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국레노버(대표이사 신규식)가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눈부신 외형 성장 이면에는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수관계자인 아일랜드 법인에 무려 316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매입과 수수료를 지급하며 '국부 유출' 및 '꼼수 절세'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70억원이 넘는 외화환산손실까지 겹치며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영업이익률은 2.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화려한 매출 잔치 속에서 실속은 챙기지 못한 채 해외 본사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외형은 42% 폭풍 성장, 실속은 2%대 '빛 좋은 개살구'
7월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한국레노버의 2026년 3월 31일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제22기(2025.04.01~2026.03.31) 매출액은 4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999억원) 대비 무려 42.2%나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상품매출이 411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서비스매출도 15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형 성장에 비해 수익성은 턱없이 부족했다. 영업이익은 106억원을 기록해 전년(75억원) 대비 41.3% 증가했지만, 4000억원대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은 고작 2.48%에 불과하다. 100원어치를 팔아 2.5원도 채 남기지 못한 셈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64억원으로 전년(7억원) 대비 크게 늘었지만, 순이익률은 1.5%로 바닥 수준을 맴돌고 있다.
아일랜드 법인에 3160억원 '몰아주기'... 꼼수 절세 논란 도마 위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된 결정적인 원인은 막대한 '매출원가'와 '특수관계자 거래'에 있다. 한국레노버의 매출원가는 3974억원으로 매출액의 93.1%를 차지한다. 제품을 팔아 번 돈의 대부분이 원가로 빠져나가는 기형적인 구조다.
특히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심각한 페인포인트가 드러난다. 한국레노버는 당기 중 특수관계자 매입 등으로 총 3955억원을 지출했는데, 이 중 무려 3160억원(약 80%)이 'Lenovo Ireland International Limited(레노버 아일랜드 법인)' 한 곳에 집중됐다. 아일랜드는 전통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아 다국적 IT 기업들이 조세 회피처 및 세무 구조 최적화로 자주 활용하는 국가다. 아일랜드 법인 매입 3160억원은 이미 이전가격 조정 188억원이 차감된 금액이다.
전기(제21기)에는 홍콩 법인인 'Lenovo PC HK Ltd.'에 2738억원을 매입 대금으로 지급했으나, 당기에는 이 거래처가 아일랜드 법인으로 전면 교체됐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이 원가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인 아일랜드 법인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다국적 기업의 전형적인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리스크 및 절세 논란으로 지적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주석 10에 따르면 회사는 특수관계자와 "영업이익이 일정률을 초과하거나 미달할 경우 해당 금액을 보전받는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한국 법인이 단순 판매 대리점(Limited Risk Distributor) 구조임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배구조 이슈임을 방증한다.

환율 리스크 무방비 노출... 외화환산손실만 70억원
재무적 리스크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레노버는 당기 중 무려 70억 3300만원의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다. 전년(36억 8400만원)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여기에 외환차손 64억 9400만원을 더하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만 135억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10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해외 특수관계자와의 막대한 외화 거래 구조 속에서 환율 리스크 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판매관리비 185억원... 급여는 65억, 광고비는 46억 지출
판매비와 관리비는 185억 6100만원으로 전년(168억 1700만원) 대비 10.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임직원 급여로 65억 5500만원, 퇴직급여로 7억 6100만원이 지급됐다. 광고선전비는 46억 9500만원으로 전년(53억 5400만원) 대비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급수수료는 15억 2000만원으로 전년(9억 5000만원) 대비 60% 급증했다. 지급수수료는 홍보 및 마케팅 대행 수수료, 법률 자문 및 회계 감사 수수료, 외부 용역 및 컨설팅 비용 등과 같이 외부 전문가나 기관에 의뢰한 서비스 비용을 말한다. 지급수수료의 급증은 홍보대행사(케이피알앤드어소시에이츠(KPR, 대표이사 신성인)), 법무법인, 특수관계사 컨설팅 등 외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익잉여금처분액은 2년 연속 0원(무배당)이며, 누적 이익잉여금이 583억원(자본금의 16.3배)에 달했다.
매출 성장 이면에 숨겨진 국부 유출 구조 심각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한국레노버는 42%라는 놀라운 매출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과실은 한국이 아닌 아일랜드 법인으로 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업이익률 2.4%라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와 3160억원에 달하는 아일랜드 법인 매입 거래는 다국적 기업의 전형적인 조세 회피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며,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135억원 규모의 외환 관련 손실은 경영진의 환리스크 관리 실패를 보여주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도 세금 납부를 최소화하며 본사로 부를 이전하는 외국계 기업의 고질적인 행태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국레노버 경영진이 4000억 매출이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 숨겨진 '국부 유출' 꼬리표를 어떻게 떼어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스페이스는 10개의 질의를 포함한 공식 질의서를 보냈으며, 한국레노버 측은 "보내주신 개별 질의 사항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관련 법령에 따라 이미 투명하게 공시된 내용이거나, 회사의 내부 경영 정보에 해당해 상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개별 항목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대신해 본 공식 입장으로 회신해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