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우주 나이 10억년도 안 돼 이미 ‘성숙한’ 막대 나선 은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관측한 M1149-BSG-z5라는 은하가 적색편이 5.1 지점에서 발견되면서, 초기 우주에서 막대 나선 구조가 언제,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대한 기존 시나리오가 전면 재검증 국면에 들어갔다. 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먼 막대 나선 은하로, 빅뱅 이후 조직화된 은하가 형성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한층 더 앞당기는 성과다.
‘존재해서는 안 될’ 막대 나선 은하의 등장
BBC, finance.sina.com.cn, zhengjian, caramellab.org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칭화대 왕샤오한(Xiaohan Wang) 연구자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JWST로 은하단 MACS J1149+2223를 관측하는 과정에서 평행 시야(parallel field)에 위치한 M1149-BSG-z5를 포착했다. 연구팀은 이 은하의 적색편이를 z≈5.1로 측정했으며, 이는 빅뱅 후 약 10억년 전, 이른바 ‘재이온화 시대(Epoch of Reionization)’에 해당하는 시기다.
해당 연구는 6월 23일 물리·천문학 분야 사전공개(프리프린트) 플랫폼인 arXiv에 게재됐으며, 이후 과학 전문 매체 Phys.org와 중국 IT 전문매체 IT之家(ITHome) 등이 잇따라 이를 소개했다.
길이 1만 4700광년 막대, 질량 280억 태양
M1149-BSG-z5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형태’와 ‘규모’가 모두 성숙한 막대 나선 은하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왕샤오한 팀이 산출한 구조적 지표에 따르면 이 은하는 ▲막대 길이: 약 1만 4700광년 ▲회전 팔(나선팔) 최대 반경: 약 1만 7900광년 ▲유효 반경(half-light radius): 약 8500광년 ▲항성 질량: 약 280억 태양 질량(2.8×10¹⁰ solar masses)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이는 적색편이 5 전후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은하보다 크고 무거운 편으로, 네이처(연구진과는 별개 연구에서) 등이 보도해온 ‘빅뱅 5억~7억년 후 이미 태양 질량 100억~1000억 배에 이르는 초거대 은하들이 등장했다’는 JWST 초기 결과와 궤를 같이 하면서도,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구조적으로 정교한 막대 나선 형태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연간 144 태양 질량, AGN까지 갖춘 ‘조숙한’ 은하
별 생성 활동과 중심 블랙홀의 상태를 보여주는 물리량도 ‘조숙함’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이 arXiv 논문과 Phys.org 인용 보도를 통해 공개한 값에 따르면 M1149-BSG-z5는 ▲별 생성률(SFR): 연간 약 144 태양 질량 ▲활동은하핵(AGN): 광폭선(broad line)이 동반된 AGN 존재 확인 ▲금속함량: 태양의 약 50% 수준(≈0.5 Z☉)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별 생성률 수치는 오늘날 은하수와 비교하면 수십 배에 달하는, 전형적인 ‘스타버스트(starburst)’ 급 활동으로, 짧은 시간에 항성 질량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는 조건이다. 여기에 태양 금속도의 절반에 달하는 화학적 성숙도는, 빅뱅 후 10억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여러 세대의 별 형성과 폭발(초신성)을 거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막대 나선 은하는 원래 언제 생기나
막대 구조를 가진 나선 은하는 오늘날 우주에서 매우 흔하지만, 이들이 언제부터 등장했는가는 최근까지도 논쟁거리였다. 기존 JWST·허블 관측을 종합하면 막대 은하의 등장은 대략 적색편이 z≈4 수준, 즉 빅뱅 후 15억년 부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z≈3.5에서의 막대 은하 비율은 3~7%에 그친다는 결과가 다수 보고돼 왔다.
이 가운데 2023년 이후 JWST 관측에서 발표된 ceers-2112는 약 117억년 전(적색편이 z≈3) 존재한 막대 나선 은하로, 당시까지는 ‘가장 오래된 막대 은하’ 기록을 보유했다. M1149-BSG-z5는 이 기록을 수억년 앞당긴 것으로, 동일 계열 연구 가운데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높은 적색편이(z≈5.1)를 가진 막대 나선 은하로 평가된다.
‘표준 우주론’에 던지는 질문
M1149-BSG-z5의 등장은 JWST가 지난 2~3년간 축적해 온 ‘초기 우주의 과도한 성숙함’이라는 수수께끼에 또 하나의 조각을 더한다. JWST는 이미 빅뱅 후 2억 9000만 년(z≈14.3)의 은하 JADES-GS-z14-0, 빅뱅 후 5억~7억년 사이에 항성 질량이 태양의 100억~1000억 배에 이르는 거대 은하들을 연속 발견하며, 표준 ΛCDM 우주론이 예측해온 별·은하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른 진화를 시사해 왔다.
이번에는 단순히 ‘많고 큰’ 은하를 넘어, 동심원형 원반보다 한 단계 복잡한 막대 나선 구조까지 재이온화 시대에 이미 완성됐다는 사실이 첨가되면서, 초기 우주의 물질 집적·냉각·각운동량 전달 메커니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JWST가 발사 3년 만에 ‘초기 은하’, ‘초기 초대질량 블랙홀’, ‘가장 먼 은하’ 등의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운 데 이어, 이제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까지 동원되는 막대 나선 은하를 보여주면서, 초기 우주 연구는 반복 관측과 이론 재검증이라는 장기전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