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의회가 ‘중국발 로봇 공세’를 새로운 안보 리스크로 규정하면서, 국가 차원의 로봇 전략과 공급망 재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미 하원 청문회와 민간 싱크탱크 활동을 통해 “외국산 로봇, 특히 중국산 로봇은 안보 위협”이라고 공개 경고하며 "미국판 ‘국가 로봇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전면전에 나섰다.
미 하원 청문회서 터져 나온 ‘국가 로봇전략 공백’ 위기론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사이버보안·인프라보호 소위원회 청문회는 로봇과 피지컬 AI를 둘러싼 미·중 주도권 싸움이 더 이상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안보 어젠다로 격상됐음을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소프트웨어부문 부사장 매튜 말차노는 “외국산 로봇을 사용하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로봇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보전문매체 ‘GOV인포시큐리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군·치안·인프라 영역에 투입되는 로봇이 사이버 침투, 데이터 수집, 시스템 교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와 학계 증인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선제적 국가 로봇전략 없이 방치할 경우, 중국 로봇 군단에 주도권을 뺏기고 안보 리스크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미 조지타운대 러시 도시 조교수는 “연방 기관이나 정부 조달 기업에 중국산 로봇 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무인항공기시스템국제협회(AUVSI) 마이클 로빈스 CEO는 “중국은 보조금에 기반한 로봇을 세계 시장에 쏟아붓고 있으며, 이는 미국 로봇 산업 기반을 잠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로봇이 미국 경찰·대학까지”…공급망·안보 리스크 현실화
위기론은 이미 통계와 사례로 구체화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CES 2026에 참가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수는 미국의 5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전시·홍보,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 속도가 미국보다 구조적으로 앞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 직접적인 안보 우려도 등장했다. 중국 유니트리(Unitree Robotics) 로봇이 미국 경찰서와 대학에 이미 배치돼 있다는 사실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공식 확인됐고, 유니트리가 중국 군(軍)과 계약 관계에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군-산-학’ 연계형 침투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유니트리 로봇에는 사이버 보안 취약점이 방치돼 있을 뿐 아니라, 원격 업데이트·데이터 송수신 경로 자체가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이 같은 사례는 ‘중국산 로봇 조달 금지’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미 하원 중국특위는 국방부와 상무부 등에 중국 로봇 기업의 인민해방군(PLA) 지원 가능성 조사를 공식 촉구했고,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로봇 기업에 대한 국가안보 위협 조사 ▲AI 추론용 칩까지 포함한 수출통제 확대 ▲중국 AI·로봇 기술에 대한 연방정부 조달 금지 등 구체적 대응 패키지를 제시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국가 로봇위원회’ 전면에…SCSP와 안보위원회 카드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거리의 ‘댄싱 로봇’으로 유명한 기업을 넘어, 이제 미국 로봇 국가전략 아키텍트로 포지셔닝에 나선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최근 미국 민간 싱크탱크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 Special Competitive Studies Project)’가 출범시킨 ‘첨단제조 로봇 국가안보위원회’에 대표적 피지컬 AI 기반 로보틱스 기업으로 참여한다.
SCSP는 구글 전 CEO 에릭 슈미트가 이끄는 초당파 기구로, 첨단 기술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미 정부에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브랜던 슐만 부사장을 위원으로 파견해 향후 1년간 미국 로봇 기술 경쟁력 강화, 제조 현장 자동화 프레임워크 구축, 공급망 개선 등을 위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할 계획이다. 위원회에는 엔비디아, AMD, GM 등 미국 핵심 제조·반도체 기업들이 함께 이름을 올리며, 사실상 ‘로봇·피지컬 AI 버전 국가산업 전략본부’에 가까운 구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SCSP의 첨단제조 로봇 국가안보위원회는 ▲미국 제조업 생산성 제고 ▲중국 의존적 공급망 탈피 ▲우방국 중심의 ‘로봇 동맹’ 형성 ▲로봇·AI 인력 양성·데이터 생태계 구축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소개된다. 다만 세부 수치나 예산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관련 내용은 추후 위원회 권고안 형태로 미 의회·행정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데이터 선순환에서 중국이 앞서간다”…로봇 보급률 격차가 전략의 핵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대정부 메시지는 단순한 보조금 요구가 아니라 ‘데이터 선순환 경쟁’이라는 구조적 관점에서 나온다. 브렌던 슐만 보스턴다이나믹스 부사장은 최근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로봇이 많이 배치될수록 데이터가 생성되고, 그 데이터가 로봇 성능을 비약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며 “실제 현장 배치는 로봇 개발 주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인력 교육 지원과 세금 인센티브 부여를 포함한 범정부적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사실상 국가 로봇전략 수립을 공개 요구했다.
산업 현장의 수치도 위기감을 뒷받침한다. 국내외 로봇 관련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제조용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4족 보행·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공장·물류·경비·교육 분야에 공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보조금과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자국 로봇의 배치 규모와 데이터 축적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CES 2026에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미국의 5배에 달하는 수로 참가했다는 지표는, 초기 생태계 구축 단계에서 이미 숫자와 속도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 하원 연구·기술 소위원회는 별도의 청문회에서 로봇·자동화 산업 리더십 확보 방안을 논의하며, 첨단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VOA 유튜브 보도에 따르면, 참석 증인들은 미국 제조업의 높은 비용 구조와 전략 부재를 지적하며, 연구개발 투자 확대, 공급망 강화, 인력 양성 확대를 국가 차원의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국가 로봇위원회’에 해당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의 논리적 근거로 읽힌다.
우방국 중심 ‘로봇 공급망 동맹’…한국은 제조·하드웨어 허브로 부상?
이번 논의의 또 다른 축은 ‘우방국 중심 로봇 핵심공급망 재편’이다. 미국 내 로봇·AI 전문가들은 중국산 로봇을 미 연방정부 조달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미국·동맹국 기업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배터리에서 이미 전개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이 로봇·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미국 로봇 국가전략 싱크탱크의 핵심 플레이어로 참여함으로써, 미국의 소프트웨어·AI 역량과 한국의 제조·하드웨어 역량을 결합한 ‘한·미 로봇 동맹’ 구도가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모양새다. 결국 “신체 동작 중심의 중국 vs 두뇌 중심의 미국·우방국”이라는 구도로 피지컬 AI 패권 경쟁이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 한국이 하드웨어·양산 관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최근 행보도 이 같은 구도를 뒷받침한다. 회사는 강화학습과 전신 제어 기술을 적용해 23kg 냉장고를 들고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최대 45kg까지 냉장고 운반에 성공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영상을 공개하며 산업 현장 투입 가능성을 시연했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실전 배치 가능한 피지컬 AI’에 한국 기술이 정면으로 응답한 사례로, 향후 미국 내 로봇 보급 확대와 데이터 축적 과정에서도 한국계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운다.
문제는 속도다. 중국이 보조금과 내수 시장을 앞세워 로봇 보급과 데이터 축적에서 질주하는 사이, 미국이 얼마나 빠르게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우방국과의 공급망 재편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가 향후 5~10년 글로벌 피지컬 AI 패권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 입장에선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전면에 내세운 ‘한·미 로봇 공조’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반도체·배터리에 이은 차세대 산업 안보축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기회를 잡을 수도, 놓칠 수도 있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