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CZ)가 포브스 실시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빌 게이츠를 제치며 ‘감옥 출소 17개월 만에 게이츠를 넘어선 centibillionaire’라는 전례 없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동시에 그는 2026년 암호화폐 약세장을 인공지능(AI), 전쟁 공포, 비트코인 4년 주기 사이클이 복합적으로 만든 구조적 조정으로 규정하고, 필리핀을 차세대 디지털 자산 허브로 지목하며 장기 낙관론을 재확인했다.
게이츠도 제친 ‘억만장자 리스트의 역전 드라마’
Forbes, coinness, CoinAlertNews, Binance Square, Phemex News에 따르면 CZ의 2026년 추정 순자산은 1,080억~1,110억달러(약 145조~150조원) 사이에 형성돼 있으며, 포브스 연간 리스트 기준 17위, 실시간 지수 기준으로는 18위까지 치솟아 빌 게이츠와 마이클 블룸버그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게이츠는 대규모 자선 기부와 이혼 이후 자산 재편 등의 영향으로 약 1,060억달러 안팎에 머물러 순위가 CZ보다 두 계단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전’의 동력은 바이낸스 지분과 BNB 토큰에 쏠린 극단적 자산 집중이다. 포브스는 글로벌 거래량과 연간 160억~17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매출을 바탕으로 바이낸스 기업가치를 약 1,000억달러로 산정하고, CZ가 이 가운데 약 90%를 보유한 것으로 가정해 순자산을 계산한다.
BNB는 2025년 10월 약 1,370달러까지 치솟은 뒤 2026년 중반 560달러 선으로 되돌아왔음에도, 여전히 CZ의 보유 물량(약 8,900만~9,400만개 추정)을 감안하면 수십억달러 단위의 자산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CZ 본인은 이러한 숫자를 두고 “암호화폐 가격이 절반 넘게 빠졌는데 내 순자산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상식과 기본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비공개 자산에 대한 추정에 기반한 ‘숫자 맞히기 게임’일 뿐”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가 지적하듯, 민간 비상장 기업과 초고집중 암호화폐 포트폴리오에 대한 ‘마크 투 마켓’ 방식은 하루 사이에도 수십억달러 단위로 오차가 벌어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4개월 징역, 43억달러 벌금…그래도 더 부자가 됐다
CZ의 ‘부자 커브’는 암호화폐 사이클과 규제 리스크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2022년 초 그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약 960억달러로 정점에 올랐다가, 2023년 초 미국 사법당국의 압박과 약세장 여파로 105억달러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후 BNB와 시장이 회복하면서 2024년에는 약 330억달러를 회복했고, 2025년 BNB가 사상 최고가를 찍으면서 2026년에는 다시 1,000억달러를 넘는 ‘재등판’을 이뤄냈다.
그 사이 2023년 11월 바이낸스는 자금세탁방지 및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법무부와 43억달러 규모의 합의를 맺었고, CZ는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 위반을 인정하며 5,000만달러 벌금을 납부하고 2024년 4월 4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24년 9월 출소 이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사면을 받으며 법적 족쇄를 상당 부분 해소했고,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대신 재명명된 벤처 투자 조직 YZi Labs(구 바이낸스 랩스)와 교육 프로젝트 ‘Giggle Academy’를 통해 생태계 투자와 사회공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43억달러 벌금과 4개월 수감, CEO 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산은 오히려 암호화폐 회복과 BNB 급등에 힘입어 ‘게이츠 추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객 자산 유용이 아닌 ‘규제 준수 실패’에 대한 처벌이었고, 그의 핵심 자산이 법원의 직접 동결 대상이 아닌 민간 지분과 토큰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AI·전쟁·4년 사이클…“2026 약세장은 세 힘의 충돌”
그렇다면 CZ가 보는 2026년 암호화폐 약세장의 구조는 무엇일까. 그는 코인데스크 인터뷰와 크립토 뉴스 등에 등장해 “2026년 상반기 시장 하락에는 단일한 원인이 없다”며 세 가지 힘을 지목했다.
첫째는 AI 열풍이다. 그는 “AI와 같은 신흥 산업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핫 머니’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AI 인프라·반도체·클라우드·로봇 등 고성장 섹터로 자본과 주목도가 이동하면서 암호화폐의 검색·소비 관심도와 개인 투자 수요가 동반 위축됐다고 보고 있다. 둘째는 지정학적 긴장이다. 이란 등 중동 리스크와 미·중 갈등, 유럽 안보 불안 등 복합 전쟁 공포가 투자자를 안전자산과 달러, 국채로 몰아가는 ‘리스크 오프’ 심리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비트코인의 4년 주기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2025년 10월 12만6,000달러 고점에서 2026년 들어 약 6만달러 선까지 50% 이상 조정을 받았음에도 “과거 80% 하락과 비교하면 이번 조정은 사이클 범위 안의 정상적인 움직임”이라며, ETF 유입과 기관 수요가 구조를 바꾸긴 했지만 할빙 이후의 ‘붐·버스트’ 패턴은 여전히 작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AI에 대한 그의 시각이다. CZ는 다른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산업은 인류 문명을 파괴할 힘이 없지만, AI는 잘못 사용되면 문명을 끝낼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몇 달 안에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 금융의 물리적 카드 결제·KYC 장벽과 달리 블록체인은 API 기반으로 자동화에 최적화돼 있어, AI가 항공권을 예매하고 온체인으로 결제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단기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자금을 빼앗고 있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온체인 결제·토큰화 자산 수요를 증폭시킬 잠재적 촉매로 본다는 점에서 그의 시각은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
필리핀을 향한 러브콜…“장벽 대신 길을 만들라”
시장 진단과 더불어 CZ가 주목한 또 하나의 축은 규제 환경이다. 그는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필리핀 재무부 프레데릭 고 장관, 증권거래위원회 프란시스 림 위원장과의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필리핀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디지털 자산 시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필리핀 증권위는 현지 기업 블록쇼얼스 테크놀로지스를 대상으로 국가 규제 샌드박스 ‘StratBox’ 하에서 실거래 테스트를 허용하는 최종 승인을 내렸고, CZ는 이를 두고 “이것이 바로 좋은 규제의 모습이다. 장벽이 아닌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무조건적인 금지나 봉쇄가 아니라, 제한된 환경에서 실제 서비스를 돌려보며 데이터와 리스크를 축적하는 샌드박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미국에서 43억달러 벌금과 형사 재판을 겪은 CZ가 이제 필리핀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 규제 당국을 향해 “협력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결과에 집중한다”고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내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규제 리스크가 크립토 빌리언리어의 자산 곡선을 극단적으로 흔들어온 지난 몇 년을 돌아볼 때, 그는 이제 ‘규제와 공존하는 성장 경로’를 찾는 쪽으로 스토리를 이동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