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일론 머스크가 “내가 본 것 중 무엇이든 통틀어 가장 큰 가격 폭등”이라고 표현한 AI 칩·메모리 가격 급등은 더 이상 데이터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CNBC, cryptorank, The Deep Dive, Stocktwits, businessinsider, Étude Media에 따르면, 애플이 맥과 아이패드 전 제품군 가격을 최대 500달러까지 올리고,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연간 7,000억달러가 넘는 설비투자를 예고하면서, AI 인프라 붐이 소비자 전자제품 물가와 글로벌 IT 수급 구조를 동시에 뒤흔드는 ‘RAM 쇼크’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머스크·쿡의 ‘백년급 쇼크’ 공통 진단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최근 소셜미디어 X에서 현재 AI 칩과 메모리 가격 급등을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가격 점프”라며,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말도 안 될 정도(insane)”라고 직격했다. 그는 “수요 대비 생산 격차가 미친 수준이며, 훨씬 더 높은 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사실상 메모리·HBM·GPU 공급사들에게 증설을 촉구했다.
애플 CEO 팀 쿡 역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부족 사태를 “100년에 한 번 올 법한 홍수(hundred-year flood)”로 규정하면서, "40년 경력 동안 어느 분야에서도 본 적 없는 수준의 부품비 급등"이라고 입을 모았다. 애플은 CNBC와의 입장문에서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요가 폭발했고, 이처럼 빠르고 큰 부품 가격 상승은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애플, 맥·아이패드 최대 500달러 인상
AI 메모리 대란은 애플의 가격 정책을 정면으로 바꿔 놓았다. 6월 25일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 전 제품군 가격을 일제히 올렸고, 제품에 따라 100달러에서 최대 500달러까지 인상폭을 적용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입문형 맥북 네오(Neo)는 599달러에서 699달러로 17% 인상됐고, 맥북 에어는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200달러 상승했으며, 맥북 프로는 1,699달러에서 1,999달러로 300달러 뛰었다. 아이패드 에어는 599달러에서 749달러로 약 25% 올랐고, 아이패드 프로 역시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200달러 인상됐다.
애플은 아이폰 가격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했지만, 메모리·스토리지 비용을 더는 흡수할 수 없다고 공식화했다. 리서치업체 카운터포인트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DRAM 가격은 2026년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50% 급등했고, NAND 플래시 스토리지 가격은 같은 기간 90% 이상 오른 데 이어, DRAM 도매가격은 1분기에 최대 98% 상승, 2분기에도 추가로 58~63% 상승이 예상된다.
하이퍼스케일러 CAPEX 7,410억달러, 소비자와 ‘제로섬’
문제의 출발점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전례 없는 설비투자다. 올해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클라우드·AI 인프라 기업의 합산 CAPEX는 약 7,410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75%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적으로 아마존이 2,000억달러, 알파벳이 1,750억~1,850억달러, 메타가 1,150억~1,35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1,200억달러 이상, 오라클이 500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노버 CFO 윈스턴 청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AI 인프라 붐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capex) 사이클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전 세계 기업과 국가의 AI 인프라 투자가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국제데이터공사(IDC)는 2025년 말 보고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최소 2027년까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해, 머스크·쿡이 말하는 가격 충격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PC·콘솔 가격까지 번진 ‘AI발 인플레’
메모리·스토리지 부족은 이미 AI 서버용 HBM·HBM3E에서 시작해, 일반 DRAM과 NAND까지 파급되며 소비자 기기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CBS 등 미국 언론은 최근 PC 가격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전반적 인상”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하며, AI 인프라 수요가 소비자 IT 물가를 밀어올리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Xbox) 콘솔 가격을 8월 1일부터 100~150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해, 게임기 시장에서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전가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와 기업 간 칩 수급이 사실상 ‘제로섬’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학습·추론용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 메모리와 고용량 DRAM·NAND를 선점하는 가운데, PC·콘솔·스마트폰·태블릿 등 소비자 기기는 남은 물량을 두고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AI 붐의 숨은 비용’…전략적 시사점
머스크와 쿡의 발언은 AI 붐이 생산성 혁신과 함께 ‘하드웨어 인플레이션’이라는 숨은 비용을 동반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기간에 폭증한 AI 수요가 메모리·스토리지·파워·쿨링 등 핵심 부품의 공급탄력성을 넘어선 가운데, 하이퍼스케일러 CAPEX와 소비자 전자 수요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적 병목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IDC는 메모리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한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4% 축소, PC 시장 11%대 역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AI 인프라 투자와 소비자 IT 수요의 ‘디커플링’이 중기적으로 글로벌 경기·물가·산업 재편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을 포함한 메모리 강국 입장에선 단기 호황과 중기 변동성, 그리고 AI용과 소비자용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