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금)

  • 맑음동두천 9.5℃
  • 맑음강릉 16.2℃
  • 맑음서울 13.7℃
  • 맑음대전 10.6℃
  • 맑음대구 11.2℃
  • 맑음울산 13.5℃
  • 맑음광주 13.0℃
  • 맑음부산 16.8℃
  • 맑음고창 9.6℃
  • 맑음제주 18.8℃
  • 맑음강화 11.2℃
  • 맑음보은 6.2℃
  • 맑음금산 7.8℃
  • 맑음강진군 10.6℃
  • 맑음경주시 9.3℃
  • 맑음거제 13.6℃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공간사회학] 사막이 낳은 자연의 지혜·천연 에어컨 '바드기르'…전기 없이도 도시를 살린 3000년의 열역학과 3가지 물리법칙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열흘 넘게 이어지는 이란 중부 사막 한가운데서, 전기도 선풍기도 없이 실내 온도를 20도대까지 낮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비밀은 지붕 위로 우뚝 솟은 흙빛 굴뚝, 페르시아 선조들이 남긴 무동력 냉방 병기 천연 에어컨 '바드기르(Badgir)'에 있다.

 

2500년을 이어온 바람의 건축


바드기르는 페르시아어로 '바드(바람)'와 '기르(잡다)'가 합쳐진 말로, 영어권에서는 '윈드캐처(Windcatcher)'로 번역된다. 그 기원은 페르시아 제국이 중동 대부분을 지배했던 약 2500년 전으로 추정되며, 현존하는 야즈드의 바드기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4세기에 지어졌다.

 

야즈드에는 현재까지도 700개에 달하는 바드기르가 남아 있으며, 이 중 1747년 지어진 돌라트아바드 정원(Dowlatabad Garden)의 바드기르는 높이 33미터(약 108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윈드캐처로 꼽히면서도 완공된 이후 단 한 번도 전기를 쓰지 않고 지금까지 파빌리온 실내를 식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이러한 독창적 적응력을 인정받아 유네스코는 2017년 야즈드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사막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한 살아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바람 한 줄기로 20~30도를 떨어뜨리는 3단 냉각의 비밀


바드기르의 원리는 복잡한 기계장치 없이도 물리 법칙 세 가지만으로 완성되는 정교한 열역학 시스템이다.

 

첫째는 '코안다 효과(Coanda effect)'로, 탑 상단에 뚫린 여러 통풍구 중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구멍으로 공기가 밀려 들어가면 반대편 구멍에서는 압력차가 발생해 실내의 뜨거운 공기가 저절로 빨려 나가는 구조다. 탑 내부는 십자형 격벽으로 나뉘어 있어 바람 방향이 어느 쪽이든 유입과 배출이 서로 섞이지 않고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설계됐다.

 

둘째는 밀도차를 이용한 '스택 효과(stack effect)'다. 바람이 거의 없는 날에도 실내의 더운 공기는 밀도가 낮아 자연스럽게 위로 떠오르고, 탑을 통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면서 그 자리를 상대적으로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채운다. 이 원리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밤에도 냉각 순환을 멈추지 않게 해주는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셋째, 가장 극적인 온도 하강은 지하수로 '카나트(Qanat)'와의 결합에서 나온다. 태양이 전혀 닿지 않는 지하 수로에는 밤사이 식은 차가운 공기와 물이 고여 있는데, 바드기르가 만들어내는 압력차가 이 냉기를 서서히 위로 끌어올리면서 물 표면을 지나는 공기 중 일부가 증발하며 한 번 더 냉각되는 '증발냉각(evaporative cooling)' 과정을 거친다.

 

실제로 열교환 장치를 결합한 윈드캐처의 전산유체역학(CFD)·풍동 실험에서는 외부 조건에 따라 공급 공기 온도를 최대 섭씨 12도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카나트와 직결된 구조에서는 실외 기온이 섭씨 43도(화씨 110도)에 이를 때도 실내 바닥면 온도가 섭씨 7~10도(화씨 45~50도)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1978년 이란 출신 공학자 메흐디 바하도리(Mehdi Bahadori)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게재한 현장 측정 자료에서는, 제대로 설계된 바드기르의 성능계수(COP)가 약 28대 1로 나타나 현대식 에어컨(약 3대 1)보다 약 9배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흙벽돌 자체가 낮 동안 열을 흡수해 뜨거운 태양을 차단하고 밤에 서서히 방출하는 높은 열용량을 지녔기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고대 기술, 현대 도시 건축에도 부활?


이 고대 기술은 21세기 친환경 건축의 실험대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탄소중립 신도시 마스다르시티(Masdar City)는 높이 45미터의 대형 현대식 윈드타워를 설치해 광장 온도를 최대 섭씨 20도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상단의 루버가 바람을 잡아 좁고 그늘진 통로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만 담당 연구진은 "냉방 효과와 에너지 절감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 이는 고대 기술의 현대적 재현이 규모와 재료의 차이로 성능 재현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두바이를 비롯한 걸프 지역에서는 실용적 바드기르 대신 장식적 요소로 변용된 형태가 많아, 기능은 사라지고 미학과 정체성의 상징으로 남은 경우도 관찰된다.

 

과학·철학·문화가 교차하는 건축장치


바드기르는 단순한 건축 장치를 넘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철학적 텍스트로도 읽힌다. 전기와 화석연료 없이 오직 바람의 물리 법칙과 흙의 열용량만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는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명제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사례이며 흰개미집의 자연 환기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집트의 말카프(malqaf), 파키스탄의 망(mangh), 예멘 사나(Sana'a)의 타워하우스, 걸프 지역의 바르질(barjeel) 등 서로 교류가 없었던 여러 문명이 각자 독립적으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도 이 원리의 보편성을 보여준다. 야즈드 주민들이 대대로 "바드기르 덕분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고 증언하는 대목은, 기술이 반드시 복잡하고 값비싸야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통찰을 던진다.

 

무엇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위기가 전 지구적 화두인 지금, 2500년 전 사막의 지혜가 마스다르시티 같은 미래도시 설계의 참고서로 재호출되는 현상은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6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왜 고양이는 병원을 찾아왔을까…소아병동에 남을 그림, 기다림 곁에 놓일 위로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병원에서는 누구나 무언가를 기다린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서 사람은 자주 말이 없어진다. 위로가 필요하지만, 어떤 말도 쉽게 들어오지 않는 순간이 있다. 올가을 창원의 한 병원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은 말을 걸지 않는다. 푸른 눈으로 올려다보고, 꽃 그늘에서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벤치 위에서 쉬거나 숲속에서 서로 몸을 기댄다. 그림 앞에 선 사람에게 다가오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다만 저마다의 자리에서 관람객을 바라본다. 김주성 작가의 초대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가 10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열린다. 병원 1층 로비 특별전시실에 회화 45점을 선보이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소아과에서 치료받는 아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작가의 뜻에서 출발했다. 작품 일부는 소아병동에 기증될 예정이다. 도록 첫머리에는 전시 제목과 짝을 이루는 문장이 적혀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양이가 나를 바라본다.’ 이 문장은 전시를 읽는 하나의 열쇠다. 처음에는 사람이 고양이를 구경한

[공간사회학] 몽골 게르의 생존공학 "영하 50도 혹한차단의 비밀"…둥근 천막·하나와 토노·천장 구멍과 불·호이모르·무빙 기후장치·아르갈 순환경제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10월 첫째 월요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World Habitat Day)’이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설계돼야 하는지, 인간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집이란 무엇인지, 고층 아파트와 스마트시티가 만든 공간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가고,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50도에 이르는 몽골 대초원에도 ‘적정 주거’에 대한 오래된 답이 있다. 목재 골조 위에 양털 펠트를 덮은 둥근 집, 게르다. 유엔해비타트는 2026년 세계 주거의 날의 화두로 ‘모두를 위한 적정 주거(Adequate Housing for All)’를 제시했다. 이는 집을 단순한 건물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안전·건강·에너지·공기·돌봄·존엄을 보장하는 삶의 기반으로 보자는 제안이다. 게르는 바로 이 질문의 가장 극적인 사례다. 이동 가능한 펠트 주거는 초원의 바람과 한파에 적응한 지혜였지만, 오늘날 석탄 난방과 실내외 미세먼지, 낮은 단열 성능이라는 현실적 한계도 동시에 안고 있다.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뉴스스페이스는 영하 50도의 겨울을 건너온 몽골 게르를 통해 다시 묻는다. 인간을 지키는 집은 얼마나 두꺼운 벽을 가

[랭킹연구소] “강남역 이름값 11억” 서울 지하철, 10년간 280억…역명 병기권 금액 TOP5, 강남역>을지로3가역>을지로입구역>선릉역>역삼역 順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 지하철역의 괄호 속 기업·기관명은 단순한 안내 문구가 아니라, 유동인구와 상권·브랜드 노출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 ‘도시형 광고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 도입한 유상 역명 병기 사업으로 올해 8월까지 약 280억원을 거둔 가운데, 2호선 강남역은 치과의원에 3년간 11억1100만원에 낙찰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0년 280억, 38개 역의 ‘이름값’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276개 역 가운데 유상 역명 병기가 시행 중인 곳은 38개 역이다. 환승역은 한 곳으로 계산한 수치다. 2016년 사업 도입 이후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입은 약 28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환산하면 연평균 약 28억원, 현재 병기 운영 역 수 기준으로는 역당 누적 약 7억40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한 셈이다. 다만 실제 금액은 역별 유동인구, 상권의 성격, 인근 업종의 광고 수요에 따라 크게 갈린다. 최근 5년간 수입만 약 177억원으로, 전체 누적 수입의 약 63%를 차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역명 병기가 초기 실험 단계를 넘어 서울교통공사의 비운임 수익 모델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음을 뜻한다.

[공간사회학] 피라미드 등반 '인생샷' 대가 "평생 이집트 땅 못밟는다"…세계 관광의 날(9월 27일)과 '유적 무단등반'의 유혹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9월 27일 ‘세계 관광의 날’을 맞아, 뉴스스페이스는 여행의 추억을 기록하려는 욕망이 인류의 문화유산과 충돌하는 순간을 들여다본다. 스마트폰과 SNS가 여행의 풍경을 바꿨다. 낯선 장소를 보고 느끼는 일만큼이나,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진과 영상으로 증명하는 일이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됐다. 하지만 더 높은 곳, 더 위험한 곳, 더 남들과 다른 한 컷을 향한 경쟁은 때때로 관광객을 출입 금지선 너머로 이끌고, 수천 년을 버틴 유적을 훼손과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세계 관광의 날은 관광이 지역경제를 움직이고 문화 간 이해를 넓히는 힘인 동시에, 방문하는 장소와 공동체에 책임을 져야 하는 활동임을 되새기는 날이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세계적 명소에서는 ‘인생샷’을 위한 무단등반과 출입 통제 위반, 무분별한 촬영이 오버투어리즘의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한 사람의 짧은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서 확산될수록, 이를 모방하려는 이들이 뒤따를 가능성도 커진다. 뉴스스페이스는 세계 관광의 날을 맞아, 이집트 쿠푸왕 피라미드를 무단으로 등반한 독일 청년 안드레이 치시엘스키의 사례를 통해 SNS 인증 욕구와 문화유산 보호가

[지구칼럼] "양치기 목동도 AI 탑재"…몽골 유목민, AI·위성·GPS로 기후위기 맞선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 몽골 고비사막 인근 초원에서 양을 기르는 유목민 간치메그는 최근 양 떼가 염분이 높은 호수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긴급히 남편에게 알렸다. 가뭄과 부실한 초목 탓에 먹이를 찾아 헤매던 가축이 염수에 접근한 상황이었다. 양이 물을 마시거나 호수 주변에 빠질 경우 집단 폐사로 번질 수 있었지만, 남편은 양 떼 가운데 한 마리에 부착된 태양광 GPS 추적기를 통해 위치를 확인한 뒤 현장에 도착해 가축을 돌려세웠다. 간치메그는 AFP에 “GPS 추적기가 없었다면 양 떼 전체를 잃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몽골 청년 창업가 빌구데이 간훌루그가 개발한 ‘후누(Hunu)’ 앱과 연동된다. ‘강인한 유목민’을 뜻하는 후누는 광활한 초원에서 무리 단위로 이동하는 가축의 습성을 감안해, 무리마다 한 마리에 태양광 충전식 GPS 기기를 달아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앱은 가축 위치 확인에 그치지 않고 적설 깊이, 풍향, 토양 수분, 가뭄 상태를 지도 형태로 제공한다. AI 기반 기상 기능은 눈보라와 모래폭풍 등 위험 기상 현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유목민이 이동 시기와 방목지를 결정하도록 돕는다. AFP, euronews,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