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 최대 천연 다이아몬드 공급사 드비어스(De Beers)가 수년간 고수해온 ‘고가 방어 전략’을 공식적으로 접고, 거의 모든 등급에 걸쳐 사상 최대 수준의 가격 인하에 나섰다.
bloomberg, theedgemalaysia, miningweekly, moneyweb에 따르면, 이번 조정은 공식 가격을 2차 시장 수준에 근접하게 낮춘 ‘역대급 할인’으로, 다이아몬드 제국의 수익 모델이 구조적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번 결정의 파괴력은 인하 폭보다 가격 구조의 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드비어스는 “가격 신뢰도”를 명분으로 공식가를 2차 시장보다 품목별로 5~50%까지 높게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비공개 할인 판매로 수요 둔화를 관리해 왔다.
그러나 7월 초 보츠와나에서 열린 초청 전용 판매 행사 ‘사이트(sight)’에서 가격을 2차 시장 수준에 맞춰 조정하면서, 사실상 프리미엄 리스트프라이스 전략에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하 폭을 숨기기 위해 올해부터 박스별 단가 대신 ‘총액 일괄 청구(one-line invoicing)’로 바꿔 같은 등급 간 비교 자체를 어렵게 만든 점은 급격한 가격 하락이 시장 심리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방어적 행보로 읽힌다.
공급·수요 구조 측면에서도 판이 바뀌고 있다. 드비어스는 7월 1일부로 5년짜리 새 사이트홀더 계약을 발효시키며, 그동안 약 70개 수준이던 엘리트 구매자 클럽을 45~50개로 줄였다. 이는 138년 역사에서 손꼽히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원석 공급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재무·유통 능력이 검증된 핵심 고객에게 물량을 집중해 수익성과 가격 통제를 동시에 도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국내외 업계에선 인도 등 일부 연마 허브의 가동률이 급락하고, 특정 등급(예: 셀렉트 메이커블)은 1년 새 캐럿당 가격이 1,400달러에서 850달러로 약 40% 빠지는 등 급격한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이번 ‘백기 투항’의 배경에는 구조적 수요 붕괴와 대체재의 공세라는 이중 악재가 겹쳐 있다. 중국에서는 혼인 건수가 2013년 1,346만건에서 2022년 683만건으로 9년 연속 감소했고, 이 기간 결혼반지 수요를 견인해 온 다이아 시장도 동반 위축됐다.
미국과 중국을 합친 두 시장이 글로벌 다이아몬드 소비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가운데,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1/20 수준에 불과한 랩그로운(합성) 다이아가 주요 채널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면서 “영원한 사치재”라는 프리미엄 내러티브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앙골라 등 산지국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시세에 맞춰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고, 미국의 인도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와 중동 분쟁이 물류·수요 측면에서 추가 압박을 더하면서, 드비어스의 가격 방어선은 이미 사실상 무너진 상태였다.
모기업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의 결단도 시장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최근 수년 사이 드비어스의 가치를 수십억 달러 규모로 손상 처리한 데 이어, 2026년 들어 드비어스를 매각 대상으로 공식화하고 거래 마무리를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주요 글로벌 매체들은 "138년 독점 구조가 합성 다이아와 구조적 수요 위축 앞에서 종언을 고하고 있다"며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유명 카피가 더 이상 재무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더 이상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도, ‘결혼 시장의 절대재’도 아니라는 냉혹한 신호 속에서, 드비어스의 이번 가격 인하와 구매자 클럽 축소는 단순한 사이클 대응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서막에 가깝다는 평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