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6월 24일(현지시간) 수요일 뉴욕 증시 마감 직후, 단 두 개 기업의 ‘서프라이즈’가 글로벌 반도체 섹터 시가총액을 단숨에 4,000억달러 이상 끌어올렸다.
reuters, Investing.com, morningstar, Barchart.com, Let's Data Science, CNBC에 따르면,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한 차례 조정을 딛고 다시 과열 국면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월가 안팎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 HBM 슈퍼사이클의 대표주자로 부상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회계연도 3분기 매출 414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93억달러에서 340% 이상 급증한 수치로, 월가 컨센서스였던 약 356억~357억달러를 16% 안팎으로 상회했다. 비(非)GAAP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25.11달러로, 시장 추정치 약 20.5달러를 4달러 이상 웃돌며 이익 측면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약 12~13% 급등해 1,1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고, 이는 최근 조정 국면이었던 메모리·AI 관련주의 투자 심리를 즉각 반전시키는 방아쇠가 됐다. 로이터와 인베스팅닷컴 집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현재까지 16건의 전략적 고객 계약을 통해 약 220억달러 규모의 현금 예치금 및 재정 약정을 확보했으며, 계약 잔여 기간 동안 최소 1,000억달러 이상 보장 매출을 잠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최소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해, 시장이 기대하던 ‘HBM 슈퍼사이클’의 실체를 수치로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퀄컴, 스마트폰 굴레 벗고 데이터센터 150억달러 청사진 제시
같은 날 뉴욕에서 열린 퀄컴의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역시 AI 인프라 테마에 강력한 모멘텀을 더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퀄컴은 2029 회계연도까지 데이터센터 칩 매출을 15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공식 제시했으며, 2027 회계연도 데이터센터 매출 50억달러(이 중 맞춤형(custom) 칩 고객으로부터 10억달러)를 첫 번째 중간 점검 지표로 제시했다.
오랫동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상징되던 퀄컴이 ‘비(非)핸드셋’ 사업 2029년 매출 목표를 40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그 중 상당 부분을 데이터센터·자동차·커넥티드 디바이스에서 벌어들이겠다고 밝힌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퀄컴은 메모리 근접형 3D 적층 가속기 아키텍처 ‘하이 밴드위스 컴퓨트(High Bandwidth Compute·HBC)’와 AI 데이터센터용 서버 CPU ‘드래곤플라이 C1000’을 공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스가 새 AI 칩·CPU를 도입하고, 추가 두 곳의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를 위한 맞춤형 반도체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HLX 반도체 지수, 연초 이후 90% 급등… ‘닷컴 버블 넘어선 AI 랠리’
두 기업의 공격적인 실적·전망 발표가 겹치면서 반도체 섹터 전반에 걸쳐 ‘섹터 리레이팅’이 다시 한 번 현실화됐다. 로이터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미국·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합산 4,000억달러 이상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들어 이미 80~90% 이상 급등한 PHLX 반도체 지수의 랠리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PHLX 반도체 지수는 2026년 들어 약 82~90% 상승해 사상 최고 수준의 연초 랠리를 기록 중이며, 지수 편입 기업들의 시가총액 증가는 5조7,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개별 종목 측면에서도 마이크론은 연초 이후 260% 이상, 최근 1년 기준으로는 700% 안팎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며 메모리 업종을 대표하는 ‘AI 인프라 코어 플레이’로 자리잡았다. 퀄컴 역시 데이터센터·커스텀 칩 청사진을 내놓은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2% 이상 뛰면서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에 시장이 호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프라형 AI 버블’인가, 장기 슈퍼사이클의 초입인가
월가에서는 이번 4,000억달러 시총 점프를 두고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마저 추월하는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과열 신호 역시 동시에 지적되고 있다. 일부 전략가들은 반도체 지수가 50일·200일 이동평균선을 크게 상회한 상태에서 기업 가치가 실적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재평가(re-rating)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리스크를 경고한다.
반면, 마이크론이 확보한 1,000억달러 규모의 보장 매출과 2년 이상으로 제시된 HBM 공급 부족 전망, 퀄컴의 데이터센터 150억달러 매출 목표 및 비핸드셋 400억달러 매출 청사진 등은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이 단기 모멘텀을 넘어 구조적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마이크론·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3강이 실제로 HBM·DDR 수급 타이트함을 몇 년간 유지하면서 마진 정상화를 넘어 초과이익 국면을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다. 둘째, 퀄컴이 내놓은 HBC·드래곤플라이 C1000과 같은 새로운 아키텍처가 엔비디아·AMD·ARM 등이 장악한 데이터센터 CPU·가속기 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번 4,000억달러 랠리는, AI ‘서비스’가 아니라 AI ‘인프라’에 돈이 몰리는 시대가 이미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라는 점에서 향후 수년간 글로벌 자본 흐름을 가늠할 주요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