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약 50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추측해 온 "미세한 해양 플랑크톤이 지구 해양 위의 구름 형성에 관여한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새로운 실험을 통해 해양 플랑크톤이 ‘구름 씨앗’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기존 기후 모델 가정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으며, 향후 기후 민감도 추정과 미래 온난화를 예측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처에 실린 CLOUD 결과
nature, EGUsphere, espo.nasa, shareok, copernicus, noaa, 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Earth System Science Data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헬싱키대·CERN CLOUD 공동연구진이 수행한 실험과 전 지구 규모 모형 시뮬레이션 결과를 묶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 ‘Role of methanesulfonic acid in atmospheric particle nucleation and growth’에 담겼다.
연구진은 CERN의 대형 CLOUD 챔버에서 +9℃에서 −52℃에 이르는 초저온·초저농도 대기 조건을 재현해,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방출되는 기체가 어떻게 대기 에어로졸 입자를 만들어내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실험은 특히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암모니아가 극미량만 존재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이 조건에서 메탄술폰산(MSA)이 황산(SA) 못지않게 새로운 입자 핵을 만들어내며, 기존에 황산·암모니아만을 핵 생성 주역으로 가정해온 기후 모델의 전제에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입자 핵 생성 10배, 성장 2배”라는 수치의 의미
CLOUD 팀은 플랑크톤 기원 가스인 다이메틸설파이드(DMS)가 대기 중에서 산화되며 황산과 MSA를 비슷한 농도로 만들어내고, 두 산성 기체가 분자 클러스터를 함께 형성하며 서로를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그 결과 황산과 암모니아만 있을 때와 비교해, 입자 핵 생성(nucleation) 속도는 최대 10배, 입자 성장(growth) 속도는 최대 2배까지 빨라질 수 있다는 정량 결과가 도출됐다.
입자 핵이 나노미터 크기에서 생존해 구름응결핵(CCN)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충분히 빠른 성장과 낮은 소멸률이 필수적인데, MSA가 모든 온도 범위(+10℃ 이하)에서 강력한 성장 동인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CLOUD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이는 기존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던 남빙양과 해양 상부 대류권에서의 높은 입자 수 농도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 지역 CCN 농도를 실제보다 절반 이하로 추정해온 지구 시스템 모델의 구조적 편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남빙양 ‘따뜻한 편향’을 줄일 열쇠
남극 주변 남빙양은 지구 복사 에너지 수지에서 핵심적인 냉각 역할을 담당하지만, 많은 기후모델에서 단파복사(shortwave) 온난 편향과 구름 반사율 저평가가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관측 연구에 따르면 남빙양 해양 경계층의 CCN 수 농도와 구름 물방울 수(Nd)는 모형이 여름철에 최대 두 배까지 과소 추정하며, 특히 남위 55° 이남과 해빙 위에서 편차가 가장 크다.
이번 네이처 논문에 포함된 전 지구 모델 시뮬레이션은 MSA 기여를 포함할 경우, 남극·북극 주변의 차가운 ‘청정(oceanic pristine)’ 해역에서 입자 및 CCN 농도가 가장 크게 증가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CCN 부족으로 인한 구름 물방울 수 저평가와 반사율 약화, 그리고 그에 따른 표면 온난 편향을 완화할 수 있는 물리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남빙양 구름 편향 문제 개선의 핵심 단서로 평가된다.
플랑크톤, 탈황 시대의 ‘자연 에어백’ 되나
CERN은 보도자료에서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배출하는 DMS는 전 지구 대기 황 성분의 약 20%를 차지하며, 그 산화 산물인 MSA와 SA가 함께 새로운 입자 형성과 성장을 주도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MSA와 SA가 차가운 해양 지역에서 비슷한 농도로 공존하기 때문에, 실제 대기에서는 입자 핵 생성 속도가 최대 10배, 성장 속도가 최대 2배까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메커니즘은 인위적 이산화황(SO₂) 배출이 대기오염 규제로 꾸준히 감소하는 ‘탈황(de-sulfurization)’ 시대에 자연계의 보상 작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CLOUD 팀 대변인 재스퍼 커크비와 공동저자들은 “플랑크톤 기원의 자연적 구름 씨앗이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에어로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수십 년간 예상되는 온난화 속도와 지구 기후 민감도 추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 산업·포스트 화석 연대 재구성 압박
CLOUD 프로젝트는 이미 2023년 ‘Atmospheric new particle formation from the CERN CLOUD experiment’ 논문을 통해 황산뿐 아니라 고산화 유기물, 요오드 산화물, 암모니아·아민 및 우주선 이온 등이 새로운 입자 형성의 핵심 변수라는 사실을 종합 정리한 바 있다. 이번 MSA 연구는 해양 플랑크톤 생지화학과 구름 미세물리 사이의 연결고리를 또 하나 추가한 셈이다.
결국 프리 산업(pre-industrial) 및 포스트 화석(post-fossil) 시대의 에어로졸·구름 상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온난화 예측 범위를 크게 바꾸는 ‘상태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남빙양과 극지 해양에서 생물 기원 CCN을 반영하지 못한 모델은 현재보다 더 따뜻한 기후를 그려왔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향후 IPCC 평가보고서와 국가별 기후 리스크 시나리오에서 플랑크톤 기원의 MSA 메커니즘을 반영한 재평가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