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SK하이닉스가 7월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나스닥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최대 15억 달러,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반도체 ETF ‘반에크 반도체(SMH)’·‘아이셰어즈 반도체(SOXX)’ 등에서 약 3억4000만 달러, 나스닥100 추종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등에서 약 4억5000만 달러의 편입 수요가 발생하고, 액티브 및 이머징마켓·글로벌 AI 테마 ETF까지 합치면 7억 달러 이상 추가 매수 여력이 열려 있다는 추산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기존 발행주식의 2.5%에 해당하는 1779만 주를 신주로 발행해 ADR 형태로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상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발행가액은 DR당 25만5500원으로, 전일 보통주 종가 255만5000원을 기준으로 산정됐으며, 예상 조달 규모는 최대 45조4534억원에 달해 국내 기업 해외 증시 자금 조달 사례 가운데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조달 자금은 전액 시설투자에 투입될 예정으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 약 31조원, 청주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조성에 19조원이 각각 배정된다.
이번 상장의 전략적 포인트는 ‘나스닥 선택’이다. 대만 TSMC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나스닥100 편입 대상이 아니었던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나스닥행을 통해 올해 12월 정기변경에서 나스닥100 지수 편입을 노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기초지수가 ‘MVIS 미국 상장 반도체25지수’인 SMH처럼 미국 상장 종목만 편입 가능한 ETF는 ADR 상장 이후에야 SK하이닉스를 담을 수 있어, 상장 직후부터 지수·ETF 구조상 수급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월가와 국내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상장 후 최소 3개월 경과 요건 탓에 빠르면 내년 9월, ICE 반도체지수는 지수위원회 재량으로 올해 12월 분기 리밸런싱 때 특례 편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TSMC ADR 사례는 SK하이닉스가 노리는 ‘패시브 머니 효과’를 보여준다. 글로벌 펀드의 본주 편입 수는 삼성전자 1만1975개, SK하이닉스 9994개, TSMC 1만2748개로 큰 차이가 없지만, TSMC ADR만을 편입한 미국 ETF는 400개를 훌쩍 넘고, 이들 ETF 보유 잔고는 약 226억 달러로 ADR 시가총액의 4.6% 수준에 달한다.
1997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20여 년간 형성된 이 패시브 자금 풀처럼, SK하이닉스 ADR 역시 반도체·AI·나스닥 테마 ETF를 통해 투자자 저변을 빠르게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패시브 자금은 지수 편입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성격상 상장 직후에는 ADR 물량의 약 2% 수준 수요에 그칠 것이란 보수적 전망도 나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수·ETF 편입 확대에 따라 자금 유입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이번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존 2.8배에서 3.4배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29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대폭 올려 잡았다.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6.97배로,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의 9.46배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인데, 미국 상장을 통해 동일 잣대로 비교되기 시작하면 이 격차가 점진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ETF를 통한 꾸준한 매수세가 ADR 가격을 끌어올리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ADR을 매도하고 국내 본주를 매수하는 차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코스피에서의 본주 주가에도 우상향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AI 기술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22년 만의 한국 기업 미국 ADR 나스닥 상장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7월 10일 나스닥 입성 이후 나스닥100·SOX·ICE 등 주요 지수 편입 속도와 ETF 패시브 머니 유입 강도가 향후 SK하이닉스의 주가와 기업가치 재평가 속도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