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폭증 속에서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칩 가격을 최대 15% 올리며 ‘가격 결정권’을 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과 함께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빅테크 리더들을 상대로 AI 칩 수주전에 나서며, 가격·수주·기술 3박자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4나노(4nm), 5나노(5nm) 등 첨단 공정에서 신규 고객 대상 단가를 최대 15% 인상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고객 유치를 위해 가격 인하 전략을 썼던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으로, TSMC가 3나노 등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최대 15% 가격 인상을 단행한 흐름과 맞물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공급자 우위’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가속기 투자가 폭발하면서 반도체 전 밸류체인에서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 확산되고 있다는 국내외 보도도 잇따른다. 대만 UMC·뱅가드 등 2선 파운드리까지 가격 인상에 동참하는 가운데, 삼성은 후발 주자에서 가격 협상력을 갖춘 핵심 공급자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용 회장은 7월 7~11일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리는 앨런앤컴퍼니 콘퍼런스에 전용기를 타고 입장했으며,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과 함께 ‘투톱 영업’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동행을 “잠재적 파운드리 고객을 겨냥한 영업 외교”로 규정하며, 삼성의 AI 칩 위탁생산 계약 확보를 위한 고위급 세일즈 행보로 해석했다.
옵저버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자에는 애플 CEO 팀 쿡,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오픈AI CEO 샘 올트먼 등 글로벌 빅테크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불안과 TSMC 생산능력 제약 속에서, 삼성은 이 자리에서 장기 AI 칩 공급계약과 공정 다변화 패키지를 제시하며 ‘TSMC 의존 탈피’를 모색하는 빅테크 수요를 파고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2나노 공정을 활용한 맞춤형(커스텀) AI 칩을 삼성에 위탁해 10조 원 이상 규모의 생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투자한 뒤 로직 칩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며, 삼성 파운드리가 AI 전용 칩 시장에서 ‘TSMC 대안’으로 부상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글로벌 전문 매체는 삼성의 2나노 공정 수율이 50% 중반 수준까지 개선된 것으로 전하며, TSMC 첨단 공정이 2026년까지 사실상 풀북(완전 매진) 상태인 가운데 생산처를 다변화하려는 빅테크·AI 스타트업들의 수요가 삼성으로 이동하는 ‘탈 대만’ 흐름을 포착하고 있다. 이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객 이탈보다 신규 수주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삼성에게 우호적인 시장 구조다.
삼성은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89.4조원으로 발표했으나,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부문 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하면 실제 이익이 106조원을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가격 반등과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더해, 파운드리 단가 인상이 이익 개선을 가속화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TSMC의 최대 15% 단가 인상과 삼성의 4·5나노 신규 고객 가격 인상이 맞물리며, 국내외 팹리스 업체와 빅테크가 설계 최적화·공정 다변화·장기 공급계약을 패키지로 묶은 ‘전략적 구매’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 과정에서 삼성 파운드리는 과거의 ‘가격 할인으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수율·공급 안정성을 앞세운 본격적인 반격의 포인트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