"고 공개 촉구한 것과 맞물려 나온 관측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ADR 상장 추진 여부에 대해 "아직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검토 사항인지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며 "회사에서 검토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월가에서는 TSMC가 30여년 전 ADR 발행 1호 기업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은 사례를 근거로, 삼성전자 역시 기존 주식을 미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의 ADR 추진이 저평가 해소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호남 반도체 투자, 준감위 검토는 '아직'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이 위원장이 "회사 계획이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가기 전 준감위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면 관련 내용이 넘어오게 된다"며 아직 검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어떠한 계기에서 시작됐는지부터 살펴보고, 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절차가 이뤄지는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투자 배경과 절차의 준법성을 향후 살펴볼 여지를 열어뒀다.
이 위원장은 상반기 준감위 활동을 "워낙 이슈가 많아 정신이 없었다"고 돌아보며, 하반기에는 노사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의견을 모아 나갈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