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G7 ‘사진 설전’은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방위비·우크라이나·이란전 등 구조적 이해충돌이 폭발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겉으론 “사진을 구걸했다”는 표현과 “당신 지지율이나 신경 쓰라”는 맞대응이 주목받지만, 숫자로 드러나는 안보·재정 선택이 양국 관계를 ‘동맹에서 경쟁자’로 재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G7 ‘사진 공방’으로 터진 개인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회의 직후 트루스소셜에 멜로니 총리가 정상회의 기간 자신과 사진을 찍자고 “거듭 요청했다”고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그는 멜로니의 국내 지지율이 낮다며 “이탈리아를 보호하려는 미국의 이란 핵무기 저지 요청을 거부한 것이 원인”이라고까지 덧붙여 이란전 이슈와 연결했다.
멜로니는 즉각 X(옛 트위터) 영상과 성명을 통해 해당 발언을 “완전한 날조”라 규정하고 “나도, 이탈리아도 구걸하지 않는다”며 “내 지지율은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본인 지지율이나 신경 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외무장관 방미 취소까지…‘동맹 이상 징후’
설전은 곧 외교 일정에 타격을 줬다. 이탈리아 외무장관 안토니오 타야니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예정돼 있던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한국·미국 언론은 “한때 가장 친미적 우파 지도자로 꼽히던 멜로니가 사실상 트럼프와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고 분석하며, 이란전 이후 누적된 불신이 G7에서 폭발했다는 평가를 전했다. 특히 교황 비난을 둘러싼 양측의 설전 이후 신뢰가 급속히 훼손됐다는 점도 지적된다.
방위비 ‘2% 달성’의 착시와 숫자의 정치학
갈등의 저변에는 ‘숫자 2’로 상징되는 나토 방위비 규범을 둘러싼 미·이탈리아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 이탈리아의 실질 국방비는 202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1.49%에 그쳐 2% 목표는 물론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5% 수준과도 거리가 멀다.
로마 정부는 연금·해안경비대·재정경찰·우주·사이버 예산 등을 재분류하는 방식으로 2025년까지 ‘GDP 대비 2% 달성’을 선언했지만, 실제 군 전력 강화로 이어지는 추가 지출 규모와 항목별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메타디팡스 등 유럽 군사 전문 매체는 “표면적인 2% 달성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군은 병력·장비·훈련 측면에서 여전히 병력 부족과 전력 공백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EU ‘탈출 조항’ 거부와 270억 유로의 기회비용
재정 선택도 워싱턴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대목으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EU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마련한, 방위비 증액분을 재정적자 규율에서 제외해주는 이른바 ‘탈출 조항’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유럽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로 인해 이탈리아가 향후 수년간 활용할 수 있었던 잠재적 재무장 여력은 약 270억 유로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나토는 2% 달성에 못 미치는 회원국의 추가 소요를 계산하면서 이탈리아가 여전히 목표치 대비 100억 유로 이상이 부족하다고 추정한 바 있어, ‘장부상의 2%’와 ‘동맹이 요구하는 2%’ 사이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PURL 불참, 이란전 거부와 맞물린 전략 선택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에서도 양국의 이해는 어긋난다. 나토의 ‘우선 우크라이나 요구 목록(PURL)’은 영국·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4개국이 5억달러(약 4억2000만 유로) 규모로 참여해 미국산 무기를 공동 구매하는 메커니즘이지만, 이탈리아는 애초부터 참여를 거부했고 최근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국방장관 구이도 크로세토는 의회 발언에서 “우리의 PURL 불참 결정은 오래전 내려진 것으로, 집단 미국산 무기 구매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으며, 일부 현지 매체는 정부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추가 지원에 소극적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이란전에서도 이탈리아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미국 주도 연합에 동참하지 않으며 ‘참전 거부’를 선택, 트럼프가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공개 비판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친트럼프 우파 연대’의 균열과 향후 시나리오
트럼프는 한때 멜로니를 “친구이자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유럽 내 대표적 우파 파트너로 삼았지만, 이란전·교황 발언·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노선 차이가 누적되면서 개인적 신뢰도 사실상 붕괴한 상태다. 멜로니는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은 유지하되, 방위비·재정·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국내 여론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숫자의 정치학’을 택했고, 트럼프는 이를 “충성 부족”과 지지율 문제로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모양새다.
이번 G7 설전은 향후 나토 정상회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패키지, 이란전 사후 정산 테이블에서 미·이탈리아가 얼마나 거리를 두며 새 균형점을 찾을지 가늠하게 하는 전초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