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북중미 FIFA 월드컵 2026 16강 브라질-노르웨이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해 경기 공 전달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로보틱스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을 전 세계 축구팬 앞에서 실험했다.
미국 뉴저지 이스트 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 하프타임에 아틀라스는 선수 입장 터널에서 등장해 글로벌 스타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재현한 뒤, 심판 이스마일 엘파스에게 후반전 공인구를 직접 전달하며 후반 시작을 알렸다.
현대차 측은 이를 “FIFA 월드컵 실전 경기 환경에 인간형 로봇이 최초로 도입된 사례”로 규정하며, 변수가 많은 실제 경기장 환경에서 복합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한 점을 강조했다.
아틀라스의 월드컵 데뷔는 이미 5월 말부터 예고된 ‘훈련 영상’ 캠페인의 현실 버전이다. 현대차는 공식 유튜브 채널과 보스턴 다이내믹스 채널을 통해 월드컵 역사적 장면을 분석하며 축구 기술을 학습하는 과정을 담은 5부작 ‘스쿨 오브 풋볼(School of Football)’ 영상을 공개했고, 이 시리즈는 공개 5일 만에 3300만뷰를 돌파했다.
영상 속 아틀라스는 펠레·마라도나·메시·손흥민 등의 실제 플레이를 모션 캡처로 모델링해 사이드 스텝, 페인팅, 드리블, 슈팅을 반복 학습했고, 다리를 교차해 차는 라보나 킥에 수비수 속임 동작을 더한 ‘고스트 라보나’까지 구현해 ‘피지컬 AI’ 역량을 과시했다.
현대차는 이 캠페인이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실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 퍼포먼스”임을 강조하며, 클라우드 GPU 환경에서 수천 개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돌려 사람이 1년 동안 겪을 시행착오를 하루 24시간 안에 압축 학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장 퍼포먼스에 투입된 모델은 2026년 CES에서 공개된 차세대 전동식 개발형 아틀라스로, 약 152cm(5피트) 신장에 전신 56개 자유도를 갖춘 구조다. 관절과 근육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를 촘촘히 배치해 누운 상태에서 스스로 일어나고, 점프 후 착지, 방향 전환, 장애물 회피 등 고난도 전신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 경기장에서는 해리 케인, 엘링 홀란, 마테우스 쿠냐, 손흥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연속으로 선보인 뒤 심판에게 공인구를 전달하는 일련의 동작을 수행했으며, 국내외 주요 방송·통신사들은 이를 “세계 최초 로봇 하프타임 쇼”로 보도했다.
아틀라스는 월드컵을 계기로 산업 현장 투입을 앞둔 ‘파일럿 모델’ 성격도 동시에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같은 시점까지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 등 로봇 2만5000대를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에는 연간 35만개 액추에이터 생산 능력을 갖춘 제조 시설을 건설해, 로봇의 ‘근육’을 대량 공급하는 구조를 마련 중이다. 공장 측면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산라인 전체를 하나의 소프트웨어처럼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체계를 추진하고, 부품 구매·양산 준비 전담 조직을 별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월드컵 로보틱스 전략은 아틀라스 단독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는다. 그룹은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약 11억달러에 인수한 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과 댈러스 국제방송센터에 사족보행 로봇 ‘스팟’ 4대를 투입해 보안 및 시설 점검에 활용했다고 알렸다.
공식 후원사 지위를 활용해 ‘차량+로봇’ 이중 플랫폼을 전시하고, 뉴욕 록펠러센터에 설치한 FIFA 뮤지엄 공간에서는 ‘로보틱스+모빌리티’ 비전을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내며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폴리티코는 현대차의 월드컵 로봇 전시를 “제조 공장 자동화와 물류 로봇 상용화를 겨냥한 글로벌 Proof of Concept”으로 분석하며, 스포츠 마케팅과 B2B 산업 전략이 결합된 이중 노출 효과를 강조했다.
경기 결과 역시 퍼포먼스의 상징성을 키웠다. 이날 브라질은 노르웨이에 2-1 역전패를 당했고, 엘링 홀란이 후반에만 2골을 기록하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로봇이 공을 전달해 시작된 후반전에 인간 스트라이커가 극적인 드라마를 쓴 셈으로,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스포츠 무대에서 ‘인간과 로봇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극적으로 드러낸 연출로도 읽힌다.
아틀라스가 경기장에서 수행한 달리기·급정지·세리머니·공 전달 동작은 제조·물류 현장에서의 물체 운반, 장애물 회피, 협동 작업으로 확장 가능한 모션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추진할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과 피지컬 AI 로봇 전략의 실증 테스트로도 인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