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외환시장이 7월 6일부터 주중 24시간 개장 체제로 전환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50원을 돌파하며 ‘초고환율+24시간 시장’이라는 이중 실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투자자·외국인 자금의 행태가 동시에 바뀌는 구조적 전환기인 만큼, 변동성 완화와 심야 시간 ‘꼬리 위험(tail risk)’ 확대라는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24시간 외환시장, MSCI 선진지수 맞추는 ‘인프라 개편’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7월 6일부터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뉴욕 서머타임 기준) 원·달러를 24시간 거래하는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한 국내 공휴일에도 거래가 가능한 구조로, 사실상 ‘평일 무중단’ 환율 시장이 열린다. 이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요건인 자유로운 외환거래 환경을 맞추기 위한 선진화 패키지의 핵심 조치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구조를 역내로 흡수하는 것이 정책 목표다.
이미 1차 실험은 있었다. 2024년 7월 마감 시간을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날 오전 2시까지로 늘린 이후, ‘아침 갭 변동성’은 평균 0.306%에서 0.145%로 약 52% 줄어들었다는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주간-야간-주간 사이클 도입 후 개장 시 충격이 41.6% 감소했다고 평가하며, “글로벌 뉴스가 야간에 분산 반영되면서 가격 단층 현상이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배수구 넓어졌다” vs “밤엔 물이 더 출렁인다”
24시간 개장은 구조적으로는 변동성 완화 장치다. 장이 닫혀 있을 때 쌓였던 대외 충격이 개장 직후 한꺼번에 폭발하는 ‘갭 점프’를 줄이는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역외 NDF에서 가격이 먼저 형성되고, 서울이 이를 다음날 따라가는 ‘웩 더 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당국이 강조하는 논리는 “글로벌 충격을 흡수하는 배수구를 넓힌 것”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단기 변동성 측면에서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유동성이 얇은 심야 시간대에는 시장 참여자가 급감해, 한두 건의 굵직한 뉴스와 일부 투기성 주문만으로도 환율이 수십 원씩 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될 수 있어서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보고서에서 “야간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책 취지와 달리 특정 시간대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침 홍수(갭 변동성)는 줄이지만, 대신 항구 안의 물이 밤새 더 자주,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1550원 돌파·1600원 ‘가시권’…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의 레벨
문제는 제도 변화가 ‘초고환율’ 국면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7월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4.9원으로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1550.0원)을 넘어섰고, 장중 기준으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원·달러 환율(주간 종가 기준)은 7월 1일 1550원을 돌파하며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뜨렸고,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16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배경에는 복합 요인이 깔려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월 중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달러 인덱스가 재차 강세를 나타낸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상반기에 국내 주식을 150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보증권 위재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해외 패시브 펀드의 리밸런싱 매도가 환율 상승을 주도했고, 3분기 내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엔·달러 환율이 162엔을 돌파해 1986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원·엔 동조화 속에 원화 가치 추가 하락 압력이 겹쳤다.
수출엔 호재, 내수·자본유출엔 ‘경고등’
실물경제 측면에서 이 같은 고환율은 수출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한다. 6월까지 연간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기업들은 원화 기준 매출과 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지만 동시에 환차익 기대 때문에 “달러를 쌓고 환전을 미루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선제적으로 달러 예치와 장기 환헤지를 확대하며, 원화 환전 시점을 늦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수·물가와 금융시장에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분기 기준 역대 네 번째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며 ‘방어전’을 펼쳤지만, 1500원대 안착을 막지 못했다.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에너지·식료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재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코스피는 7월 1일 2% 넘게 하락한 데 이어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5.32포인트(7.89%) 하락한 7,648.09에 거래를 마감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증시 조정도 병행되고 있다.
종가 기준 8,000선이 무너진 것은 6월 11일 이후 15거래일 만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외국인 접근성을 높여 자본 유입을 늘릴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탈(脫)한국’ 거래를 위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고환율+24시간 시장, ‘복합 시나리오’ 관리가 관건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24시간 개장이 야간 유동성을 얼마나 빠르게 두껍게 만들 수 있느냐, 둘째, 1550~1600원 구간에서 외환당국과 시장이 어디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느냐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화투자증권 분석처럼, 거래시간 연장은 구조적으로 갭 변동성을 줄이고 NDF의 가격 지배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Fed 추가 긴축 가능성과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한, 국내 요인만으로 원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1600원 ‘테스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다수 리서치센터의 공통된 시각이다.
24시간 외환시장은 이런 충격을 실시간으로 흡수·분산시키는 새로운 인프라지만, 그만큼 정책 대응과 시장 커뮤니케이션 역시 ‘24시간 체제’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면, 배수구를 넓히는 대신 파고만 키우는 역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함께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