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2026년 상반기 한국 ETF 시장의 절대 주인공은 ‘반도체+레버리지’였다.
한국거래소와 국내 주요 매체 집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IT 레버리지 ETF는 상반기 수익률 781.5%를 기록하며 국내 모든 ETF를 압도하는 1위에 올랐고, KODEX 반도체 레버리지가 505.2%로 2위, TIGER 반도체 TOP10 레버리지가 370.1%로 3위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연초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원금이 8배 가까이 불어난 상품이 등장한 것은 국내 ETF 시장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 집계 기준으로 상반기 ETF 수익률 상위 12개 종목은 모두 기초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다. 이 가운데 1~3위가 반도체 레버리지 ETF였고, 뒤이어 KOSPI200 선물 레버리지 등 지수형 레버리지 ETF가 포진하며 ‘레버리지의 시대’를 확인시켰다. 반대로 지수 하락 시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인버스2X(일명 ‘곱버스’) ETF들은 -88%대 손실로 하위권을 도배해, 방향성 베팅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상반기였다.
레버리지 배율을 쓰지 않은 일반 ETF 시장에서도 K-반도체의 독주는 뚜렷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반도체는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 삼성전기, 한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등 메모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두루 담고 상반기 288~291% 안팎의 수익률로 일반 ETF 중 1위를 차지했다.
PLUS 글로벌 HBM반도체 역시 AI 고대역폭 메모리(HBM) 밸류체인을 타고 237~243% 수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반도체 테마 ETF 상위권에 안착했다. 수익률 상위 일반 ETF 10개 중 9개가 반도체·IT ETF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폭발적인 수익률의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격차 랠리’가 자리한다. 두 종목은 현재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고,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중심으로 한 HBM 수요 급증이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밀어 올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6년 5월 말 기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삼성전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함께 글로벌 ‘1조 달러 반도체 클럽’에 합류했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오면서 상징성을 더했다. TIGER 200IT 레버리지는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비중을 70%대 후반까지 끌어올리는 차입 기반 현물 복제 방식으로 200% 매수를 구현해, 같은 반도체 레버리지 ETF 가운데서도 수익률 격차를 벌린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 투자자 수급은 이 ‘반도체 레버리지 사이클’을 증폭시키는 촉매였다. 한국거래소와 신한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중심 반도체 레버리지 ETF는 연초 이후 300%를 훌쩍 넘긴 수익률을 기록하며 개인 순매수 1위 ETF로 떠올랐고, 자산 규모는 연초 대비 361% 이상 급증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5월 말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국내 최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자, 하루 코스피 거래대금의 약 18%가 해당 상품으로 집중되는 ‘쏠림 장세’가 연출됐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 ETF 거래를 위한 사전 교육을 이수한 투자자는 두 달 새 약 30만명을 돌파해, 2025년 전체 수료 인원을 이미 넘어섰다는 집계도 나와 당국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규제당국의 대응은 ‘경고의 신호’에 가깝다. 국내 증권가 보도에 따르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 UBS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파생·스왑 거래에 대한 금융 비용을 인상하고, 거래 규모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며 레버리지 랠리의 레버리지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
신용공여 잔고 역시 사상 최대 수준까지 치솟아 ‘빚투’와 레버리지 ETF가 결합한 과열 국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첫 거래일, 글로벌 기술주 조정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장중 7% 넘게 급락하며 레버리지 구조의 상·하방 리스크를 동시에 확인시킨 장면은 투자자 교육 교재에 바로 실릴 만한 사례다.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AI 예외주의(AI exceptionalism)’가 키워드다. 삼성증권 임은혜 연구원은 "AI 가치사슬 투자가 반도체·소프트웨어·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며 시장 주도권을 계속 쥘 것"이라고 보면서도, "에너지 안보와 방산 산업이 지정학 리스크를 배경으로 새 테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다만 상반기 반도체 레버리지 ETF 수익률이 이미 ‘역사적 고점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변동성 확대와 규제 강화, 글로벌 경기 변수에 따라 수익률 분포가 상반기만큼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상반기 K-반도체 레버리지 ETF가 보여준 700%대 수익률은 기회의 기록인 동시에, 레버리지와 쏠림, 빚투가 결합했을 때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열광과 냉각을 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남을 공산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