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 콘퍼런스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등에 업은 이번 행보는 단순한 ‘사교 행사’가 아니라,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AI 칩 풀 스택에서 삼성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고위험·고수익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7월 7일 오후 5시 8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미국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고, 취재진의 면담 계획 및 반도체 전망 질문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짧은 멘트만 남긴 채 구체적 언급을 피해 갔다. 이날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했는데, 매출 171조원·영업이익 89.4조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이라는 이례적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BC는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삼성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9배 증가할 것으로 보도했고,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이 이번 선밸리 행보의 ‘재무적 배경 음악’이 되고 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 앤드 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비공개 모임으로, 기술·미디어·금융 분야 리더 약 300명이 모이는 이른바 ‘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로 불린다. 올해 행사에는 애플의 팀 쿡,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픈AI의 샘 올트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 빅테크 핵심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이들과 함께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주, 첨단 패키징 협력 등을 테이블에 올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빅테크는 자체 AI 가속기와 서버용 칩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TSMC에 집중된 파운드리 수요가 생산능력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병목 구간에서 삼성전자가 2나노미터(2nm) 공정과 HBM4·첨단 패키징 역량을 앞세워 ‘TSMC 리스크 헤지용 대안 제조 파트너’로 부상할 여지가 크다고 진단한다.
이재용 회장의 선밸리 참석이 바로 이 ‘대안 시나리오’를 빅테크 CEO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신뢰를 쌓는, 일종의 C레벨 세일즈·외교 무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2002년부터 간헐적으로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왔고, 법적 이슈로 인한 공백을 거쳐 지난해 다시 복귀했다. 콘퍼런스 특성상 이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선밸리는 ‘딜의 현장’이라기보다 ‘딜의 씨앗을 뿌리는 자리’”라며 최고경영자들 사이의 신뢰와 장기 협력의 기반이 여기서 다져진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미디어·통신·인터넷 업계의 굵직한 M&A와 전략적 제휴 상당수가 선밸리에서의 물밑 논의 이후 수개월~수년 내 현실화된 사례가 다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현재 최첨단 2nm 공정 양산 확대를 추진하면서, HBM과 패키징을 포함한 AI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서의 역할 확대를 노리는 전략을 병행 중이다. 로이터는 AI 추론 인프라에 대한 폭발적 수요가 D램·HBM 등 메모리 공급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최소 내년까지는 메모리 및 관련 인프라 시장의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공급난이 구조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선밸리에서의 빅테크와의 논의가 삼성의 장기 공급계약·공동 R&D·패키징 합작 등 중장기 딜로 이어질 경우, 삼성은 메모리 강자를 넘어 ‘AI 칩 풀스택 파트너’로 포지션을 재정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재용 회장의 이번 선밸리 행보는 기록적인 실적을 배경으로, AI 칩 공급망 재편의 ‘룰 메이커’에 가까워지려는 시도이자, TSMC 쏠림 구조를 완화하려는 빅테크들의 이해와 맞물린 전략적 교차점에 선 행보다. 향후 선밸리 이후 실제 파운드리 수주 변화와 HBM·패키징 장기 공급 계약의 윤곽이 드러날 경우, 이번 ‘억만장자 여름캠프’ 참가가 삼성의 AI 반도체 지형도에 어떤 좌표를 찍었는지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