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약값 반값으로 사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약사들이 쉬쉬하는 복제약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영상 내용은 환자들이 처방받는 고가의 오리지널 신약 대신, 성분과 효능이 동일한 제네릭(복제약)을 활용해 약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후, 동일한 유효성분으로 다른 제약사가 생산·공급하는 약을 말한다. 1984년 미국의 '해치-왁스만법(Hatch-Waxman Act)' 제정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제네릭 시장이 본격화됐으며, 현재 미국에서는 처방 의약품의 90% 이상을 제네릭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대표적인 오리지널 신약과 제네릭의 가격 차이는 실제 어느 정도일까?
1. 비아그라(실데나필) vs 팔팔정…가격을 4분의 1로 낮춘 제네릭의 반란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인 화이자의 '비아그라(Viagra)'는 1998년 출시되어 전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신약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2012년 5월 물질특허가 만료되었고, 수많은 제약사가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허 만료 전 비아그라 50mg 1정의 가격은 약 1만 1,00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출시한 제네릭 '팔팔정'은 오리지널 대비 25% 수준인 50mg 2정에 5,000원(1정당 2,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들고나왔다. 심지어 부광약품의 '부광실데나필정'은 1정당 1,200원(오리지널의 약 11%)에 출시됐다.
파격적인 가격과 '팔팔'이라는 직관적인 작명 덕분에 팔팔정은 출시 한 달 만에 처방량 1위를 달성했고, 이후 10년 연속 선두를 지키고 있다. 2023년 기준 팔팔정의 연간 매출은 425억원에 달하며, 오리지널인 비아그라와도 2배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영국의 제네릭 실데나필 가격은 특허 만료 직후 10파운드에서 1파운드로 90% 급락했으며, 미국의 제네릭 실데나필 100mg 1정 가격은 약 11.3센트(150원 미만)에 불과하다.

2. 노바스크(암로디핀)… 국내 최초의 대규모 제네릭 전쟁
화이자의 '노바스크(Novasc)'는 고혈압 및 협심증 치료제로, 오랫동안 국내 처방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노바스크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국내 제약사들은 대대적인 제네릭 개발에 나섰다.
제네릭 진입 전 노바스크의 1정당 상한가는 524원이었다. 2004년 한미약품이 최초의 제네릭인 '아모디핀'을 노바스크 약가의 75% 수준인 396원에 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2008년 국제약품이 '국제암로디핀정'을 355원(오리지널의 68%)에 발매하는 등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졌다.
제네릭의 맹공에 오리지널 노바스크의 가격 역시 418원으로 20%가량 인하됐다. 그 결과, 2008년 아모디핀은 처방 건수 부문에서 오리지널 노바스크를 추월(24% vs 21%)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3.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미국은 97% 인하, 한국은 '시장 확장'
고지혈증 치료제인 화이자의 '리피토(Lipitor)'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 중 하나다. 2011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인 '아토르바스타틴'이 시장에 쏟아졌다.
미국에서는 제네릭 도입이 약값 폭락으로 이어졌다. 리피토 오리지널의 가격은 1정당 3.29달러였으나, 제네릭 도입 이후 0.08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무려 97.6%의 약가 인하 효과를 보였다. 미국 내 처방의 90%가 제네릭으로 채워지면서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한국 내 리피토 10mg 가격은 제네릭 등재 전 1,239원에서 등재 후 917원, 이후 663원으로 인하되는 데 그쳤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특허 만료 이후에도 오리지널 처방이 크게 줄지 않았고, 오히려 신규 고지혈증 환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체 관련 청구액이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독특한 '시장 확장 효과'가 관찰됐다.

4. 글리벡(이마티닙)… 기적의 항암제와 제네릭의 '918배' 원가 차이
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 '글리벡(Gleevec)'은 표적항암제의 새 장을 연 기적의 약으로 불린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살인적인 약가 인상으로도 악명이 높다. 2001년 출시 당시 연간 2만 6,000달러였던 약값은 매년 인상되어 2016년에는 14만 6,000달러에 달했다.
한국에서는 2013년 특허 만료 직전 1정당 2만 1,281원이던 약가가 제네릭 출시 후 1만 1,077원(2014년 기준)으로 절반가량 인하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글리벡 제네릭의 글로벌 가격 차이다. 인도 대법원이 2013년 노바티스의 글리벡 특허 연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인도의 제약사들은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인도산 제네릭의 연간 치료 비용은 약 400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종양학회(ASCO) 보고서에 따르면, 글리벡 400mg의 1년 치 제조 원가는 약 159달러에 불과하다. 즉, 미국의 오리지널 약값은 제조 원가의 918배에 달했던 셈이다. 이는 제네릭의 도입이 중증 질환 환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5. 일상 속 약값… 타이레놀과 당뇨약의 사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Tylenol, 아세트아미노펜)' 역시 오리지널 약이다. 타이레놀 500mg 10정 소포장의 가격은 약 2,200원~3,000원 선이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특허가 만료된 지 오래되어 타세놀, 크린탈 등 수백 개의 저렴한 제네릭이 존재하며, 성분과 효능은 오리지널과 동일하다.
최근에는 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도 격변이 일고 있다. MSD의 '자누비아(시타글립틴)'는 2023년 9월 한국 특허가 만료되면서 무려 240여 개의 제네릭이 쏟아졌다. 제네릭 처방액은 출시 1년 만에 21억원에서 179억원으로 8배 이상 급증하며 오리지널을 맹추격하고 있다.
6. 제네릭, 약값 반값의 진실…소비자의 '알 권리' 행사가 우선
SNS영상이 지적한 "약값을 절약하는 방법"은 본질적으로 타당하다. 비아그라와 팔팔정, 글리벡과 인도산 제네릭의 사례에서 보듯, 제네릭은 동일한 약효를 제공하면서도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복잡하다. 미국의 리피토 사례처럼 제네릭 진입시 가격이 90% 이상 폭락하는 시장 구조가 한국에는 정착되지 않았다. 오히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 차이가 미미하거나,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의 사례처럼 오리지널 약가가 제네릭과 동일해지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환자가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가 처방한 약과 성분이 동일한 제네릭이 있는지, 그리고 가격 차이는 얼마인지"를 적극적으로 묻고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값 반값의 진실은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알 권리' 행사에서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