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Figure AI)가 창업 4년 만에 ‘로봇이 사람을 초과한 첫 테크 기업’이라는 상징적 이정표를 세웠다.
Chiltern Capital, Times Network, Investing.com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기준 회사가 운용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약 740대, 인간 임직원은 약 660명 수준으로, 로봇 고용 속도가 인간 채용 속도를 공식적으로 앞지른 것이다.
로봇 740대 vs 사람 660명, 조직 구조가 뒤집혔다
피규어 CEO 브렛 애드콕은 최근 X(구 트위터)에 자사가 운용하는 로봇 수가 직원 수를 넘어섰다는 그래프를 공개하며 “우리 회사에서 로봇이 인간을 숫자로 추월했다”고 밝혔다.
해당 그래프에 따르면 피규어의 로봇 수는 2025년 1분기까지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에서 머물다가, 실제 생산이 본격화된 2025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지수 곡선을 그리며 늘어나 2025년 말 약 100대를 넘었고, 2026년 2분기에는 약 740대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인력은 2022년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2025년 말 약 400명, 2026년에는 650~660명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는 로봇 생산 속도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로봇 다수 기업’ 구조는 피규어의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 확산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애드콕은 “날씨와 상관없이, 새벽이든 주말이든, 크리스마스든 로봇은 멈추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히며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한 로봇 노동 인프라를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본사 내부를 공개한 영상에서도 로비 공간에는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이 보이고, 적막 속에서 들리는 것은 로봇의 발걸음 소리뿐이라는 현장 묘사가 이어졌다.
단 몇 달 만에 ‘로봇 폭증’… 투자·기술이 밀어올린 지수 성장
피규어의 로봇 수 증가는 통상적인 제조 확장이 아니라 ‘지수 성장’에 가깝다. 2025년 말까지 겨우 100대를 넘어선 수준이던 가동 로봇이, 2026년 중반에는 700대 중반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참여한 6억7,5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이후 생산·배치 속도가 본격적으로 가속된 결과로 해석된다.
기술 측면에서도 피규어는 단순 산업용 로봇이 아닌, 거대 언어모델(LLM)과 시각 정보를 결합한 ‘엔드투엔드(End-to-End) 신경망’ 기반 휴머노이드를 내세운다. 별도 코딩 없이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학습하는 일반 로봇 지능을 목표로 하면서,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를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로봇을 ‘기계 부품’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가능한 디지털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인력 구조 변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이겼지만, 10시간 뒤부터는 ‘로봇의 시간’
피규어의 이번 ‘로봇 다수 전환’은 단순 숫자 싸움이 아니라, 이미 한 차례 공개 검증된 생산성 실험 위에서 이뤄졌다. 2026년 5월, 피규어는 산호세 본사에서 10시간 동안 진행된 택배 분류 대결에서 자사 휴머노이드 ‘Figure 03’와 시각화 전문 인턴 에메 제라르(Aimé Gérard)를 맞붙였다.
결과는 간발의 차로 인간의 승리였다. 제라르는 10시간 동안 총 1만2,924개, 로봇은 1만2,732개를 처리해 192개 차이로 사람이 앞섰다. 패키지 한 개당 처리 속도는 인간 2.79초, 로봇 2.83초로, 속도 면에서도 인간이 근소하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10시간 이후’에 갈렸다. 피규어는 같은 로봇들을 다시 투입해 쉬지 않고 분류 작업을 이어갔고, 당초 8시간으로 기획됐던 시연은 200시간 연속 작업으로 확장됐다. 독일 IT 전문매체 하이제(heise)에 따르면, 3대의 로봇은 이 기간 동안 단 한 번의 시스템 고장도 없이 총 24만9,560개의 택배를 처리했다.
애드콕은 인간 인턴이 10시간 작업 후 팔뚝이 “사실상 망가진 상태(basically broken)”에 이르렀다고 전하면서, “이것이 인간이 이기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고 X에 적었다.
‘로봇 다수 기업’이 던진 신호… 단순 노무시장 먼저 흔들린다
피규어 사례가 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반복·육체 노동이 중심인 물류·제조 현장에서 인간의 상대적 우위가 급속도로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피로, 부상, 노동시간 규제라는 물리적·제도적 한계를 갖지만, 피규어 로봇은 200시간 연속 작업에서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장애가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실험에서 드러난 3대 로봇의 25만 개 이상 무오류 처리 기록은 “로봇은 아직 느리고 불안정하다”는 기존 물류업계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두 번째 메시지는, 로봇이 단지 인간의 업무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실제로 ‘동료를 초과하는 수적 존재’로 기업 조직에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피규어 본사 영상에서 보이듯, 사무공간을 거니는 것은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고, 일부는 충전 도크에 연결된 채 대기하며 자원을 보충한다. 조직 차원에서 보면, 더 이상 “사람 몇 명을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로봇 몇 대를 추가 배치할 것인가”가 인력·설비 계획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구조다.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 산업계의 과제
피규어 AI는 아직 비상장 스타트업이지만, 로봇이 직원 수를 앞지른 첫 사례로서 ‘노동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와 LLM 기반 로봇 지능의 결합, 그리고 200시간 연속 물류 실험에서의 신뢰성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물류·제조업체들의 ‘휴머노이드 도입 타임라인’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한국의 로봇분야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계에서도 위기감을 갖고 ▲24시간 무중단 로봇 물류센터 모델 ▲인간·로봇 혼합조직의 법·노무 프레임 ▲로봇 사용권·운영 데이터에 대한 산업 전략 등에서 구체적 시나리오를 서둘러 그려야 한다"면서 "피규어가 보여준 ‘로봇 다수 기업’의 풍경은, 머지않아 한국 기업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지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