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미 통상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는 쿠팡 주식을 7개월간 18차례에 걸쳐 사고판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통상 현안 기업-정책 결정’이 맞물린 구조적 이해충돌 논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OGE 재산신고가 드러낸 ‘쿠팡 18회 거래’의 숫자들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최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재산신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두 개의 투자계좌를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보통주를 총 18차례 매매했다.
거래 패턴을 보면, 2025년 10월 9일 두 차례 매수와 같은 달 16일 추가 매수 이후 10~11월에 걸쳐 여러 차례 매도에 나섰다가, 12월에는 다시 매수로 돌아서는 ‘회전 매매’ 양상이 반복됐다. 올해 들어서는 1월 일부 물량을 처분한 뒤 2월에 최대 25만달러(약 3억8250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매수를 단행했고, 마지막 거래는 5월 18일과 22일 두 차례 매도로 기록됐다.
OGE 신고서가 구간별 금액만 제시한 점을 감안해 최대치 기준으로 추산하면, 트럼프는 작년 10월 이후 쿠팡 보유액을 최대 약 28만달러까지 늘렸다가 매도를 거쳐 현재 약 13만달러(약 2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률은 좋지 않은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쿠팡 주가가 급락하던 2025년 10~11월 시기에 거래가 집중됐고, 2026년 2월 대규모 매수 당시 주가가 주당 18달러 안팎이었던 반면 5월 매도 시점에는 15달러 선까지 밀리면서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OGE 자료에서도 이 투자에서 발생한 소득은 “없거나 201달러 이하”로 표시돼 있다.
통상 갈등 타임라인과 ‘쿠팡 매매’의 기묘한 싱크로율
보다 민감한 대목은 거래 시점이 한미 간 ‘쿠팡 갈등’ 주요 국면과 겹친다는 점이다. 2025년 10~11월 매도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공식 발표 직전 시기였고, 12월 재매수는 한국 국회 ‘쿠팡 청문회’가 미국 정치·언론권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2026년 1월 이후 미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 대우한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2월에는 미 연방하원 법사위원회가 쿠팡 문제 관련 비공개 증언을 청취했다. 이어 하원 법사위는 7월 1일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은 쿠팡과 미 하원 보고서의 논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며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그 시점에 대통령 본인이 바로 그 ‘당사 기업’의 주주였다는 사실이 재산신고를 통해 확인되면서 이해충돌 공방이 본격 점화됐다.
트럼프 측은 투자계좌 운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외부 운용사가 독자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백지신탁에 맡겨 자산 운용 내역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던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포트폴리오 내역을 수시로 열람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비판의 핵심이 되고 있다.
통상 라인까지 번진 ‘쿠팡 커넥션’… 구조적 이해충돌 프레임
이번 논란은 대통령 개인을 넘어 통상·외교 핵심 라인까지 쿠팡과 금전적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더 넓은 ‘이해충돌 프레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 관련 통상 현안을 직접 다루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로펌 킹앤드스폴딩 파트너로 재직하던 2024년 5월 쿠팡으로부터 강연·자문료 1만달러를 받은 사실을 재산신고를 통해 공개했다. 같은 시기 현대차로부터도 동일 명목으로 2만달러를 수령했다.
한국 담당 외교를 총괄하는 엘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역시 취임 전 쿠팡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연 5000달러 이상 보수를 받은 것으로 신고했으며, SK·포스코·현대차·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에서도 유사한 보수를 받았다. 후커는 한국 플랫폼 규제를 비판해온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컨설팅사 ‘아메리칸글로벌전략(AGS)’의 선임 부회장을 지냈고, 쿠팡은 AGS의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은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통상·외교 라인은 과거 쿠팡으로부터 자문료와 컨설팅 대가를 수령했으며, 백악관과 의회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쿠팡 차별’로 규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현재의 구조는, 법적 위법 여부와 무관하게 이해충돌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내재된 그림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다만 OGE 신고 기준상 쿠팡 투자 규모가 트럼프 전체 자산 대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거래 패턴과 규모로 볼 때 특정 정책 개입을 겨냥한 ‘표적 매매’였다고 단정할 만한 확실한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쿠팡-트럼프 리스크, 한미 통상·플랫폼 규제 논쟁의 새 변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수사와 한국 국회의 쿠팡 청문회가 한미 안보 협상까지 흔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통상 사령탑의 재산·자문 관계가 드러난 이번 사건은 한국 플랫폼 규제와 미국의 ‘거래적 동맹’ 전략을 둘러싼 정치·외교 리스크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향후 미국 내 윤리감시단체와 의회 차원의 추가 조사, 한국 내 국회·시민단체의 문제 제기 여부에 따라 쿠팡 사태는 단순 기업·규제 이슈를 넘어 ‘대통령의 이해충돌’을 둘러싼 양국 정치·외교 논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OGE 재산신고가 던진 숫자는 크지 않지만, 그 숫자가 교차하는 좌표은 거대하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정책 결정자의 주식·자문 관계를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고전적 과제가 다시 최전선으로 소환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