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 2위 JD닷컴의 창업자 류창둥(리처드 류)이 “조만간 우리 회사 택배 기사 70만명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를 날리면서, 중국 물류·노동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자동화 빅뱅’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속에서 경고로, 3주 만의 급선회
India Today, tw.news.yahoo, PADO, finance.sina.com.cn에 따르면, 류 회장은 6월 21일 APEC 중국 포럼에서 “앞으로는 전부 로봇이 배송할 것이며, 택배 기사는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래도 우리 70만 형제들이 밥을 못 먹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불과 3주 전인 5월 27일, “기계로 대체되는 현장 직원은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90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안심시켰던 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충격을 키웠다.
JD닷컴은 공식 채널에서 “고용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재교육과 전환 배치를 병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경영진 입에서 ‘택배 기사 불필요 시대’라는 표현이 직접 나온 이상, 이는 사실상 대규모 구조적 실업 위험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프로젝트 니르바나’…70만 기사, 로봇 정비사로 갈아타나
JD닷컴이 내놓은 해법은 이른바 ‘프로젝트 니르바나(Project Nirvana)’다. 류 회장은 “우리가 보유한 70만명의 택배 기사 등 블루칼라 노동자를 전국 120개 학교에 보내 기술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이 로봇을 수리·정비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JD는 이미 중국 전역에 80개 이상 교육 거점을 구축해 자동화 설비 유지·보수, 로봇 운영 등 실무 중심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설령 70만명 전원을 재교육하더라도 실제로 필요한 ‘로봇 기술직’ 일자리는 그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게 노동경제학자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물류센터 자동화 사례를 보면, 휴머노이드 로봇 1대가 시간당 1,200개의 소포를 처리하는 등 기존 인력 수십 명의 일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300만 로봇·100만 자율차…‘울프 팩’으로 드러난 JD의 속도전
JD 물류 계열사인 JD 로지스틱스는 ‘구현형 지능(embodied intelligence)’ 전략의 일환으로 로봇 300만대, 자율주행 차량 100만대 도입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JD는 이 로봇 대군단을 실제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수십만명의 직원과 계약자를 동원, 가정·농장·노인요양 시설 등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초 톈진에서 열린 ‘2026 세계 지능형 산업 박람회’에서는 JD의 물류 로봇 패키지 ‘울프 팩(Wolf Pack)’이 공개되며, 무인 창고·무인 배송·자율주행 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물류 자동화 구상을 드러냈다. 중국 전체로 보면 2024년 한 해에만 산업용·물류 로봇 29만5,000대가 새로 설치돼 글로벌 물류 로봇 설치의 54%를 중국이 차지했다는 시장조사도 나와, JD의 행보가 ‘중국식 자동화 러시’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중국 고용정책과 정면충돌…‘핵심부의 모순’ 부상
류창둥의 경고는 중국 정부가 자동화·AI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을 공식 의제로 끌어올린 시점과 맞물린다. 중국 국무원은 6월 17일 발표한 5개년 고용 계획에서 “인공지능 발전에 적응하면서 노동집약 산업의 일자리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히고, ‘혁신적 인간-기계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랫폼 물류 기업 중 하나가 “언젠가 산업 전체가 AI·로봇에 의해 운영되고 인간은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류 회장의 2018년 발언을 정책 수준에서 실현해가는 모양새다. 중국 택배 산업 종사자는 2023년 기준 5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JD 한 기업에서만 70만명이 잠재적 대체 대상으로 공표되면서, 중국식 ‘긱 이코노미’의 사회적 비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모델’의 전조…한국과 글로벌 물류업계에 던지는 신호
전문가들은 JD 사례를 “AI·로봇이 먼저 오고, 고용·복지는 정책이 뒤쫓아가는 전형적인 중국 모델의 전조”로 해석한다. 이미 중국우정그룹 장가오 물류 허브처럼 시간당 1,200개 소포를 처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메이퇀·알리바바·ZTO 등 중국 주요 물류·배달 기업이 수천 대 규모의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운행 중이라는 보도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JD닷컴의 ‘니르바나’는 단순한 기업의 구조 조정이 아니라, “로봇이 70만명의 택배 기사를 언제,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라는, 산업·규제·복지·지역경제를 관통하는 거대한 시험대에 가깝다. 한국과 글로벌 택배·물류 기업들에게도 “로봇 도입 속도와 노동 전환의 속도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