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2027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오픈AI에 ‘올인’해온 소프트뱅크 주가가 도쿄 증시에서 급락하며 AI 버블 기대에 올라탄 랠리가 급제동이 걸렸다. 인공지능 대장주의 상장 시계가 늦춰질 경우 손정의 회장이 그려온 밸류업 시나리오에도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흔든 것으로 해석된다.
70% 올랐다가 급락…AI 랠리의 되돌림
AI 광풍을 타고 질주하던 소프트뱅크는 6월 1일 닛케이225 지수가 사상 처음 6만7,000선을 돌파하는 날 일본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연초 이후 6월 초까지 주가가 약 70% 뛰며 시가총액 수십조 엔이 불어났고, 이는 “오픈AI 조기 상장 → 막대한 평가이익 실현”이라는 기대가 촉매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 AI 성장주 조정과 자금조달 불안이 겹치며 소프트뱅크는 하루 8~11%대 급락을 반복했고, 6월 9일에는 장중 8.3% 하락한 6,461엔까지 밀리며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 내부 논의에 참여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1조달러 기업가치 달성을 위해 2027년까지 상장을 늦추는 방안”과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대신 상장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두 가지 옵션을 경영진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와 이를 재확인한 로이터·Investing.com 등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단기적으로는 “1조달러 IPO” 프레임보다 “상장 불확실성”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각된 모양새다.
600억달러 ‘베팅’의 후폭풍…신용등급·마진론이 옥죄다
시장 우려의 본질은 밸류에이션 논쟁이 아니라 소프트뱅크의 ‘집중·레버리지 구조’에 맞춰져 있다.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약속한 투자 규모는 600억달러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평가되며, 일부 외신은 65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Investing.com은 소프트뱅크의 오픈AI 관련 투자 약속이 “600억달러 이”에 달한다고 전하면서, 이 자금 조달을 위해 마련한 400억달러 규모 브리지 파이낸싱 패키지를 2027년 3월까지 상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무 레버리지를 둘러싼 경고등도 이미 켜진 상태다. S&P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 투자 라운드를 확대한 직후 그룹의 신용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고, 시장에서는 대규모 차입에 기반한 공격적 투자 전략이 조달금리와 차입여력을 동시에 제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오픈AI 지분을 담보로 최소 60억달러를 조달하려 했던 마진론 협상이 가치평가와 담보 구조를 둘러싼 이견으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50억달러 수준의 약정만 확보한 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블룸버그발 보도도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켰다.
‘1조달러 상장’ 딜레이…밸류에이션·레버리지 동시 압박
오픈AI는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S-1을 제출하며 상장 의지를 공식화했지만, 당초 거론되던 ‘2026년 4분기’ 상장 시점은 피치북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이미 낙관적인 가이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피치북의 해리슨 롤페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5월 인터뷰에서 현실적인 IPO 시기를 “2027년 중후반”으로 제시했는데, 이번 NYT 보도는 이 시나리오가 내부 검토 라인으로 올라왔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문제는 상장 지연이 소프트뱅크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 공격적으로 쌓아올린 오픈AI 지분 가치가 공모시장 검증 없이 장기간 비상장 상태로 묶이면서, 1조달러 밸류에이션이 실제로 시장에서 인정받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둘째, 2027년까지 이어지는 브리지 파이낸싱과 마진론 부담은 금리·시장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만약 AI 버블 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담보가치 하락과 조기 상환 압력이라는 ‘레버리지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손정의의 빅베팅’ 시험대…AI 버블·자금조달이 관전 포인트
결국 시장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오픈AI가 1조달러 상장에 성공할 수 있느냐”보다 “그때까지 소프트뱅크의 재무 체력이 버텨줄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AI 섹터 전반의 변동성 확대와 경쟁사(Anthropic 등) 부상, 그리고 오픈AI 상장 일정의 후퇴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향후 수개월 동안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와 ‘레버리지 프리미엄’ 사이에서 거친 재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한 증권사의 일본담당 매니저는 “오픈AI IPO의 지연은 소프트뱅크에 단기 주가 악재이지만, 상장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사업 모델과 수익성이 검증되는 시간도 늘어나는 만큼 무조건적인 악재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600억달러를 넘는 ‘손정의의 빅베팅’이 AI 초호황의 정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1~2년간의 시장 조정과 금리 환경 변화가 소프트뱅크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