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수백억대 보험사기 의혹 수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김건희 여사와의 특수관계, 윤석열 정부 시기 자동차보험 약침 시장 독점 논란과 맞물리며 한국식 ‘정·관·의·보험 카르텔’ 의혹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아직 수사 초기 단계로 피의사실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험금 규모·시장 점유율·정책 변경 시점 등 객관적 수치만 놓고 봐도 공적 보험 시스템의 설계·감독이 특정 의료기관에 유리하게 작동했는지 따져볼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1. 수사 착수…‘공장식 한약’과 820억 보험금 논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7월 9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자생의료재단, 강남 자생한방병원 본원 등 5곳을 동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수사 대상에는 재단 본부와 병원 외에 원외탕전실 등 한약 제조 관련 시설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처방–조제–보험청구’ 전 과정에 대한 조직적 수사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의 출발점은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4개 손해보험사가 2024년 4월 자생한방을 경찰에 고소한 데 있다. 이들은 자생한방이 교통사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증상에 맞춘 맞춤 처방이 아니라, 공장에서 미리 대량 생산한 동일 한약을 ‘공장식’으로 반복 처방해 수백억원대 보험금을 부당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고시는 교통사고 한약 처방 시 환자 상태별 개별 처방을 명시하고 있어, 이 규정을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MBC는 보험사 및 수사 관계자 취재를 인용해 "자생한방 관련 의심 보험금 규모가 약 820억원에 이른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자생 측은 공식 입장문에서 “수백억원대 보험사기 혐의라는 표현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일방 주장"이라며, "수사기관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 교통사고 환자 ‘성지’에서 보험사기 의혹 피의자로
자생한방병원은 오랫동안 척추·관절 및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 분야에서 ‘브랜드 병원’으로 자리잡았고, 국내 주요 도시를 비롯해 전국 21개 한방병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전국망과 브랜드 인지도 덕에 자생한방은 “교통사고 환자들의 성지”라는 별칭까지 얻었고, 과잉 진료 소문과 함께 손해보험업계의 비용 폭증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보험사들이 문제 삼는 대목은 바로 이 ‘규모의 경제’가 적정 진료를 넘어, 설계 단계부터 보험금 극대화를 목표로 한 구조였느냐 하는 점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특정 병원이 공장식 한약 처방과 통일된 프로토콜을 통해 대량의 자동차보험 한약·약침 진료를 청구해 왔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단일 기관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자동차보험 의료비 지출 구조와 보험료 인상 압력 등 보험 시스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이슈다.
반면 자생한방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공장에서 미리 만든 한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하며, "현재 수사 단계이므로 확정적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진료 프로세스와 처방 기준이 국토부 고시 및 관련 의료법령을 충분히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3. 윤석열·김건희와의 특수관계, 그리고 인수위 사무실 제공 의혹
자생한방 사태가 단순 보험사기 의혹을 넘어 정치·권력 이슈로 비화한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자생 측 인사 사이의 각종 특수관계 정황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생의료재단 신준식 명예이사장의 차녀 신지연 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 이원모 전 비서관이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윤 전 대통령이 두 사람의 중매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선 과정에서 신준식 명예이사장과 신지연 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사실도 선관위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되며 정치적 이해관계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신지연 씨는 공식 직책이 없는 민간인 신분으로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선 의혹’과 공적 의전 시스템 훼손 논란을 촉발했다.
더 나아가 자생한방병원이 윤석열 당선인 측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관련 보도들은 자생이 특정 시기·특정 정책과 밀접한 공간적·인적 접점에 있었다는 정황을 제시하지만, 실제 인수위 사무공간 제공의 법적 성격과 대가성 여부는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 부분은 향후 국회나 감사·수사 과정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 13개월 795억, 약침 시장 점유율 53.8%가 던지는 질문
정치적 특수관계 논란이 정점에 달한 시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자동차보험 약침 급여 기준 변경,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자생한방의 시장 독점 구조가 드러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2023년 국정감사와 자료 분석을 통해, 심평원이 상위 기관인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사실상 무시한 채 자생 측에 유리한 행정해석과 심사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이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시절 특정 기간(약 13개월) 동안 자동차보험 약침 시장에서 자생한방병원이 차지한 청구 금액은 795억원, 시장 점유율 53.8%에 달했다. 기간 기준으로 월평균 약 61억원 규모의 자동차보험 약침 진료비를 자생이 가져간 셈이며, 해당 기간 자동차보험 약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자생이 ‘독식’했다는 의미다.
전 의원은 “심평원이 국토부 유권해석을 거슬러 자생에 유리한 기준을 적용한 결과, 자생한방이 막대한 독점 이익을 누리게 됐다”고 주장하며 ‘심평원–국토부–자생’ 간 정책·행정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심평원과 자생 측은 국회에서 제기된 ‘특혜’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으며, 관련 제도 변경이 의료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 남은 쟁점… 보험사–한방계 갈등인가, 권력형 ‘보험 카르텔’인가
현재 자생한방 수사는 고소를 제기한 손해보험사들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한방치료, 특히 약침·한약 처방과 관련된 자동차보험 지출이 급증하면서 손해율이 악화돼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졌고, 그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곳이 자생한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이번 수사가 ‘과잉진료·허위청구를 둘러싼 보험사–한방계 간 구조적 갈등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정치권과 관료조직까지 얽힌 권력형 보험 카르텔’인지가 향후 핵심 프레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적 관점에서 관건은 세 가지다. 첫째, 공장식 한약·약침 처방 구조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와, 이것이 국토부 고시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부당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둘째, 심평원과 국토부, 자생 측의 정책·행정 과정에서 자의적 기준 변경이나 정보 비대칭을 활용한 특혜 부여가 있었는지다.
셋째,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자생 측 인사의 특수관계가 실제 정책 결정이나 행정 절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이 중 세 번째는 현재까지 ‘정치적 의혹 제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자생한방이라는 개별 병원 문제를 넘어, 자동차보험 의료비 구조, 한방의료 급여체계, 심평원·국토부의 역할, 그리고 정치권과 의료기관 간 이해관계 얽힘까지 한꺼번에 드러내는 ‘복합 시스템 리스크’ 이슈로 진화하고 있다. 820억원대까지 거론되는 보험금 의혹과 13개월 795억·점유율 53.8%라는 수치는, 한국의 공·사 보험 시스템이 정보와 규제의 비대칭 속에서 특정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큰 몫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숫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