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걸그룹 아이브 안유진의 '디에이치 방배' 일반분양 추첨제 당첨 보도가 촉발한 논란은 개인의 자격 문제를 넘어 청약 제도 자체의 구조적 결함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는 제도가 정작 수억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계층에게만 실효성 있는 '자산 증식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9만명 몰린 '방배 로또', 시세차익만 14억원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는 2024년 8월 일반분양 당시 1244가구에 특별공급과 1순위를 합쳐 약 9만명이 몰리며 1순위 평균 경쟁률 90.2대 1을 기록했고, 일부 주택형은 200대 1을 넘겼다. 당시 전용 84㎡ 분양가는 22억4300만원이었으나 올해 4월 같은 면적 입주권은 36억9295만원에 거래돼 분양가 대비 약 14억5000만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실거주 의무가 없었던 만큼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 청약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문제는 당첨 자격과 실제 계약·잔금 조달 능력 사이의 간극이다. 전용 84㎡ 계약금만 분양가의 20%인 약 4억5000만원에 달했고, 중도금 이자 후불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출을 받더라도 매달 상당한 이자를 부담해야 했다. 결국 추첨 기회는 청년층에도 열려 있었지만, 실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이는 자금 동원력을 갖춘 가구로 제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점제도, 추첨제도… 청년과 무주택자에게는 이중의 장벽
현행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 등 총 84점 만점으로 구성돼 있어, 무주택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청년·신혼부부는 인기 지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서울 분양 8개 단지 전용 84㎡ 당첨자의 평균 청약 가점은 68.3점에 달해, 청년층이 가점제로 서울 주요 단지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추첨제가 그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고가 단지에서는 수억~수십억원의 자기자본이 다시 당락 이후의 장벽으로 작용해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행 청약제도가 무주택기간이 길고 자녀가 있는 중장년층에 유리하며 청년층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진단했다. KDI 경제정보센터가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2%가 "수도권 신축 아파트 구입을 위해 현재 주택청약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62.1%는 "청년들의 수도권 주택청약을 통한 아파트 구입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해 제도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이 수치로 확인됐다.
이런 불신은 청약통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11월 말 청약통장 가입자는 한 달 전보다 4만874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높은 분양가와 가점 당첨선, 강화된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또 청약의 근본 원인… 분양가와 시세의 '비정상적 격차'
시장에서는 로또 청약의 근본 원인을 분양가와 주변 시세 간 지나치게 큰 격차에서 찾는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낮게 책정되면 당첨자 한 명에게 수억~수십억원의 개발이익이 집중되고, 이는 경쟁률과 투기적 기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반면 분양가상한제를 단순 폐지할 경우 분양가 자체가 상승해 청년과 무주택자의 진입 문턱이 오히려 높아지고 개발이익이 시행사·조합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가깝게 현실화하는 동시에, 토지가격 상승이나 용적률 확대로 발생한 이익을 공공주택·청년주택 재원으로 환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실수요자 대출 확대 방안 역시 LTV·DSR을 일괄 완화할 경우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를 자극할 위험이 있고, 고가 주택 당첨자에게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서민 주거 지원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다.
"고소득 무주택자와 저자산 실수요자는 다르다"…새로운 대책 촉구
논란의 또 다른 축은 현행 민영주택 일반공급에 소득이나 금융자산 상한이 없다는 점이다. 수십억원의 전세보증금이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다면 '무주택자'로 인정돼 청약 자격을 얻는다. 이 때문에 법적 지위인 '무주택'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저자산 실수요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현행 제도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KDI 경제정보센터 송인호 소장은 아파트 소유권을 구분 증권화해 플랫폼에 상장하고, 청년들이 소액으로도 공모 청약을 통해 증권을 소유하거나 임대 공모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청약모델을 제안했다. 임차인의 임대료를 구분 증권 소유자에게 배당 형태로 분배하고, 소유자는 언제든 플랫폼 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며,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그는 이 모델이 소수의 당첨자에게 집중되는 로또 청약의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청년의 자산 형성 기대감과 주거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청약제도의 전면 개편에 신중한 이유는 이 제도가 본질적으로 한정된 물량을 나누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에 있다. 한 계층의 기회를 확대하면 다른 계층의 기회가 줄어드는 구조여서, 오랫동안 통장을 유지하며 저축해 온 무주택자에 대한 또 다른 불공정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결국 '디에이치 방배' 논란이 던진 질문은 특정 당첨자의 자격이 아니라, 자금력이 곧 당첨 이후의 실질적 자격이 되는 현행 청약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