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충남 아산 KTX 선로 신설 공사 현장에서 SK에코플랜트 하청업체 소속 미얀마 국적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와 지지대 사이에 끼여 숨진 사고는 ‘개별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는 7월 1일 오후 4시 11분께 터널 굴착 공정에서 토사 반출용 컨베이어 점검 중 발생했으며,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또 하청·또 이주노동자…아산 KTX 현장이 드러낸 구조적 리스크
이번 현장은 원청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하는 대형 철도 인프라 프로젝트로, 상시 근로자 50인·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이라는 적용 기준으로 볼 때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일 가능성이 큰 사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1명 이상”만으로도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있어, 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가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하청·이주노동자·위험 공정’이라는 조합은 과거 SK에코플랜트의 다른 사망사고들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는 점에서, 회사 전체의 안전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 점검이 불가피해졌다.
“영하 7.4도, 11시간 노동 후 사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보여준 ‘장시간·고강도’ 패턴
SK에코플랜트의 인명사고 ‘흑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이다. 이 현장에서는 최근 두 달 사이 최소 2명의 하청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했으며, 그 배경에는 한파 속 장시간 노동과 연장근로 상시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2026년 1월 13일 밤, 영하 7.4도의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SK에코플랜트 하청업체 소속 50대 철근공 노동자 배 모 씨는 오전 7시 출역 이후 13시간째 현장에서 작업하다 쓰러져 사망했다.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실제 근무 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도 11시간이었고, 사인은 뇌동맥 파열이었다. 노동계는 “한파 속 고강도 노동이 뇌혈관 질환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하며 “예견된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고가 ‘고립된 과로사 의심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해당 공사 현장 출역 인원 1248명 가운데 66.3%인 827명이 법상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특정 업체의 경우 위반 비율이 82.6%까지 치솟았다. 노동부는 상시적인 주 52시간제 위반과 휴일근로수당 미지급까지 확인하고 시정지시를 내렸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새벽 5시 30분 출근·야간 강행군 등 공기 단축 압박이 상시화된 채 장시간·고강도 노동이 구조적으로 내재된 현장”이라며 특별근로감독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원청 SK에코플랜트는 “인력 운영과 시간 관리는 하청 소관이며, 사인은 뇌질환에 의한 병사”라는 취지로 책임을 축소·전가하는 태도를 보여 ‘꼬리 자르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GTX·아파트·외부 숙소까지…다양한 공종에서 반복된 ‘사망의 역사’
SK에코플랜트의 인명사고 이력은 반도체·철도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제3공구 공사 현장에서는 2022년 5월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숏크리트(shotcrete) 덩어리에 맞아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당시 직경 약 80cm에 달하는 숏크리트 덩어리가 약 7m 높이의 터널 천장에서 떨어져 작업 중이던 노동자를 덮쳤고, 사고 발생 약 5시간 25분 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이 현장은 SK에코플랜트(지분 68.5%)가 디엘건설·쌍용건설과 함께 공동 시공하는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2026년 5월에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소재 SK에코플랜트 아파트 사업 현장 외부 근로자 숙소에서 협력사 소속 노동자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전자공시를 통해 “경찰 및 고용노동부 현장 확인 후 상세 원인 파악 중”이라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여부는 공시일 현재 불분명하며, 추후 중대재해가 아닌 것으로 판정되면 정정공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노동부 조사에서 병사로 결론 나 중대재해 대상이 아닌 것으로 종결됐다.
이를 포함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2025년 10월 추락사, 2025년 11월 심근경색 사망, 2026년 1월 뇌출혈 사망 등 석 달여 사이 최소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지역 언론과 노동계는 지적하고 있다. 한 지역 매체는 “세 달 새 3명 산재 사망 무방비 SK에코플랜트”라는 제목으로, 주 100시간에 달하는 극단적 장시간 노동과 휴게·숙소 환경 문제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들은 공정·지역·업종을 불문하고 원청의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이 현장별로 일관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중대재해법 시대, SK에코플랜트가 피할 수 없는 질문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 1명만 발생해도 원칙적으로 ‘중대 산업재해’로 간주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아산 KTX 선로 공사 현장 사고 역시 사망 1명이 발생한 만큼, 사고 원인이 안전조치 미비·위험요인 관리 부실로 드러날 경우 SK에코플랜트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드러난 주 52시간제 상시 위반과 66.3%에 이르는 연장근로 한도 초과, 한파주의보 속 11시간 노동 후 사망이라는 구체적 수치는, SK에코플랜트의 안전보건 시스템이 법·제도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GTX A노선과 안성 아파트 현장의 사망사고까지 포함하면, SK에코플랜트는 철도·반도체·주거 등 한국 경제의 핵심 인프라 전 영역에서 인명사고의 ‘흑역사’를 쌓아온 셈이다.
노동계 및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아산 KTX 컨베이어 끼임 사고는 ‘또 하청, 또 외국인, 또 컨베이어’라는 익숙한 문장을 다시 쓰게 만들었다"면서 "사고의 직접 원인과 법적 책임의 경중은 향후 수사가 가려내겠지만, 구조적 안전 리스크를 방치한 채 현장을 공기와 원가 경쟁에만 내모는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SK에코플랜트의 인명사고가 던지는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