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미국 근로자 2만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AI를 한 달에 한 번 미만으로 사용하는 기술직 직원은 해고 예측 확률이 18%로,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직원의 6%에 비해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usinessinsider, cnbc, Let's Data Science, challengergray, India Today에 따르면, 컨설팅사 머서(Mercer)의 2026 글로벌 인재 트렌드 보고서는 “AI 해고 리스크”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라는 점을 수치로 보여줬다. 머서가 전 세계 C레벨 임원 825명과 HR 리더 1,6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원의 99%가 향후 2년 안에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자사에서 일정 수준의 인력 감축이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98%의 경영진은 2028년까지 조직 구조를 재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65%는 전체 인력의 11~30%가 AI로 인해 재배치되거나 재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생산성 효과에 대한 실증이 아직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이미 “AI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 모드”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확산의 직접적인 충격은 우선 젊은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미국 및 글로벌 설문을 인용한 여러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행정·보고서 작성·기초 분석 등 신입의 ‘입문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기업이 빠르게 늘면서 20대 초·중반(22~27세) 초급 직군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컨설팅사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 조사에선 초급 직무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CEO 비율이 불과 1년 새 17%에서 43%로 뛰었고, 33%는 중간급 인력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해고 대신 신입 채용을 사실상 ‘잠그는 방식’으로 AI 전환 비용을 사회 초년생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목할 대목은 ‘AI 비이용’ 자체가 새로운 해고 리스크 변수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갤럽이 미국 노동자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AI를 한 달에 한 번 미만으로 사용하는 기술직 근로자의 해고 예측 확률은 18%로,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동료(6%)에 비해 정확히 세 배 높게 나타났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인디아투데이 등은 이 수치가 연령·학력·업종을 통제한 뒤에도 유지된다고 보도하며, AI 활용도가 사실상 ‘디지털 문해력’이자 고용 안정성을 가르는 내부 분기선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산업 밖에서도 AI를 거의 쓰지 않는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고 위험에 노출되는 경향이 관찰됐지만, 위험 격차는 기술 업종만큼 극단적이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감원 통계도 경영진의 인식을 뒷받침한다. 아웃플레이스먼트 기업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2026년 5월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는 9만7,006명으로 2020년 이후 5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3만8,579명(40%)이 AI를 감원 사유로 지목한 사례였다.
챌린저는 AI가 2026년 들어 ‘기업들이 공식 문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감원 이유 1위’가 됐다고 지적하면서도, 1~5월 AI 관련 누적 감원(8만7,714명)이 전체 감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숫자만 보면 “AI 탓”이란 레토릭이 실제 생산공정·사무 프로세스의 자동화 속도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머서 보고서가 보여주는 내부 체감지표는 더 냉정하다. 머서와 이를 인용한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직장에서 “스스로를 번성(thriving)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한 직원 비율은 2024년 66%에서 2026년 44%로 22%포인트 급락해, 팬데믹 시기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AI로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한다”고 답한 비율은 28%에서 40%로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서 설문에 참여한 경영진 가운데, 인간과 기계의 역량을 최적으로 결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AI 전환 전략의 불확실성’이 직원 불안감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은행·학계의 초기 분석이 “AI 공포”와 “AI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선 AI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 일자리 창출·감소 속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관측되지 않았다. 챌린저 역시 CNBC·비즈니스인사이더 등과의 인터뷰에서 “AI가 올해 감원 사유 1위인 것은 맞지만, 아직 ‘잡포칼립스’ 단계와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지금의 노동시장에 드리운 위험은 “AI 자체”라기보다, AI를 둘러싼 경영진의 선제적 비용절감 전략과 근로자의 AI 문해력 격차,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식의 불일치가 빚어낸 구조적 긴장에 가깝다는 게 각종 데이터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