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영국 햄프셔주에서 7월 20일(현지시간) 개막한 판버러 국제 에어쇼(FIA 2026, farnborough-international-airshow)가 24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에 돌입하면서, 보잉과 에어버스 양대 항공기 제조사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놓고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aerospaceglobalnews, techxplore, aerotime, aviationweek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급증하는 항공 여객 수요와 유럽 전역의 방위비 증액이라는 두 축을 배경으로, 항공산업의 향후 20년 지형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에어버스, 선제 타격…중국 시장 굳히기
에어버스는 개막 전인 16일 에어차이나·하이난항공과 총 95대, 최대 178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먼저 기선을 잡았다. 에어차이나는 A350-900 15대와 자회사 선전항공용 A320neo 패밀리 40대를, 하이난항공은 A320neo 패밀리 40대(최대 53억6000만 달러)를 각각 도입하기로 했으며 인도는 2029~2032년 사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필리핀항공도 보잉 787-10 15대와 에어버스 A350-1000 9대를 나눠 담는 '분할 발주'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 추가 계약 발표가 잇따를 전망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 항공기 수주 시장의 지형 변화다. 지난해 인도에서 발생한 보잉기 추락 사고 이후 구매사들의 시선이 에어버스로 쏠리는 '반사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보잉, 트럼프 관세 외교로 반격 카드 마련
보잉 켈리 오텐버그 CEO는 2024년 8월 취임 후 처음 판버러를 찾아 2024년 1월 알래스카 항공 737 MAX 9 도어 플러그 이탈 사고로 촉발된 격동의 시기를 겪은 보잉의 신뢰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오텐버그 CEO는 7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매일이 안전, 품질, 납기 준수에 집중하며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기회"라며 "상업·방산·서비스 전 분야의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이 역설적으로 보잉에 호재가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한 달 만인 지난해 카타르항공이 960억 달러(약 142조원) 규모 항공기 160여 대를 보잉에서 사들이는 역대 최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APEC 계기 대한항공이 362억 달러(약 51조원) 규모 103대, 올해 2월 베트남 항공사 3곳이 37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 96대를 각각 보잉에 발주하는 등 각국이 관세 완화 협상 카드로 보잉 항공기 구매를 활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 보잉 주가는 지난해 4월 4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43.8% 뛰어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29.2%)의 1.5배를 웃돌았다.
이번 판버러에서는 방산 부문에서 호주산 무인 협동전투기 MQ-28 고스트배트를 처음 지상 전시하고, 태평양 다국적 훈련 '밸리언트 실드 2026' 참가 경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웠다. 민항 부문에서는 2045년까지 전 세계 항공기 보유 대수가 현재 약 2만8000대에서 80% 늘어 5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며, 향후 20년간 신규 항공기 4만4000대 인도가 필요하다는 시장전망을 내놨다.
유럽 방위비 급증, 전장(展場)의 무게중심 이동
이번 에어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유럽 방위비 지출을 배경으로 열린다. EU 회원국 총 방위비는 2021년 2180억 유로에서 2025년 3810억 유로로 늘었고, 올해는 약 4540억 유로에 달해 전년 대비 8.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토(NATO) 발표에서도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의 핵심 방위비 지출이 2025년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고, 올해 이미 5개국이 GDP 3.5% 방위비 가이드라인을, 17개국이 1.5% 안보투자 가이드라인을 2035년 시한보다 앞서 충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 Defense News는 "진행 중인 각지 분쟁 여파로 에어쇼의 관심이 전투기 비행 시연에서 무기체계·탄약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보잉은 실물 크기 777X 기내 구역과 T-7 시뮬레이터를 내세워 2024년의 축소된 참가에서 벗어나 민항·군사 양면에서 공세적 전시를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 역시 이번 판버러 2026에 한국관을 운영하며 KAI,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항공우주 업계의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로 활용하고 있어, 국내 방산·항공 부품업계의 수주 여파도 함께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