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광화문의 상징적인 프라임 오피스 빌딩인 서울파이낸스센터(SFC)가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외국계 자본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파이낸스센터(대표이사 최인원 )가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들을 상대로 무려 1,7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감자를 단행하며 막대한 자금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의 차입금이 6,000억원을 돌파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오너 일가의 '돈잔치'를 두고, 지배구조의 문제점과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월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파이낸스센터주식회사의 2026년 3월 31일 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2025 회계연도(2025.4.1~2026.3.31) 영업수익은 657억 5,133만원으로 전년(629억 2,387만원) 대비 4.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470억 6,807만원을 기록해 전년 445억 4,434만원 대비 5.6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571억 8,608만원으로 전년 462억 7,224만원 대비 23.58% 늘었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투자부동산의 가치 상승이 크게 작용했다. 회사가 보유한 투자부동산의 공정가치는 1조 2,712억원으로 평가되었으며, 이에 따른 투자부동산평가이익 701억 8,530만원이 기타수익으로 반영되면서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영업수익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임대료수익이 429억 3,831만원, 관리비수익이 214억 1,221만원을 차지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반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수익 구조다. 즉 매출액(영업수익)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영업수익(매출)은 657억 5,133만원인데, 영업이익은 470억 6,807만원으로 무려 7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나아가 당기순이익은 571억 8,608만원으로 오히려 영업이익보다 높고,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87.0%에 달한다.
이는 일반적인 제조·유통업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부동산 임대업 특유의 비용 구조때문이다. 제조업은 매출원가(원자재비, 제조경비 등)가 크게 발생하고, 유통업은 상품 매입 원가 비중이 높다. 반면, 부동산 임대업은 한 번 건물을 지어놓으면 주된 수익이 임대료(429억원)와 관리비(214억원)에서 발생하며, 이에 대응하는 영업비용은 건물 유지보수와 관리에 국한된다.
실제로 서울파이낸스센터의 한 해 영업비용은 186억 8,326만원에 불과했다. 세금과공과(48억원), 시설관리비(44억원), 수도광열비(33억원) 등 고정성 유지비용만 지출하면 되기 때문에, 매출의 70% 이상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남는 구조다.

두 번째 이유는 '투자부동산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장부상 이익의 마법이다.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크게 나타난 핵심 원인은 영업외수익에 있다. 회사는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소유 빌딩을 '투자부동산'으로 분류하고 매년 공정가치(시장가치)를 평가해 장부에 반영한다. 당기말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의 공정가치는 1조 2,712억원으로 전년(1조 2,001억원) 대비 약 701억원 상승했다.
이 가치 상승분 701억 8,530만원이 고스란히 '기타수익(투자부동산평가이익)'으로 손익계산서에 꽂힌 것이다. 물론 막대한 차입금(약 6,067억원)으로 인해 이자비용만 한 해 272억원이 발생했고 법인세 357억원이 차감되었지만, 장부상 빌딩 가치 상승분(701억원)이 이자비용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아 당기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양호한 실적 이면에는 심각한 재무 리스크와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주주들을 향한 대규모 자금 유출이다. 회사는 2025년 11월 4일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12월 9일을 기일로 1,7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보통주 82,088주를 주당 약 207만원에 유상소각하는 방식으로, 이 자금은 고스란히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해외 법인들에게 흘러갔다.

감사보고서 주석에 명시된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 내역을 보면, 지분 39.84%를 보유한 SFC (Labuan) Private Limited와 Reco Yoojin Private Limited에 각각 677억 2,000만원씩 지급되었고, 20.32%를 보유한 Seoul FC Private Limited에는 345억 5,998만원이 지급되었다.
이들 3개 회사는 'Reco SFC Private Limited'라는 지배기업이 100% 소유하고 있으며, 그 위로는 'Recosia Private Limited'(중간지배기업)를 거쳐 최종적으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GIC) 산하의 'GIC (Realty) Private Limited'가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겉으로는 3개 법인으로 나뉘어 있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싱가포르투자청(GIC) 단일 주체인 셈이다.
GIC는 지난 2000년 IMF 외환위기 직후 유진관광으로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 지분 100%를 약 3,550억원에 인수하며 한국 부동산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정적인 임대 수익은 물론,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배당과 유상감자를 통해 회수해 왔다.

이들 회사는 전년도에도 300억원의 유상감자를 통해 자금을 빼간 데 이어, 당기에는 순이익의 3배에 달하는 1,7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배당이 아닌 유상감자 형태로 회수해 간 것이다.
유상감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세금 문제와 관련이 깊다. 배당을 실시할 경우 외국계 자본은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액면가액을 초과하는 유상감자 대금은 자본의 환급 성격이 짙어 세부담 최소화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가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기말 기준 회사의 장기차입금은 6,067억원으로, 전년(4,500억원) 대비 급증했다. 회사는 이 차입금을 위해 소유 토지와 건물에 무려 7,320억원의 채권최고액 근저당을 설정해 둔 상태다.

영업으로 번 돈과 은행에서 빌린 돈을 합쳐 대주주에게 유상감자 대금으로 쏘아 보내는 전형적인 '차입을 통한 자본 회수(Leveraged Recapitalization)'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부채비율은 268%까지 치솟았고, 전년(198억 745만원) 대비 크게 늘어난 당기 272억 7,986만원이 넘는 막대한 이자를 금융기관에 납부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
결과적으로 회사는 막대한 빚을 내어 그 이자를 감당하면서도, 오너 격인 해외 대주주들에게는 유상감자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현금을 안겨주는 비정상적인 재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들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회사의 재무건전성 강화나 시설 투자에 쓰기보다는, 과도한 차입을 일으키면서까지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먹튀' 행태"라며, "특히 배당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배당 대신 유상감자를 활용하는 것은 외국계 자본의 고질적인 도덕적 해이와 지배구조의 맹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러한 무리한 자금 유출은 결국 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당기말 회사의 자본총계는 3,613억 4,093만원으로 전년 4,741억 5,485만원 대비 크게 감소한 반면, 부채총계는 9,703억 4,072만원으로 전년 7,767억 6,333만원에서 급증했다. 자본조달비율(순부채/총자본) 역시 전년 46.82%에서 당기 61.05%로 크게 악화되며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의 중심업무지구(CBD)를 대표하는 프라임 오피스 빌딩으로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배 불리기에 희생되며 '빚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서울파이낸스센터. 감독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더불어 외국계 자본의 무분별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GIC는 몇년전 서울파이낸스센터 매각을 공식화하며 1조 5,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희망했으나,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원매자들과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을 철회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GIC는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착수했으며, 약 3년 뒤 다시 매각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000억원대의 초기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1조 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들은 "부동산 임대업의 높은 이익률과 장부상 평가이익을 활용해 은행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리고, 이를 배당소득세 부담이 적은 유상감자 형태로 본국에 송금하는 것은 외국계 사모펀드나 국부펀드의 전형적인 투자 회수 기법"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내 법인은 껍데기만 남아 과도한 이자 부담과 재무 악화라는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알짜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 수익이 국내에 재투자되지 않고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를 타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 속에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과세 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