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삼성그룹이 향후 10년간 한국에 1,000조원(약 6,480억 달러)을 투입하는 ‘세기급’ 투자 계획을 이르면 6월 29일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공식화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 투자 패키지로, 이미 5년 450조원 계획을 밝힌 삼성의 투자 로드맵을 사실상 ‘2배 이상’ 증액·장기화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26일 매경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브리핑과 연계해 청와대(대통령실)에서 이뤄질 예정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이 함께 참석해 수도권 외 지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AI 인프라 투자 청사진을 공개한다. 삼성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차세대 배터리, 바이오, 로봇 등 첨단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1,000조원대 투자 방향을 제시하게 되며, 이는 “국내 기업이 발표한 역대 최대 투자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지역 포트폴리오의 대전환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권에 최대 3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생산라인, 패키징 공장, AI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검토 중이다. 두 회사가 평택·화성·용인 등 수도권에 집중해온 생산 거점을 서남권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10대 그룹 270조 지방 투자’ 구상과도 맞물린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광주·전남에 조성될 클러스터는 이미 진행 중인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총 400조원 투자 계획)에 버금가는 두 번째 초대형 칩 벨트가 될 수 있다.
투자 타이밍 뒤에는 ‘AI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보좌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AI 관련 메모리·연산 칩 주문이 폭증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원래 2040년대 이후로 계획했던 생산능력 확충을 2034~2035년으로 10년 이상 앞당겨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정부와 기업은 AI 수요 급증을 계기로 9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400조원대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세제·금융 지원을 묶은 ‘패키지 딜’을 논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자본 조달 드라이브’도 병행된다. SK하이닉스는 6월 24일 공시를 통해 미국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신규 상장해 최대 294억 달러(약 45조원)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에 31조원, 청주 첨단 패키징 팹에 19조원, ASML EUV 장비 확보에 11조9,000억원 등 전액 시설투자로 투입될 예정으로, 사실상 ‘AI 메모리 생산력 증설 전용 캐피털’이다. 공모 규모 기준으로는 이달 초 857억 달러 규모로 거론된 미국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주식시장은 이미 이 ‘칩 머니 빅뱅’을 선반영했다. 5월 말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1,600조원에 육박하며 달러 기준 1조 달러를 돌파,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5월 초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바 있어, 한국 증시는 단기간에 시총 1조 달러 반도체 기업 두 곳을 보유한 국가로 올라섰다. AI 호황 속에서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현재 모두 1조 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번 1,000조원 투자 패키지가 현실화될 경우 밸류에이션의 ‘체급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 보면, 삼성의 10년 1,000조 투자 계획은 2025년 11월 발표된 ‘5년간 450조원 국내 투자’ 약속의 연장선이자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해석된다. 당시 삼성,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은 한·미 무역·공급망 협력 강화와 맞물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에 대한 국내 대규모 투자를 정부에 약속했다. 이번 1,000조 패키지는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차세대 반도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키워드를 겹쳐 올린 ‘2층 구조의 산업정책 패키지’에 가깝다.
다만 관건은 실행력이다. 10년간 1,000조원, 연평균 100조원 수준의 투자를 국내 한 그룹이 유지하려면 글로벌 수요 사이클, 미국·중국 규제, 인력·전력 인프라 등 복합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 그럼에도 1,000조원이라는 숫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삼성과 한국 정부는 AI 시대를 맞아 ‘세계 최대급 칩 캐피털 허브’를 자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선포했고, 그 첫 무대가 바로 이번 ‘대통령의 메가 딜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