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연동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불과 두 달 만에 한국 증시를 사실상 ‘양대 반도체 테마 파크’로 바꿔놓고 있다. 5월 말 상장된 16개 레버리지 ETF와 두 기초 종목을 합친 거래대금이 약 4.3조 달러(한화 약 5,90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시장 기능 자체가 한 구석으로 심각하게 왜곡됐음을 보여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인버스 제외)의 6월 한 달 누적 거래대금은 212조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 797조원의 26.6%에 달했다. 코스피 전체 일별 거래에서도 이들 레버리지 ETF와 기초 종목의 비중이 60~70%까지 치솟는 날이 잇따르면서, ‘삼전·닉스 2배 베팅’이 사실상 코스피 방향을 결정하는 지배 변수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불과 열흘 사이에 자산총액(AUM)이 4조원 넘게 급증했고, 전체 투자자의 약 92%를 개인이 채우고 있는 점은 과열 양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단기간에 자금이 몰리자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뒤늦은 후회’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월 말 브리핑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고위험 상품”이라고 규정하면서, “출시를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발언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규제 방안 검토에 착수했고, 금감원은 자산운용사 CEO들과 면담을 추진하며 시장 과열 진단과 판매 관행 점검에 나선 상태다. 한국은행 역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하면서, 레버리지 비중 확대가 금융안정에 미칠 파급효과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반응은 더 강경하다. 야당의 안철수 의원은 국회 발언과 기고를 통해 삼성·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즉각 상장폐지’를 요구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를 공모 구조로 제도화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신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인가 중단, 레버리지 배율 제한, 일일 거래대금 상한 등 규제 카드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들의 손실은 이미 눈에 보이는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국내 경제지 분석에 따르면 상당수 레버리지 ETF가 상장가 2만원을 밑돌고 있으며, 7월 초 기준 시가평가 손실은 약 1조원(약 6억 6,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7%에 이르렀고, 7월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 이상 급락한 날에는 관련 레버리지 ETF들이 하루 만에 12~13% 폭락했다.
‘기초 주가의 두 배 수익’이라는 마케팅 문구에 매료된 개인 투자자들이지만, 실제로는 일일 리밸런싱에 따른 변동성 드래그와 손실 구간에서의 기계적 매도로 인해, 기초 주가가 제자리를 유지하더라도 펀드 가치가 장기적으로 깎여나가는 구조적 한계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발 레버리지 논쟁은 전 세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에 대한 경고로도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은 최근 칼럼에서 글로벌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잔액이 1,5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으며, 상당수가 AI·반도체 대형주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승장에서 기계적으로 매수하고 하락장에서 또다시 매도하는 일일 리밸런싱 구조가 양 방향 변동성을 증폭시켜, 특정 종목이 급락할 경우 하루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강제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6월 말 레버리지 ETF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약 60억 달러어치를 단 하루에 쏟아내면서, 코스피가 비트코인보다 더 크게 흔들렸다는 분석 기사까지 등장했다.
결국 삼성·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사태는 ‘레버리지 상품의 민주화’가 반드시 ‘시장 안정성의 강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두 개 종목과 그 파생 상품이 거래대금의 70%를 삼키는 구조는 가격발견 기능을 왜곡하고, 레버리지의 자기증폭 메커니즘을 통해 변동성을 상시화하는 위험한 실험에 가깝다. 국내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어떤 규제 처방을 내놓든, 글로벌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에는 ‘한국발 경고장’이 이미 발송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