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삼성SDS가 기존 현금 성과급을 100% 자사주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보상체계 개편안을 놓고 전 직원 온라인 투표에 돌입했다. 이번 시도는 삼성전자 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불어난 퇴직금 소송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어적 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너스 100% 자사주, 연봉 20%를 최대 2배까지
사내 공지에 따르면 삼성SDS는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초과이익성과급(OPI) 등 기존 현금 인센티브를 모두 폐지하고, 연 1회 지급하는 ‘주식 기반 보너스’ 단일 체계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본 지급액은 직원 연봉의 20%로 정하되, 여기에 0~2배의 배율을 적용해 최소 0%, 최대 40%까지 보너스가 출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배율을 결정하는 지표는 총 세 가지다. 전년 대비 세전이익 증가율 30%, 삼성SDS 주가 상승률 20%, 코스피 IT 업종 내 26개 동종 기업 대비 상대 주가 성과 50%로 구성돼 있다. 인센티브의 절반이 동종 업계 대비 상대 수익률에 묶이는 구조라, 개별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시장·섹터 변동성이 고스란히 직원 보상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전 직원 대상 투표는 이번 주 초 개시됐으며, 6월 29일 마감 이후 과반수 찬성 시 도입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사내 포털을 통해 “직원 동의 없이는 새로운 제도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성과급=임금’ 판결, 연간 2000억대 추가 비용 경고등
이번 보상체계 개편의 직접적인 촉발점은 1월 29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부는 삼성전자의 TAI(목표 인센티브)를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제외했던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환송했다. 법원은 “지급 기준이 취업규칙 등에 사전에 정해져 있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만큼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업부 이익을 배분하는 EVA·성과급(OPI) 등은 지급률이 0~50%까지 크게 흔들리고, 기업 경영 상황에 좌우된다는 이유로 평균임금 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판결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TAI를 포함한 퇴직금 재산정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지어 제기됐고, 법조계는 고성과 장기 근속자의 경우 1인당 퇴직금이 약 1,300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의 평균임금에 TAI를 반영할 경우 퇴직금 총액이 최대 16% 증가하고, 2024년 기준 연간 약 2,000억원(1조2,562억원의 16% 수준)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성과급 임금화’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반의 중장기 인건비 구조를 흔드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임금 요건 피하기’ 위한 변동성·상대지표 설계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삼성SDS의 올-스톡 인센티브 전환을 “대법원의 임금 판단 기준을 교묘하게 비껴가기 위한 설계”로 보고 있다. 한국 법원은 평균임금 산정 대상이 되는 임금의 요건으로 정기성·일률성·예측 가능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데, 주가와 상대 성과에 연동된 변동성 높은 주식보상은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한 분석이다.
실제 대법원은 판결에서 “개별 근로자의 목표 달성 여부와 사전에 정해진 지급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인센티브”만을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보너스를 회사의 연간 이익뿐 아니라 자사주 주가와 업종 내 상대 성과 등 외생 변수에 묶어, ‘근로자가 통제 가능한 성과 지표’라는 조건을 의도적으로 희석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그룹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DS) 부문 특별성과급을 향후 10년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노사 잠정 합의를 발표했고, 연간 영업이익 200조~100조원 달성 시점에 맞춰 10.5%를 보너스로 배정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또 임원·직원 보너스 일부를 선택적으로 주식으로 받도록 하는 제도와, 성과 연동 주식보상(Performance Stock Unit) 등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스톡 인센티브’ 비중을 키우고 있다.
직원들 “기업 리스크 전가” 반발… 삼성 보상 패러다임 전환 신호탄
삼성SDS 직원들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평균 연봉을 받으면서도, 그간 현금 보너스 비중은 기본급의 10% 미만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해 왔다. 이번 안대로라면 연봉 1억원 직원의 경우, 기존 현금 기반 성과급보다 이론상 상·하단 폭이 크게 넓어지지만, 그 결과가 주가·업종 상대 성과에 좌우되는 만큼 ‘성과와 보상의 인과관계가 흐려진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내 게시판에서 “회사 경영·시장 리스크를 직원에게 전가하는 구조”라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과급의 임금화’가 가져온 법적·재무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오히려 근로자에게 더 큰 보상 변동성과 시장 리스크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표가 통과될 경우, 삼성SDS를 시작으로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 걸쳐 현금 기반 성과급을 주식·상대성과 지표로 치환하는 ‘보상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이미 삼성전자·삼성SDS가 각각 DS 특별보너스 전면 스톡화, 전사 성과급 주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성과급=임금’ 시대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대기업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삼성SDS 직원 투표 결과와, 향후 노사 교섭 과정에서 이 변동성 높은 스톡 보상이 어떻게 조율될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사례가 국내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현금 성과급의 주식화’라는 새로운 보상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여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