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앤트로픽(앤트로픽)이 비상장 2차 시장에서 암묵적 기업가치 1.2조달러(약 1800조원)에 도달하며, 오픈AI를 제치고 월가가 가장 비싸게 평가하는 생성형 AI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년 대비 550% 급등한 이 평가는 과열 논란과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빗 AI 빅테크” 탄생을 기정사실화하는 신호로 읽힌다.
1. 18개월 만에 20배…‘세컨더리 1.2조달러’가 의미하는 것
reuters, phemex.com, valueaddvc.com에 따르면, 2025년 3월 615억달러였던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2025년 9월 1,830억달러, 2026년 2월 시리즈 G에서 3,800억달러(약 545조원)로 뛰어올랐고, 2026년 5월 말 시리즈 H에서는 650억달러 신규 자금을 유치하며 9,65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불과 몇 달 뒤 2차 시장에서는 이보다 20% 이상 높은 1.2조달러가 형성되며 “비상장 상태에서 사실상 1조달러 테크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했다.
이번 1.2조달러 평가는 주피터 프리스톡(Jupiter Pre-IPO), 포지 글로벌(Forge Global) 등 비상장 주식 2차 거래 플랫폼에서 형성된 암묵적 가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매수 주문이 매도 주문을 크게 웃도는 얇은 호가 상황에서 형성된 가격이라는 점에서, 실제 대규모 거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실거래 시가총액’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앤트로픽 역시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무단 주식 재판매 및 사기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내고 “투자는 본인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오픈AI를 넘어선 결정적 분기점
이번 랠리의 정치적·상징적 의미는 “앤트로픽이 오픈AI를 추월했다”는 데 모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등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9,650억달러로 평가된 앤트로픽의 프라이머리 밸류에이션은 이미 오픈AI의 약 9,080억달러 수준의 비상장 시가총액을 넘어선 상태다. 2차 시장 기준 1.2조달러까지 반영하면 양사 간 격차는 더 벌어진다.
실적 지표에서도 추월이 확인된다. 2026년 4월 기준 앤트로픽의 연환산 반복 매출(ARR)이 15개월 만에 1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30배 성장해, 같은 기간 오픈AI의 250억달러를 넘어섰다. 기업용 AI 시장 점유율 역시 앤트로픽 40%, 오픈AI 27% 수준으로, 코딩 특화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보안·취약점 탐지에 강점을 가진 ‘미토스(Mythos)’가 B2B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핵심 동력으로 제시된다.
투자 라운드도 ‘빅테크+글로벌 자본’이 총출동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대 400억달러(선지급 100억달러, 밸류 3,500억달러 기준) 투자를 약정했고, 아마존 역시 수십억달러 규모 전략투자로 합류했다는 해외 매체 보도가 이어졌다. 한국의 SK텔레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래에셋 등이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며, 1조달러 밸류 기준 평가차익이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 뉴욕 허드슨 스퀘어 16개층…‘AI HQ’의 실물 확장
폭발적인 밸류에이션은 실물 확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포스트와 금융·부동산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맨해튼 허드슨 스퀘어(330 Hudson Street)의 16층짜리 빌딩 전체, 약 46만6,000제곱피트(약 4만3,000㎡)를 통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크레인스 뉴욕 비즈니스는 이 건물의 임대료 수준을 평방피트당 67~82달러로 추산하고 있어, 연간 임대료만 수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은 이미 샌프란시스코에 이은 앤트로픽의 두 번째 거점으로, 회사는 2026년 말까지 뉴욕 직원 수를 연초 500명 미만에서 1,000명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혔다. 새 사무실은 약 1,700석 규모의 데스크를 수용할 수 있어, 이후 추가 인력 확장까지 염두에 둔 장기 베팅에 가깝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번 딜을 “AI 붐이 뉴욕 상업용 부동산 지도를 재편하고 있다”는 흐름의 대표 사례로 꼽고 있다.
4. 2026년 10월 IPO 가시권…‘1.2조달러’를 지킬 수 있을까
앤트로픽은 아직 상장 전 단계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S-1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내부적으로는 2026년 10월 뉴욕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가 공동주관사 후보군으로 준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내 상장이 성사될 경우, 비상장 2차 시장 기준 1.2조달러라는 사상 최대급 프리IPO 밸류가 공개 시장에서 어떤 할인 혹은 재평가를 받을지가 핵심 변수가 된다.
실적 측면에서 보면, 블룸버그 인용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2026년 5월 기준 470억달러(약 70조4,000억원)를 돌파했고, 2분기 매출은 109억달러 수준으로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1.2조달러 밸류를 매출로 나누면 주가매출비율(PSR)은 약 25배 수준으로, 고성장 플랫폼주와 비교해도 상당히 공격적인 밸류에이션이다.
다만 이번 1.2조달러 평가는 유동성이 극히 제한된 세컨더리 플랫폼에서 형성된 암묵적 가격이고, 앤트로픽 자체도 “공식 기업가치”로 인정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 IPO 시점에는 상당한 ‘현실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5. ‘AI 버블’인가, ‘프라이빗 빅테크’ 탄생 신호인가
앤트로픽의 질주는 AI 버블 논쟁을 다시 불붙이고 있다. 2025년 10월 이후 2차 시장에서 앤트로픽 밸류는 약 733% 급등했다는 인스타그램·해외 매체 기반 팩트체크가 나올 정도로, 상승 속도가 2000년대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연환산 매출이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수십 배 성장하고, 기업용 AI 시장 점유율에서도 1위를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 개선이 밸류에이션 일부를 설명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확실한 것은, 앤트로픽이 “사모 시장에서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논하는 최초의 생성형 AI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오픈AI와의 경쟁 구도에서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 10월로 거론되는 IPO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 1.2조달러라는 숫자가 버블의 정점이었는지, 새로운 ‘프라이빗 빅테크’의 출발선이었는지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