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SK텔레콤이 미국 ‘AI 컴퍼니’에 4억8000만달러를 출자하면서 SK그룹의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플랫폼이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전사(全社) 컨트롤타워로 격상되고 있다.
SK텔레콤 출자 규모와 구조
SK텔레콤은 6월 25일 이사회에서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설립한 AI 전문 투자법인(가칭 ‘AI 컴퍼니’)에 4억8000만달러(약 7383억원)를 출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으로 SK텔레콤은 신규 주식 1198주를 취득해 해당 법인의 지분 0.9%를 확보하게 되며, 출자금은 향후 4년간 투자 수요에 맞춰 분할 납입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집행된다.
이번 출자를 통해 SK텔레콤은 단순 통신사가 아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자로서 SK그룹의 미국 AI 인프라 생태계 구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AI 컴퍼니의 설립 배경과 역할
AI 컴퍼니는 SK하이닉스 산하 미국 법인을 개편해 만든 AI 전문 투자법인으로, 올해 1월 SK하이닉스가 최대 100억달러(약 14조6000억~15조4000억원) 한도의 출자 약정을 체결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 법인은 AI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에너지·소프트웨어 등 AI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해외 투자 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투자 플랫폼’ 성격이 강하며, 기존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지배구조를 전환해 AI 투자 총괄 법인으로 삼는 방식으로 설립이 진행되고 있다.
SK그룹은 그동안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미국 및 해외 AI 관련 투자 자산을 AI 컴퍼니로 단계적으로 이관해 투자 의사결정의 속도와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AI 생태계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주요 계열사 출자 현황과 숫자
이번 SK텔레콤 합류로 AI 컴퍼니에는 SK하이닉스,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그룹 핵심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는 구조가 완성됐다. SK㈜는 올해 초 AI 컴퍼니의 전신인 SK하이닉스 미국 법인에 2억5000만달러(약 3660억~3680억원)를 출자하기로 했고, SK이노베이션도 3억8000만달러(약 5585억~5594억원) 규모의 출자 약정을 체결해 4년간 캐피털 콜 방식으로 자금을 납입한다.
여기에 SK텔레콤의 4억8000만달러 출자가 더해지면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비반도체 주요 계열사 출자·자산 이관 규모만 11억1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약정한 100억달러까지 포함하면 AI 컴퍼니를 통해 관리되는 잠재 투자 재원은 최대 110억1000만달러 수준으로, SK그룹의 단일 해외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다.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서비스로 이어지는 그룹 내 역할 분담
AI 컴퍼니를 축으로 한 SK그룹의 역할 분담은 비교적 명확하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AI 반도체 경쟁력을 담당하며,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및 AI 시스템용 메모리 솔루션 투자를 선도한다. SK이노베이션은 AI 확산에 따라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맞춰 에너지·전력 인프라와 전기화(Electrification) 관련 사업 기회를 선점하는 축으로, 차세대 전력 공급원과 연계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AI 컴퍼니를 통해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 수요를 연결하는 ‘서비스·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맡아,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AI 서비스, 엣지 AI, 네트워크 인프라를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와 결합시키는 전략적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서 단순 재무적 투자(FI)가 아닌 사업 연계형 전략적 투자(SI)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력·SMR·데이터센터까지 확장되는 투자 밸류체인
SK그룹이 AI 컴퍼니를 통해 겨냥하는 시장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전력, 에너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등으로 확장되는 ‘AI 인프라 밸류체인 전체’다. 특히 SK㈜와 SK이노베이션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 지분이 AI 컴퍼니로 이관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와 차세대 원전 기술 투자가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이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고효율·안전성을 강조한 차세대 원전 기업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장기 전력 공급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글로벌 AI 경쟁력에 직결된다는 맥락에서 SK그룹의 에너지·원전 투자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캐피털 콜 방식과 투자 전략의 의미
AI 컴퍼니 관련 모든 출자 약정은 4년 내 캐피털 콜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미국 AI 인프라 시장에서 실제 투자 기회가 발생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자금을 호출하는 구조로, 변동성이 큰 AI 반도체·데이터센터·에너지 시장의 사이클에 맞춰 유연하게 자본을 배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AI 컴퍼니를 통해 단순 재무투자보다는 기술 협력과 사업 연계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SI)를 확대해, 미국 데이터센터·AI 시스템·전력 인프라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그룹 사업과 직접 연결하는 ‘투자-사업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외 평가와 향후 관전 포인트
국내 재계와 금융 시장에서는 AI 컴퍼니를 “SK그룹의 AI 인프라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핵심 축”으로 평가하면서,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서비스를 하나의 투자 플랫폼 안에서 묶으려는 시도가 글로벌 빅테크·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인프라 전략과 맞물려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미 미국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업체 SGH(Smart Global Holdings)에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바 있어, 이번 AI 컴퍼니 출자와 결합될 경우 미국 AI 데이터센터·엣지 AI·미래 메모리 솔루션 영역에서 보다 입체적인 협업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산업은 반도체만으로 완성되는 시장이 아니라 전력과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가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라며,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이 동시에 참여한 AI 컴퍼니가 향후 SK그룹의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와 사업 연계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