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화장품 산업에서 미국 시장은 오랫동안 '진출은 쉽지만 안착은 어려운' 곳으로 통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 시장이자 동시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메가브랜드가 이미 촘촘히 자리 잡은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이 이 시장에 정면으로 뛰어든다. 단순한 해외 매출 확대 차원을 넘어, K-뷰티가 '트렌드 추종자'에서 '카테고리 창조자'로 위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행보로 읽힌다.
연작의 전략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진출 순서다.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제품력을 검증한 뒤 미국으로 향하는 '단계적 확장'을 택했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가 무작정 최대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쌓은 재구매 데이터와 소비자 신뢰를 무기로 본토를 공략하는 전형적인 '실력 기반 확장' 모델에 해당한다.
'프렙(Prep)'이라는 카테고리를 스스로 만든 브랜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작이 단순히 "제품을 잘 판다"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개념을 이식하려 한다"는 점이다. 미국 뷰티 시장에는 원래 '프렙'이라는 명확한 카테고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사이의 회색지대를 연작이 '프렙'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하고, 이를 대표 상품 '베이스 프렙'으로 구체화했다.
기존 미국 베이스 제품이 피부 보정·커버력 중심이라면, 연작이 제시한 '프렙' 개념은 보습·피부 컨디셔닝 + 메이크업 밀착력·지속력의 복합 기능성이다. 즉 K-뷰티 선도국 이미지를 앞세워 카테고리 자체를 새로 정의하며 후발주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넘어 룰 세터(Rule Setter, 기준 제시자)' 위치까지 선점하려는 것이다.
이는 K-뷰티가 그동안 '가성비 좋은 대안재'로 소비되던 포지션에서, 아예 새로운 소비 문법을 제안하는 '카테고리 리더'로 도약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아마존 판매 확대와 재구매 데이터 축적이 이런 포지셔닝 전략의 근거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온라인 투트랙, 정교하게 짜인 진출 로드맵
연작의 북미 공략은 즉흥적 이벤트가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순차적 로드맵으로 보인다.
우선 코스모프로프 노스아메리카(라스베이거스, 7월 15일까지)이다. 113개국 2만6000명이 모이는 B2B 채널에서 유통 파트너를 발굴한다. 이어 LA 아메리카나 앳 브랜드·산타나 로우 팝업(3개월간)을 통해 서부 핵심 상권에서 실제 소비자 접점 확보 및 브랜드 체험 확산을 시도한다. 더불어 코스트코 온라인몰 입점(7월 말)으로 대중적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판매 채널 다각화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B2B(박람회)→체험(팝업)→구매(온라인몰)로 이어지는 이 구조는 '인지도 확보 → 신뢰 형성 → 실구매 전환'이라는 마케팅 퍼널을 명확히 겨냥한 설계로 해석된다. 특히 코스트코라는 대중 유통 채널과 산타나 로우 같은 프리미엄 상권 팝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매스'와 '프리미엄' 두 축을 함께 노리는 이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화제성을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는가
다만 이 같은 진출 전략이 실제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북미는 로레알, P&G 등 메가브랜드뿐 아니라 이미 안착한 여러 K-뷰티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팝업 종료 이후의 매출 지속성과 코스트코 입점 효과가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연작의 이번 행보는 K-뷰티가 '유행하는 상품'을 넘어 '소비자의 습관과 카테고리를 새로 정의하는 브랜드'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