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옆 테이블 대화가 갑자기 귀에 들어오는 순간, 뇌는 원래 듣던 목소리를 순간적으로 완전히 끊지 않고 짧게는 1초 남짓 두 목소리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사실이 뇌파(EEG)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이는 사람이 한 번에 한 화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연구결과다.
Medical Xpress, StudyFinds, Infobae, PubMed에 따르면,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Trinity College Dublin)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PLOS Biology'에 7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논문이다. 논문 제목은 "Competing speech streams are simultaneously represented in the human cortex during attention switching"이며 DOI는 10.1371/journal.pbio.3003876이다.
논문은 새라 카르타(Sara Carta) 박사가 주도했고 에미나 알리치코비치(Emina Aličković), 요하네스 자르(Johannes Zaar, 이상 오티콘 산하 에릭스홀름 연구센터), 알레한드로 로페즈 발데스(Alejandro López Valdés) 교수, 디 리베르토 교수가 공동 참여했으며, 연구는 덴마크 청각기기 업체 오티콘 계열 데만트 재단(William Demant Fonden)과 아일랜드 연구재단(Taighde Éireann – Research Ireland)의 지원을 받았다.
24명 대상 '가상 칵테일파티' 실험
연구팀은 정상 청력을 가진 18~39세 원어민 성인 24명을 6개의 스피커로 둘러싸인 공간에 앉혀 놓고, 정면 두 스피커에서 각각 남성·여성 목소리의 TED 강연 녹음을 동시에 재생하고 뒤쪽 4개 스피커로는 군중 소음을 틀어 '칵테일파티 효과'를 재현했다.
참가자들은 화면의 화살표 신호에 따라 10~30초 간격으로 두 화자 사이의 주의를 전환했고, 이후 청취 내용을 묻는 질문에 평균 86%의 정답률을 보여 실제로 지시대로 집중했음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EEG 전극모자를 통해 뇌가 어느 순간 어느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새 화자 '개입'이 옛 화자 '이탈'보다 먼저 시작
가장 핵심적인 발견은 뇌가 기존 화자에게서 주의를 완전히 떼기도 전에 새 화자에 대한 신경 반응을 먼저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새 목소리에 대한 '개입(engagement)' 과정이 먼저 시작되고 먼저 끝나는 반면, 기존 목소리에 대한 '이탈(disengagement)'은 그 뒤로도 한동안 background에서 계속 진행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정확한 중첩 시간은 데이터 분석 구간에 따라 다소 달랐지만, 이 순서(개입 선행-이탈 후행) 자체는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으며, 이는 주의 전환이 스위치처럼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액셀에서 발을 떼기 전에 이미 핸들을 돌리는 운전자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신경 중첩 구간이 EEG상에서 뚜렷한 신경 신호로 관찰되며, 이 '이중 추적' 능력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특정인들은 시끄러운 사회적 환경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알파파 하강 - 전환의 '인지적 비용'
연구팀은 집중력·인지적 노력과 관련된 뇌파인 알파파(alpha wave)도 함께 분석했는데, 화자 전환 신호가 뜬 직후 알파파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가 새 목소리로의 '개입'이 완료되는 시점 무렵 가장 낮은 지점을 찍었다. 이는 주의 전환 작업 전체가 아니라 새 화자에게 완전히 록온(lock-on)되는 순간에 가장 큰 인지적 부담이 집중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팀은 대형언어모델(Mistral-7B-v0.1)을 활용해 화자 전환 뒤 뇌가 이전 대화에서 쌓아온 언어적 맥락(문맥 예측)을 그대로 이어가는지, 아니면 초기화하는지도 검증했다. 4가지 가설 중 '리셋 모델(Reset model)'(전환 후 맥락을 새로 구축한다는 가설)이 실제 데이터와 가장 근접했으나, 그 부합도는 제한적이고 분석 방식에 따라 일관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의 한계와 청각기술 응용 가능성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정상 청력을 가진 18~39세 원어민 청년 24명(일부 분석은 신뢰도 기준 미달로 21명)에 한정된 것으로, 노년층·청각장애인·비원어민 등에 얼마나 일반화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지오반니 디 리베르토(Giovanni Di Liberto) 트리니티 컴퓨터과학통계학부 교수는 이번 발견이 "일부 사람들이 왜 복잡한 사회적 환경을 특히 잘 헤쳐 나가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사용자의 주의 전환을 자동으로 따라가는 차세대 스마트 보청기 개발에 실질적으로 응용될 수 있으며, 노인과 청각장애인이 붐비는 장소에서 유독 쉽게 피로를 느끼는 이유를 규명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